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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수다, 이야기를 만드는 공간

내 인생의 4월.... 라일락이 핀다.

| 조회수 : 1,600 | 추천수 : 5
작성일 : 2006-06-08 00:59:20
20년이 훌쩍 넘도록 살던 집이 있었습니다.
집터를 사 할아버지께서 많은 신경을 쓰며 지으신 집이었죠.
하나하나 직접 손으로 붙였다는 나무무늬 벽지의 천창이 참 높았던
진짜 나무로 된 마루가 무척 넓었던 그리고 작은 다락방이 있었던 그 집....  

그러나 그 무엇보다 저와 우리 가족들을 행복하게 했던건 마당이었습니다.
봄이면 많은 과실수들과 꽃나무 그리고 갖가지 채소들이 늘 풍성했던 마당.
그 마당 꽃그늘 아래 앉아 소박한 식사와 즐거운 이야기를 했던 시간들...
그 중에서도 제가 가장 사랑했던 건 하얀 꽃을 피우던 라일락 이었습니다.

그 집에 그렇게 오래 살면서 해 마다 맞는 봄에 늘 현관문을 열면 보이던
그 라일락 진한 향기를 저는 참 오래 지나서야 맡았습니다. 어느 따뜻한 봄 밤
문득 현관문을 열고 나갔는데 갑자기 와락 나를 덮치는 그 향기에 숨이 막혀
한동한 움직일 수가 없었습니다. 정말 그 때까지 라일락 향이 그렇게 진한 줄
모르고 살았다는 게 저 스스로도 참 신기했죠. 그 이후 저는 거짓말 처럼
멀리있어도 그 어디에서건 라일락 꽃향기를 아주 잘 느낍니다.  

라일락 꽃향기를 처음 맡은 곳도 별똥별을 처음 본 곳도 봉숭아 물을 처음 들인 곳도
동생들과 눈사람을 만든 곳도 남자 친구가 처음으로 집 앞까지 바래다 준 곳도
모두 그 집이었는데.... 부모님은 3년전 노후를 위해 이사를 하셨습니다.

라일락 하얀꽃 흐드러지게 피어 향기 날리는 4월에 가장 아름다웠던 우리집.
그래서 항상 내 인생은 4월의 우리집만 같아라.... 라일락 가득 핀 우리집만 같아라...
라일락 꽃그늘 아래 앉아 그 행복감에 저절로 내 입에서 되내이게 만들던 우리집.

그래서 내가 행복할 때 나는 늘 4월 입니다. 그리고 그 곳엔 라일락이 핍니다.

오늘 문득 푸르른 산을 보며 이젠 다세대 주택이  되어버린 예전 우리집이 떠올라
갓난아기 키우느라 정신없이 보낸 4월에 잠시 잊고 있었던 우리집이 떠올라
괜히 눈시울 붉어지게 만드는 그 4월의 라일락 향기가 떠올라 적어 봅니다.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봄날
    '06.6.8 9:51 AM

    아...
    저도 라일락 하면 잊을 수 없는 추억이...
    우리 집도 마당에 나무가 많았어요.
    야자 마치고 오던 어느 따뜻한 봄 밤,
    골목 어귀에서부터 나를 숨막히게 하던
    그 진한 향내...
    그날의 이미지가 사진처럼 제 뇌리에 콱 박혀 있답니다.
    행복한 기억이죠...
    보통은 시각적인 기억만 남는다는데...
    그날의 기억은 수 십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후각적 이미지와 함께 입니다.
    넘 독해서(?)
    자살하고픈 유혹을 일으킬 정도라고 하면
    제가 넘 심하게 감성적인가요?
    ㅎㅎㅎ

  • 2. 강두선
    '06.6.8 9:57 AM

    고등학교 3학년이었을겁니다.
    2층의 교실 창문을 열면 라일락 향에 취해 수업을 할 수 없을 지경이었던 기억이 납니다.
    30년이 지났어도 라일락 향만 맡으면 그날의 수업이 떠오릅니다.

    1년 내내 까맣게 잊고 지내다 어느날 아파트를 나설때 풍겨오던 그 라일락 향.
    또 다시 돌아온 4월을 느끼며 나도 모르게 노래가 흥얼거려집니다.

    '라일락꽃 향기 흩날리던날
    교정에서 우리는 만났소

    비가 좋아 빗길을 거닐었고
    눈이 좋아 눈길을 걸었소

    밤하늘에 별만큼이나 수많았던 우리의 이야기들
    바람처럼 간다고해도 언제라도 난 안 잊을테요.....'

  • 3. **보키
    '06.6.8 11:11 AM

    제가 지금 살고 있는 조그마한 연립주택 단지마당에도
    4월 5월엔 라일락향이 취하게 한답니다.
    아침에 라일락향에 눈이 떠질정도구요
    밤에는 향기가 아까워서 문닫기가 아쉽구요..
    여기는 북악터널 근처랍니다...

  • 4. hyun
    '06.6.8 11:32 AM

    ㅎㅎ 어느날 출근길에 풍겨오던 라일락향 ...
    어....우리단지에 라일락이 있었어...하고 뒤돌아 봤던 올봄....

    우리 집이 더 정이 가는 이유중에 라일락이 하나 더 추가되는 순간이였습니다.

  • 5. 미로
    '06.6.8 3:05 PM

    소미님.

    22주가 지나서 태아관련특약은 가입이 불가능하지만 그래도 실손의료비특약과 질병일당이 있으면
    되므로 태아관련특약을 반드시 가입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태아보험의 가입목적 중 가장 큰 것은 선천성질환에 대한 것으므로 지금이라도 후유장해에 대한 부분을 크게 보장하는 상품으로 가입하신다면 출산후에도 어린이보험으로 그대로 이어지므로 어차피 가입하실 것이라면 지금도 늦지 않았습니다.

  • 6. 미네르바
    '06.6.8 11:05 PM

    ^^

    제 친정도 집이 상당히 커요.
    사람들이 절인줄 알고 들어올 정도로...
    그 집에서 태어나고나고 자랐어요.
    어느 한구석 제 마음이 가지 않은 곳이 없답니다.
    비오는 날의 바깥풍경, 안개가 자욱한날 소나무.
    천리향, 만리향, 황금측백소나무, 금빛나무, 영산홍벚나무, 동백나무
    참으로 많은 나무가 있었어요.

    우리 할아버지께서 애지중지 가꾸신 집이죠.
    저는 다람쥐처럼 나무위에도 오르내리면서 놀았어요.

    이제 곧 그 집이 없어집니다.
    2년뒤에 신도시가 확정이 되었어요.
    제 평생에 다시는 그리 큰 집 구경 못할 것 같네요.
    꿈에도 그리울것 같은 집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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