우리 강아지가 아랫집 할아버지집
대문 옆 허름한 개집에서
실외견으로 1살을 살아냈어요
처음 만났을 때
4달 가량된 아기 강아지가
목줄에 묶였는데도 천진난만하게
프로펠러 꼬리를 돌리며
방글방글 웃는데
제 애간장을 녹이더라구요
매일 이 녀석을 찾아가서
간식을 먹이고 커가는 걸 안타깝게
지켜보던 나날들 ...
6개월간 다리가 한뼘이나 길어졌는데
강아지가 더이상 웃지 않았어요
표정이 시크? 아니 시니컬해졌어요
어른처럼 쎈척하고... 씩씩대기도 하고요
실외 환경을 맨몸으로 다 이기며 살려니
큰강아지처럼 굴더라고요 (중소형견인데)
아기 때부터 봐서 그런가
매일 가면 안아줬는데
그 때만은 얼른 품 안으로 들어와
얌전히 있었고요 (이 때 알아봤어야 했는데)
어찌 인연이 되어
내가 집에서 키운지 2년이 다 되가는데
이젠 쎈척 하질 않아요
화초처럼 애지중지 금이야 옥이야 키우니
원래 겁쟁이에 소심하고 예민한 강아지본성이 나와요
산책 때도 내 뒤꽁무니 따라 다니다
뭐가 이상하다 느끼면 안아달라고 펄쩍펄쩍 뛰어요
이런 소심한 애를 두고
출근하면 ....
집안에 뭐 하나 건들지 조차 않아요
하루 종일 딱 한자리에 돌부처처럼 앉아 있는 건지...
최애 공조차도 안 만지더라고요
이런 경우도 분리불안 증세라 해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
다행히 요즘 좀 변했어요
외출해서 돌아와보면
요즘은 가끔 (매일은 아니고)
쿠션을 가지고 놀았는지 쿠션이
나동그래져 있거든요
공놀이 다음으로 좋아하는 놀이 같아요
마운팅..
마운팅 하라고
아멜리아라는 이름의 갈색푸들 그림이 있는
쿠션도 일부러 사줬어요.
그런데 얘가 내 하늘색 쿠션을 갖고 놀면
"그만해" 하며 혼냈더니
동공이 흔들리며 당황해 하고
마운팅 하면 혼난다는 인식이 생겼어요
그래도 얼마나 재미난지
본능인지 ...계속 하더라구요
가끔은 내가 설거지 하는 등뒤에서 몰래 ..
그리고 특히 내가 사워하러 가면 ...
얘가 아주 신나게 하나봐요
어제도 샤워 하고
문을 탁 열었는데
우리 강아지....
이 놈 아주 그냥
욕실 앞 1.5미터까지
슬라이딩해서 왔는지
동공은 지진.... (엄마야 .... 이런 표정에)
몸은 얼어붙은 듯 굳어서
죄인 마냥 우두커니 서 있고
내 하늘색 쿠션은 저쪽에서 뒹굴고
아주 꼴이 안쓰러울 지경인데
한편으로 되게 웃기는 놈이다 싶어요
뭔가 한마디 해야 할 거 같은데
소심한 동공지진은
미안한 맘이 들게 해요ㅎㅎ
저러지 않아도 되는데
어떻게 이해시켜야 되나요??
햐... 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