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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기 -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 조회수 : 1,161 | 추천수 : 18
작성일 : 2005-06-11 21:54:40
첫 번째 책 - 미치 엘봄 지음 / 공경희 옮김,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세종서적, 1998.

화요일의 사람들


책을 읽으며 그 안에서 살아가는 많은 주인공들을 만났다. 그들은 내가 중요한 결정을 지을 때에 조금의 본보기로 도움이 되었다. 옆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말로 설명을 하며 무엇에 대해서 물어보는 것이 번거롭게 생각되었다. 내가 원할 때 필요한 것만 얻겠다는 일방적인 통로를 원했기 때문에 책을 통해 살아가는 길을 찾아왔다.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을 읽은 때는 계속 달려가면서 일방적인 모색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이제 멈추어 서서 살아내는 방법에 대해 구체적인 답을 정리해 둘 때라는 생각이 들던 무렵이었다. 그것은 풀기 어려운 문제의 답을 얻으려고 지금까지와는 방향이 다른 시선을 세상에 던지는 짓이나 다름이 없었다. 갑자기 던져진 새로운 물음에 대해서 전전긍긍할 때, 책은 근사한 방법을 제시하고 있었다. 사는 데에도 길잡이가 될 스승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게 한 것은 삶의 새로운 시작이었다. 읽어 가면서 간직하고 있어야 될 책이라고 결론지었다.

먼저 책 제목의 ‘화요일’이란 단어가 마음에 들었다. 내 생활에 있어 화요일은 그래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요일 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수요일 밤과 금요일 오전, 주일(일요일)에는 교회에 가야 되고 그 사이에 월례회가 있는 화요일에는 시간을 비워두어야 된다는 등으로 요일에 따라서 할 일이 결정되어 있다. 직장에 나가지 않는 사람에게도 그렇게 요일마다 일정하게 정해진 일이 있어 여러 사람이 모여 새로운 만남을 시작할 때는 일정을 조절하느라 번거로울 수도 있다. 초등학교에 입학을 하여 시간표에 따라서 요일마다 그 할일이 결정된 때부터 사람들은 이미 규칙적인 생활에 대한 훈련이 시작된 것이다.
루게릭병에 걸려 다리에서부터 점점 마비가 올라와서 살아있을 날이 얼마 남지 않는 모리 교수와 신문, 텔레비전, 방송국 등 많은 언론매체에 스포츠기사를 주느라고 하루가 모자라게 뛰어다니고 있는 제자 미치가 ‘화요일’에 만나기를 결정한 것은 대학에 다닐 때 모리교수의 강의가 대부분 화요일에 있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인생의 가장 중요한 일인 ‘사랑을 나눠주는 법과 사랑을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기 위해서’ 화요일마다 만남의 시간을 갖게 된다.

스승을 찾아가는 제자는 16년 동안이나 잊어버리고 있던 스승과 함께 있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자 무엇인가를 해야 된다고 한다. 스승의 목소리를 녹음하기 위하여 그는 녹음기를 준비하고, 스승은 말을 할 수 있을 때까지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 줄 사람이 필요하다며 그에게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어 한다. 죽음에 당면하여 더 투명해지는 생각들을 나누고 싶어 했다. 두 사람은 거대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스승 ‘모리 슈워츠’와 제자 ‘미치’의 마지막 논문은 ‘죽어가는 사람이 살아남을 사람과 대화하면서, 살아남을 사람이 알아야할 사항을 말한다’를 전재해서 진행된다. 제대로 수업을 하기 위해서 그들은 화요일을 기다렸고, 화요일에는 두 사람 만의 시간을 가진다. 그들은 화요일의 사람이 되었다.

몇 년 전 가까운 사람이 위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의 투병은 극히 제한된 사람들만이 알고 있었고, 자신의 모습을 보이기 싫어해서 그가 원하지 않으면 아무도 문병을 갈 수 없었다. 나중에 그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듣고 너무 안타까워 투병을 도왔던 친구에게 왜 소식을 전하지 않았냐며, 몹시 섭섭하다는 말을 했다. 그러나 그 친구는 환자가 만나고 싶어 하는 사람 속에는 내가 들어있지 않았다며 그에 대한 나의 생각을 우스워했다. 그때의 난감함을 생각하면 가슴이 서늘해진다. 자신이 죽어가는 모습을 보이며 위로를 받고 싶은 사람과 절대로 보이기 싫어서 숨기고 싶은 사람의 차이는 무엇일까?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을 읽으며 위암으로 세상을 떠난 그이를 생각했다.

죽는 방법을 알아야 사는 방법을 알게 된다는 의미는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그 죽음이 사랑하는 가족들에게나 가까운 사람들에게 어떤 충격을 주는지, 이별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기 위한 의식과도 같은 스승의 마지막 수업은 감동적이다. 그리고 따뜻하다. 미치의 코치인 스승은 자신이 하나님과 타협을 하면 천사가 될 수도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 그만큼 평화롭고 합리적으로 살아왔다. 사람의 분류표가 있다면 ‘좋은 사람’에 들어간다.

