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음식 문화는 탄수화물 기반인 데 반해서, 서양 음식 문화는 단백질 기반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뭐니 뭐니 해도 쌀밥이 있어야 하고, 간식은 빵, 떡, 고구마인데, 캐나다인 남편을 보면 식단에 고기는 필수이자 주인공이다. 그리고 간식은 견과류나 치즈, 햄 등을 선호한다.
캐나다인 남편은 고기를 그렇게 쟁인다. 그것도 감히 상상할 수 없는 양의 고기를 산다. 돼지고기는 한 마리 분량, 소고기는 주로 반 마리 분량으로 구매한다. 그래서 집에 냉동고가 두 개다. 일 년치 고기가 늘 들어 있는 셈이다.
그런데 남편이 넣어두는 냉동 고기가 너무나 맛있어서 놀랐다. 그 이유는 어디에 있었을까? 남편이 사는 고기는 동물복지 환경에서 키운 것들이다. 소고기는 목초사육이고, 돼지고기 역시 넓은 목장에서 키운 것이다. 닭도 들판에서 뛰노는 닭을 산다. 즉, 건강한 동물이다.
보통 가을이 저물어 갈 때면 도육을 하는데, 아무래도 겨울에는 풀어놓고 키울 환경이 되지 않으니 그전에 정리를 할 수밖에 없다. 겨울 난방비나 관리비 등을 고려하면, 어쩔 수 없이 좁은 곳에 가둬놓고 키워야 하고, 목초사육을 할 수 없으니 사료 값도 많이 들 것이다. 그래서 그전에 대대적으로 정리를 하는 것이다.
한국에 살 때에 나는, 처음에 고기를 아무 생각 없이 사 먹다가 언젠가부터 동물 복지에 눈을 뜨면서 고기를 가리기 시작했다. 기름지고 비싼 한우보다는 차라리 저렴한 뉴질랜드산 목초 고기를 먹었고, 농장에서 직접 판매하는 분에게 구매를 한 적도 있다.
소를 키우면 소의 트림이 유해가스를 발생시킨다는 이유로 육식을 거부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나는 한편으로 사실 세상은 식물과 동물이 어울려 살기로 되어 있으니, 정상적인 방법으로 키우면 그게 가장 친환경적인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많은 고기를 공급하기 위해서 좁은 공간에 가둬두고 옥수수 사료를 먹이는 것이 아니라, 방목하여 목초사육을 하면 소들이 풀을 뜯어먹으면서 흙에 대고 트림을 한다. 그리고 그것이 땅을 비옥하게 만든다. 자연의 사이클인 것이다.
고기는 몸에 해롭다고 하지만, 이렇게 키운 소고기에는 오메가3이 많이 들어 있다. 그래서 언젠가부터 나는 양보다 질을 선택하는 쪽으로 기울었다. 저렴한 것을 많이 먹는 대신, 비용을 더 지불하더라도 동물복지 육류를 소비함으로써 건강한 농부를 살리고, 나 역시 건강한 몸이 되는 선택을 하고 싶었다.
남편은 나랑 접근 방식이 다르긴 했지만, 결국 이 방식도 내가 원하는 방식과 통했다. 목초 먹여 키운 소고기를 농장에서 직접 사다 먹으니 고기 맛도 정말 다르다. 한우 같은 마블링은 없고, 지방질이 적은 대신 깊은 풍미가 있다. 심지어 다짐육에서도 깊고 구수한 맛이 난다.
가격은 물론 목돈이 들지만, 이만큼 구입해서 일 년 내내 먹으니, 육식을 기반으로 하는 양식 문화에서는 이것이 훨씬 저렴하다. 그리고 손질 후 바로 개별 포장하여 급랭하였기 때문에, 맛도 일 년이 다 되어가도 크게 변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