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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수다, 이야기를 만드는 공간

누구나 한가지 걱정은 있다 - 내가 가진 것이 최고!

| 조회수 : 2,778 | 추천수 : 25
작성일 : 2007-05-18 10:04:08
제가 다니는 교회에서는 일요일만 빼고 경로식당을 엽니다. 근처의 독거노인들과 노숙자분들에게 따뜻한
점심 한 끼 대접하는 것인데 처음에는 40~50명 정도였다가 점점 인원이 늘어서 보통 130분, 많을 때는
150분 정도가 오셔요. 1주일에 하루 당번을 맡고 보통 10명 정도가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까지 3시간 정도
음식을 장만하고 설거지, 뒷처리 등을 합니다. 아무래도 오랜 세월 교회를 다니신 권사님들이(살림 경력도
많으셔도 음식들도 다 한가락 하세요. 많이 배우지요.) 진두 지휘를 하시는 편이죠.  저는 교회에서 맡은
직분도 없고(집사도 아니고 그냥 일개 평범한 성도예요.) 일요일에 예배 한 번 드리는 날나리 신자지만
어떻게 코가 꿰여 덜컥 월요일 봉사팀에 끼게 되었습니다.

처음 나간 날은 너무 힘들어서 입안이 헐고 교회에서 너무 많이 설거지하고 기진맥진해서 집에 와서 식기
세척기를 돌리는 사태가 발생하여 심한 자괴감에 빠졌더랬지요. 내가 할 일도 제대로 못하면서 이게 뭔가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봉사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싶어서 다음주에 가면 못하겠다고 말하리라 굳게
다짐을 하였는데 사람 여럿이서 아무 대가없이 열심히 일하시는데 차마 입이 안떨어져서 그냥 식사 준비를
거들다가 왔지요. 사실 전 잡일만 하는 편이고 윗분(?)들이 일 너무 시키면 떨어져나갈까봐 쉬운 일만 주시
기는 해요. ㅎㅎ 세번째 나갈 때도 기회 봐서 그만둔다는 이야기를 하려 했는데 우물쭈물하다가 못했지요.
그런데 일도 점점 덜 힘들어지고 일요일에 누워 있으면 점심 식사 하시러 오시는 머리 하얀 어르신들이
생각나고.. 무엇보다 열심히 일한 후 같이 모여 점심 식사를 하는데 밥맛이 꿀맛이고.. 제가 주제넘은
짓은 안하고 싶은데(살림 열심히 안하고 봉사한다는 게 모순 같아서요.) 당분간은 계속 나가볼려구 합니다.
몸으로 봉사하니 마음이 참으로 평화로워지고 감사하게 되었거든요. 에이구.. 대단한 것도 아닌데 여기다
써놓고 보니 부끄럽네요.

봉사가 끝난 다음 모여서 작은 기도회를 엽니다. 각 개인이 기도 제목을 내놓으면 돌아가면서 중보 기도를
드려요. 저의 기도의 제목은 항상 똑같고(아이가 없으니 아이를 갖게 해달라는 것이지요.) 다른 분들도 말씀을
하시는데 말씀을 들어보면 대략 그 집의 가정사가 그려져요. 그 중 어떤 한 분은 며느리가 아이 셋을 남기고
30대 후반의 나이에 유방암으로 세상을 떠나신 지 얼마 안되어요. 아들 가족하고 살림을 합치고 손자들을
맡아서 돌보시고 계신데(처음엔 몰랐답니다.) 얼마나 고통스러우셨을지가 전해져서 마음이 아팠어요.
막내가 2살인가 그런데 모두들 아이들의 앞날을 걱정하고 남겨진 가족들을 위해 기도했지요.  

자녀들이 혼기를 놓쳤는데 만나는 이성이 없다고 걱정하시는 분, 시어머니 편찮으신 분, 군대간 아들을
걱정하는 어머니, 성격이 파릇파릇해서 성질 죽여달라시는 분.. 아이가 안생기는 사람.. 듣고 있으면 다들
걱정없는 가정이 없구나 겉으로는 그리 안보여도 다들 무거운 걱정 한가지씩은 가슴에 올려놓고 사는
구나 싶었어요. 부모님-자신-자식 이 3대를 훑어내리면 걱정이 없을 수가 없더라구요. 이 삼(3)원을 그렸을
때 완벽하다면 그 사람의 천복인 거지요. 경로식당에 식사하시러 오시는 분들도 사실 형편이 어려우신 분들이
많으니까 그 분들도 걱정이 있는 분들인 거거든요.

얼마전에 고등학교 때 친구한테 울면서 전화가 와서 깜짝 놀란 적이 있어요. 평소에 아무런 이야기도 없길
래 그 앤 정말 잘 살고 있는 줄 알았거든요. 정신과 상담을 받고 싶다고 했어요. 남편 때문에 미치겠다고..
겉보기에는 화목한 평범한 가정 그 자체였는데 무엇이 그 애를 그리 힘들게 했을까요. 저는 그냥 조용히
들어주기만 했지요. 네가 힘들 때 나를 떠올려 주어서 고맙다라라고 친구에게 이야기 했어요.

저도 오랜 불임으로 고통받고 있지만.. 남편이 성격이 까다로워서 맞추기 어렵지만.. 병석에 누운 시어머니
모셨을 때 힘들었지만.. 한 때 너무 힘들어서 우울증에 시달린 적도 있지만.. 힘을 내려구요. 남이 가진 열을
부러워하기 보다는 내가 가진 하나를 소중히 여기면서 살려구요.

남의 모습이 언뜻 스쳐지나갈 때는 멋있고 보이고 나는 궁상맞아 보이고 할 때는 쓸쓸함을 느끼지만 내 남편,
내 가정, 내가 아는 사람들을 귀히 여기고 아끼면서 살려고 합니다.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지윤마미..
    '07.5.18 12:46 PM

    봉사활동 참 어려운 일이데....
    안가자니 거기서 고생하시는 분 생각나고, 식사하러 오시는분 생각나고..
    곧 좋은일이 있으시길 바랄께요.

  • 2. 해와달
    '07.5.18 1:34 PM

    좋은일 하시네요..
    좋은일 일어나길 기도해요

  • 3. 맑공
    '07.5.19 12:22 AM

    소망하시는 일이 이루어지실 거에요
    님의 착한 마음으로 소원이 이루어지길 바랍니다

  • 4. 요리궁금
    '07.5.19 3:08 PM

    이런생각을 해봅니다. 사실 좋으신분들이 있기에 대한민국이 이끌어져 가는구나하고요^^

    나쁘고 악한뉴스는 빨리 알려지지만, 좋고 아름다운 일들은 보통 감춰지잖아요?

    선한끝은 있답니다! 적지않은 인생 살아보니까 확신이옵니다. 항상 평안하세요 ^^

  • 5. 복덩이맘
    '07.5.19 5:55 PM

    봉사하시는 분들 보면 절로 머리가 숙여져요.
    사회생활도 가정생활도 자기희생이 요구되는데 거기다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헌신하는 것을 보면
    대단하시거든요. 저도 얼렁 아기가 커서 여유되면 봉사하고 싶어요.

  • 6. julie
    '07.5.20 2:14 AM

    참 좋은 일 하시네요.
    봉사는 마음만 있다고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데.....
    님의 고운 마음씨에 코 끝이 찡합니다.
    님이 소망하시는 데로 예쁜 아가가지시고 더욱 행복한 가정 이루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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