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겐 고딩짜리 아들이 하나 있어요.
요즈음은 이 녀석을 보면서 아이에서 벗어나 한 남자가 되어가고 있구나....
그런 느낌을 받는답니다.
이녀석이 공부를 잘한다든가 뭘 잘했다든가 하는 그런게 아니라 딱 꼬집어 말 할 수는 없지만
아이가 이제 정말 내가 생각하던 아.이.에서 벗어나 성인이 되는구나 싶은 그런 느낌요...
고슴도치 어미로서 바라보기 참 뿌듯하답니다.
자식에 대한 새로운 발견과 기쁨이지요.
그런데 말이지요, 아들 녀석이 새로운 각도(?)에서 이뻐지니까
슬그머니 새로운 마음이 생기더라구요.
이렇게 이쁜 녀석의 앞날을 그려보다 결혼문제에 이르니,
어머나 세상에... 녀석의 배우자가 슬그머니 미워지는거에요.
저 스스로 너무 기가 막혔잖아요.
아직 여자친구도 없는 녀석의 미래 배우자가 밉다니요...
이 무슨 말도 안되는 올가미 시추에이션이란 말입니까?
곰곰이 생각해 보았답니다.
남편을 만나, 사랑하고 결혼해 그를 닮은 아이를 낳아 키웠지요.
하지만 남편은 온전히 내 것이라는 느낌이 덜하지요, 아들보다는.
아이는 내가 성인으로 키워 낸거죠.
내가 낳아 이 만큼 키워 놓았어요, 내 아들은.
병약했던 아기, 안 먹고 늘 아프기만 하던 어린애,
산만하고 집중력 없던 아이...
키우며 울기도 많이 울었지요 *^^*
그래도 제가 자라며 우리 엄마에게 드렸을 기쁨보다
이 아이가 자식으로서 내게 준 기쁨이 더 큰 것에 많이 감사하답니다.
그런 생각이 들며 갑자기 우리 시어머니가 이해가 되네요. 가슴 저 밑바닥에서부터요.
남편 자라온 얘기 들어보면 그닥 손길 갈 것도 없이 키우셨더만
왜 저리 내게 섭섭하게 하실까...
새댁이었던 시절에 어머니께 받았던 상처가 어느 정도 나이 들어서까지도
잊혀지질 않더라구요.
제 아들이 크고 보니 어머니가 제게 하셨던 것들이 그냥 이해가 되네요.
아마도 어머닌 제가 아닌 그 누구였더라도 똑같이 하셨을 거에요.
딱히 저라서 밉다기보다는 그냥 보기만도 아까운 당신 아들 옆에 있는
어떤 여.자.애가 미우셨을거같아요.
예전엔 혹독한 시집살이 얘기 들으면 그건 시어머니 성격이 원래부터 모질고 나쁜 사람이어서
그런 걸거라고만 생각했었어요.
물론 그런 사람도 있겠지만 제 주변엔 성격도 좋으시고 다른 사람 돌 볼줄도 아시는데
자기 며느리하고는 거의 원수처럼 지내시는 분도 계시거든요.
아마도 자기만의 온전한 기쁨이었던 내 아들을 빼앗겼다는 기분이겠지요.
우리 세대보다는 아무래도 가족의 결속력이나 부모의 영향력이 더 큰 세대셨으니
아들에 대한 집착도 더 크셨겠지요.
우리세대에서야 그런 시어머니들, 좀 적어지지 않을까요?
아니면 보통 애들이 한 둘 밖에는 안되니까 집착이 더 심해질까요?
아들 미운 짓은 금방 잊혀져도 남편 미운 짓은 두고 두고 밉잖아요.
아들녀석이야 제 눈에만 이쁜거고, 남편도 어머니에겐 그런 아들이겠죠.
하지만 제 아들도 누군가의 남편이 되었을때 두고 두고 미운 짓, 한두번쯤은 할테죠.
제가 싫어하는 남편의 모습을 닮은 부분도 많고 좋아하는 부분을 닮기도 했으니
다른 사람의 남편으로 사는 아들의 모습을 생각해보면
제가 아들과 남편에게서 느껴지는 감정이 다르듯 개네들도 그러겠지요.
그렇게 생각하니
아들과 함께 살아 줄 미래의 며느리가 고마워지네요. ^^;;
그러니
떠나 보내야할 아들에게서 지금 받는 기쁨에 감사하며
미우나 고우나 더 오랜 시간을 나와 함께 있어줄 남편에게나 더 잘하며 살아야겠어요.
아직 다 자라지도 않은 아들녀석을 바라보며 든 생각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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