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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남편이 될 사람은...(펌)

| 조회수 : 1,372 | 추천수 : 13
작성일 : 2005-06-27 18:26:34
(퍼 왔어요)

월급은 많지 않아도 너무 늦지않게 퇴근할 수 있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퇴근 길에 동네 슈퍼 야채코너에서
우연히 마주쳐 '핫~' 하고 웃으며
저녁거리와 수박 한 통을 사들고 집까지
같이 손잡고 걸어갈 수 있었음 좋겠다.

집까지 걸어오는 동안 그 날 있엇던
열받는 사건이나 신나는 일 들부터
오늘 저녁엔 뭘 해 먹을지...

시시콜콜한 것까지 다 말 하고
들을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들어와서 같이 후다닥 옷 갈아입고 손만 씻고,
한사람은 아침에 먹고 난 설겆이를 덜그럭덜그럭 하고
또한사람은 쌀을 씻고 양파를 까고
"배고파~" 해가며 찌게 간도 보는
싱거운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다 먹고나선 둘 다 퍼져서 서로 설겆이를 미루며
왜 니가 오늘은 설겆이를 해야하는지...
서로 따지다가 결판이 안 나면 가위바위보로
가끔은 일부러, 그러나 내가 모르게 져주는...
너그러운 남자였으면 좋겠다.

주말 저녁이면 늦게까지 티브이 채널 싸움을 하다가
오 밤중에 반바지에 슬리퍼를 끌고
약간은 서늘한 밤 바람을 맞으며
같이 비디오 빌리러 가다가

포장마차를 발견하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뛰어가
떡볶이에 오뎅국물을 후룩후룩~
"너 더 먹어~" "나 배불러~" 해가며 게걸스레 먹고나서는
비디오 빌리러 나온 것도 잊어버린 채
도로 집으로 들어가는
가끔은 나처럼 단순한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어떤 땐 귀찮게 부지런하기도 한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일요일 아침...
아침잠에 쥐약인 나를 깨워 반바지 입혀서
눈도 안 떠지는 나를 끌고 공원으로 조깅하러가는
자상한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오는 길에 베스킨라빈스에 들러
피스타치오 아몬드나... 체리 쥬빌레나...
내가 좋아하는 아이스크림 콘을 두 개 사들고
"두 개 중에 너 뭐 먹을래?"
묻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약간은 구식이거나 촌스러워도 너그러운 마음을 가진
어머님의 아들이었으면 좋겠다.

가끔 친 엄마한테하듯 농담도 하고,
장난쳐도 버릊없다 안 하시고,
당신 아들때문에 속상해하면 흉을 봐도 맞장구치며 들어주는
그런 시원시원한 어머니를 가진 사람.
피붙이같이 느껴져 내가 살갑게 정 붙일 수 있는
그런 어머니를 가진 사람.

나 처럼 아이를 좋아하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그를 닮은 듯 나를 닮고 날 닮은 듯 그를 닮은 아이를
같이 기다리고픈 그럼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아이의 의견을 끝까지 참고 들어주는
인내심만은 아빠가 될 수 있는 사람이었음 좋겠다.
어른이 보기엔 분명 잘 못된 선택이어도
미리 단정지어 말하기 보다
아이가 스스로 깨달을 때까지 묵묵히 기다려줄 수 있는 사람.

가끔씩 약해지기도 하는 사람이었음 좋겠다.
아이들이 잠 든 새벽 아내와 둘이 동네 포장마차에서
꼼장어에 소주 따라놓고 앉아
아직껏 품고있는 자기의 꿈 얘기라든지
그리움 담김 어릴적 이야기라든지
십 몇년을 같이 살면서도 몰랐던
저 깊이 묻어두었던 이야기들을...

이젠 눈가에 주름잡힌 아내와 두런두런 나누는 그런
소박한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어떤 경우에도 자신을 던져버리지 않는
고지식한 사람이었음 좋겠다.
무리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지켜나가는 사람.
술 자리가 이어지면 적당한 선에서 마무리할 줄 아는 사람.

내가 그의 아내임을 의식하며 살 듯,
그도 나의 남편임을 항상 마음에 세기며 사는 사람,
내가 정말 사랑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은 그런 사람.
그런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



1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kettle
    '05.6.27 8:01 PM

    희망사항......차라리 맘맞는 동성친구가 더 자연스럽게 어울릴듯하네요...남자들 저런사람 없음.탕탕탕!!

  • 2. 브랜치샵
    '05.6.27 8:14 PM

    저도 동의, 탕탕탕!!

  • 3. 하루나
    '05.6.27 8:21 PM

    말씀드려도 안드려도 후회되는 일이에요.
    그런데 대부분 본인의 몸 상태로 느끼게 되는거 같아요.
    환자분 성향을 잘 보시고 말씀드려야하는데 남은 기간이 너무 짧네요.

  • 4. 소박한 밥상
    '05.6.27 8:27 PM

    유안진님의 지란지교를 꿈꾸며 생각나는 글이네요

    성공적인 결혼은 적당한 상대를 만나는 것이 아니라
    적당한 상대가 되어주는 것이다...라는 명언이 있더군요

    얼핏 들으면 심오한 문장같지만...결국은..."맞춰 살아라"...이거죠

  • 5. 그래더
    '05.6.27 10:24 PM

    이글읽으며 떠오르는 사람이 내남편이 아니고 딴집 남자면 어쩌죠?

  • 6. 고민
    '05.6.27 11:11 PM

    저희 남편이 아주 비슷한데요..어머니 얘기만 빼고...^^ 저런 사람 있어요...에고..돌 맞을라..

  • 7. ilang
    '05.6.28 12:33 PM

    ^^ 저희 남편이랑 비슷하네요
    아직 신혼인데 계속 같은 모드로 살아가길 바라는 중이죠

  • 8. 카푸치노
    '05.6.28 1:14 PM

    어쩜..울 남편과는 넘 거리가 머네요..
    비슷한 남편하고 사시는분들 부러워요~~

  • 9. 양재동/mrsyou
    '05.6.29 1:10 AM

    저희 남편과 제 생활과도 무지 비슷하군요..시어머님부분만 빼면..ㅋㅋ 아직 그닥 살갑지 않으셔서..제가 좀 무뚝뚝하니까요.ㅋㅋ
    애교만땅 남편인데 남들이 우리 둘이 하는거 보면 엽기부부라 하죠..ㅋㅋ

  • 10. 선물상자
    '05.6.29 9:49 AM

    저두 아직은 신혼인지 비스끄리하네염..
    베스킨라빈스 대신 맥도널드 소프트 아이스크림으로 바꾸면 딱이네여.. ^^;;
    임신중이라서 잘해주는 건지도 몰라여.. ㅠ.ㅠ

  • 11. 둥굴게
    '05.7.1 6:10 PM

    뒤 늦게 읽은 글에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그래서 로그인을해서 이렇게... 답글이 쓰고파..!!
    너무나 평범한 나의 희망사항 그런남편하고 단 하루만 살아봤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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