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진지한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자기는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못된 사람 같대요
까칠하고 예민하고 똘똘해서 어렸을 때부터 호불호가 분명했고 아닌 거는 아니라고 이야기하고,
무리와 갈라져 혼자 남더라도 자기 길을 가는 스타일이었다고 해요.
집성촌과 같은 작은 시골동네에서 그렇게 살면서 형제자매들에게 못됐다는 얘기도 되게 많이 듣고
그게 컴플렉스가 됐는데도 착한 척 하는 거는 또 못해서
어린 시절을 굉장히 못된 아이로 지적받으며 살았다고 합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냥 까다로운 기질의 아이인 거 같아요.
저희 둘째가 아빠를 많이 닮았는데 어릴 때 정말 까칠했거든요. 무조건 싫고, 무조건 울고, 짜증내고 화내고... 7-8살까지 그랬어요.
근데 제가 무한 사랑으로 안아주고 이해시켜주고 세상을 바라보는 긍정적인 창이 되어주니 지금 고등학생인데 아이가 정말 밝고 자존감이 높아요.
남편이 자길 닮아서 그렇다며 자기도 누군가 온 마음으로 안아주었다면 좀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았을까라고 해 왔어요
시어머니는 굉장히 불안도가 높은 사람이고, 아주 일찍 과부가 되셔서 혼자 대가족을 꾸리시느라 아이 정서는 돌볼 겨를도 없었구요. 책임감도 대단하시고 정말 여장부 세요 존경하는 분입니다.
엄마가 성적표 볼 때 만 웃는 걸 보고 죽어라 공부해서 명문대 갔다고 했고,
애비없는 자식 소리 안들으려고 했대요.
개인적으로 아빠가 없어서 자신이 명문대에 갈수있었다고 생각될 만큼 역기능적인 아버지였다고해요. 엄마 때리고 싸우고 여자에 도박에.. 명문대입학도 별로 기쁘지도 않았지만 한국에서 **대 나온 후광은 제대로 봐서 다행이라고는 해요. 불안 강박이 있구요. (+ 재작년 쯤에 어릴적 하지못한 사춘기라도 하듯 진짜 화가 밑도끝도없이 뿜어져 나와서 온식구가 정말 한 2년 미친듯이 고생했는데... 이제 이정도로 대화는 되는 지경에 이르렀어요.)
스스로가 잘해도 칭찬해 줄 줄 모르고 기준이 높아서 모든 걸 완주해도 기쁨 없이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그러니 다른 사람의 수행에도 마음에 드는 게 잘 없고 그러면서 스스로를 자연스레 고립시키기도 하구요.
사회적인 관계의 지인은 엄청나게 많지만(경조사 정말 많은데 다 네트워크..) 친구는 한두 명 정도로 굉장히 내향적이고 모든 인간관계로 인한 고민과 정서적인 해석은 저를 통해서 하는 편입니다.
이런 남편의 요즘 최대 고민은
고등학생 아이가 더욱 자기 꿈을 잘 펼 수 있도록 자신이 좀 더 경제적인 서포트를 잘해 줘야 된다고 생각하는데 그저 그런 월급쟁이라 아이가 부족할 때 경제적으로 든든히 지원 못해 줄까봐 불안하고 힘들대요. 지금 상황으로는 특별히 고용상태에 불안이나 위험은 없는데도 그냥 계속 불안하고 이것밖에 못 되는 자신이 초라하고 안타깝다고 합니다. 잘하는 아이들은 스스로도 잘 하니까 학업도 본인 능력에 따른 부분이 더 크다라고, 제가 이야기해도 자기가 못나서 그렇다고 계속 징징거리기도 하구요.(지금도 월 250정도는 애한테 충분히 써요)
그러면서도 한 번씩 아이의 성취가 자기 마음 같지 않으면 또 내면으로 폭발하는데(아이에게는 못함) 그 화를 자신의 무능으로 연결시켜요. 내가 돈이 더 많았으면 이 아이를 채근 하지 않을 텐데.. 그러면서 또 자신의 상태를 자괴하고 불안해하고요.
그래서 제가 많은 사람들은 그렇게 일상의 위협이 될 정도로 불안을 자주 느끼면서 살지 않는다, 그 정도면 오랫동안 굳어진 나쁜 마음의 습관들로 인해 병리적인 증상일 수도 있다.
내가 의사는 아니지만이정도면 병원에 가야 될 정도인 거 같다고이야기했는데(저에게 그런말을 자주하고, 불안하면 수시로 전화하고..)
절대 절대 상담도 안 받고 병원도 안 갈 거 같아요. 그냥 저한테 쏟아놓는 게 인생 해소의 전부.. 남도 아니고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인데 진짜 눈물 나게 안타까울 때가 한두 번이 아닙니다.
제가 힘든건 둘째치구요.. 한 번씩 참았다가 하는 말 같은데,
자주는 아니고 일 년에 한두번..
' 내가 죽으면 너희들이 나의 일기장을 보면서 한 번이라도 웃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 중고딩애들한테
" 아빠가 죽으면 너희들에게 어떤 아빠로 남을지. 또 너희들은 나에게 어떤 아들인지 그런 걸 인식하면서 하루하루 열심히 살자'
이렇게 비장하게 이야기했다고 하는데
사춘기 둘째는 너무 황당하다고 공감도 안 되는데 왜 기분이상하게 자꾸 죽는다는 얘기를 하는지 모르겠다고 .. 협박처럼 들리기도 한다구요. 자주는 아니지만 한두 번만 해도 너무 이상하게 느껴질 테니까요.
솔직히 자격증도 엄청나게 많이 따고 회사에서도 인정받고 개인적인 취미나 겉으로 보이는 인생의 모든 밸런스가 완벽한 사람입니다
양가에도 좋은 아들, 좋은 사위구요 가진 범위에서 어려운 분들도 수십년간 돕도있고 기부도 정말 많이하고 사회봉사도 하고요, 내향형이지만 외부적으로도 인생을 잘 가꾸어나가는 편이에요
혹시 이쪽으로 전문가가 계시면 제가 남편을 어떻게 도와줄 수 있을까요 저희 남편, 1년후 애 입시 치르게 되면 거의 말라 죽을까봐 걱정도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