주인공 미치는 인생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분명한 답을 요구한다. 그는 다른 사람들보다 더  건강한 곳에서, 더 지혜로운 곳에서 인생을 바라보고 있는 스승이 그 답을 알고 있다고 믿고 있다. 그래서 스승에게 질문을 할 목록을 만들었다.
죽음, 가족, 감정, 나이 드는 두려움, 돈, 결혼, 문화, 용서, 의미 있는 삶 - 이 평범하고도 지나치기 어려운 질문에 대해서, 책을 읽는 사람들은 각자 나름대로 가볍게 혹은 무겁게 알아챌 일이다. 그리고 앞으로 읽어 갈 모든 책도 그 질문과 관련이 있거나 그 질문을 해결하는데 필요할 것이라 여긴다.
‘모리 슈워츠’ 같이 근본적으로 사람을 사랑하고, 사람의 삶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가지고 있는 스승에게 가르침을 받는다는 것은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그렇게 자신의 마지막 시간까지 철저히 그리고 아름답게 사용하고 떠나는 사람을 안다는 것이 얼마나 가슴 벅찬 일인가! 책을 읽고 난 후에는 마주 앉아서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사람을 찾아서 떠나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이 생겼다.


----------------***

한국문학도서관에서 연재 된 글 중의 한 편 입니다.
책 읽기 운동에 동참하는 마음으로 올립니다.
누구든지 자신이 읽고 난 책에 대한 감상문을 이렇게 올리면 댓글을 달면서 함께 생각해 보기로 합시다.
이 책을 읽은 사람이 많은 듯하여 먼저 올려 봅니다.



1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hippo
    '05.6.11 10:14 PM

    저는 작년 봄에 대학원 교수님이 추천해 주셔서 읽었는데 참 어려웠어요.
    다시 한번 읽어 봐야 겠네요.

  • 2. 고은옥
    '05.6.11 10:27 PM

    나이가 있어선지 참 공감하는 부분이 많은 좋은 기억이 있지요

  • 3. 토이
    '05.6.12 2:10 AM

    후배가 1년전쯤 선물해 줘서 너무 잘 읽고 있답니다..
    좋은 책 선물해준 후배가 고맙구요.^^

  • 4. 잠비
    '05.6.12 7:29 AM

    저 밑에 장 님의 책 읽는 82쿡마을(11633) 이라는 글을 읽고 이런 좋은 생각은 주저없이 실행에 옮기는 것이 좋겠다는 뜻으로 써 놓은 글을 올렸습니다.
    독서감상문이 조금 딱딱하여 미안한 마음인데, 이곳은 젊은 분들이 많이 들어오기 때문에 책을 읽는 어머니의 모습으로 아이를 교육한다면 대한민국의 장래가 아주 밝다며 응원을 하고 싶은 마음이 컸습니다. 잘 운영해서 좋은 정보를 주고 받으며 책을 많이 읽어 나가기를 바랍니다.

    hippo 님 어렵다고 생각되는 책은 그냥 건성으로 읽으세요. 시간이 흐른 후에 다시 읽으면 됩니다.

    고은옥 님 나이가 들어서 마음 속에 많은 것을 소유하고 있다는 것이 너무 부러워서 얼른 나이를 먹었으면 하고 늘 생각을 해왔는데, 이제 적지 않은 나이가 되니 정말 시선이 넓어져서 편안하답니다.

    토이 님, 수준 높은 책을 볼 수 있는 안목을 가진 좋은 후배를 많이 아껴 주세요.

    강 님 내게 좋은 것을 남에게도 나누어 주는 마음을 배우고 싶습니다.

    lavender 님 그 분이 평소에 책을 가까이 하던 분이면 아무 책이든 상관은 없다는 생각입니다. 그러나 읽으면서 무심코 ㅎ ㅏ ㅎ ㅏ 웃을 수 있는 책이면 더 좋겠지요. 그런 면에서 추천하고 싶은 책은 [창가의 토토]입니다.
    이런 책도 있습니다. 최화숙님이 쓴 [아름다운 죽음을 위한 안내서]
    루게릭 병으로 얼마 전에 세상을 떠난 사진작가 김영갑 님의 [그 섬에 내가 있었네]

    다른 분들도 환자들이 읽기 무난한 책을 알고 있으면 소개해 주기 바랍니다.

  • 5.
    '05.6.12 10:16 AM

    잠비님의 격려.. 감사드립니다.
    저도 오늘 모리.. 책, 다시 한번 읽어볼까 해요.
    아름답게 나이들어 가시는 모습 뵈오니 저도 마음이 바빠집니다.

    6월 15일 오전에 6월차 게시글 올릴 예정이랍니다...
    꼭 들르셔서 좋은 말씀 많이 남겨주세요.

  • 6. 산세베리아
    '05.6.12 10:37 AM

    아주 옛날에...^^ 헤밍웨이 작품속에 나타난 죽음의 미학을 조사하라시던 선생님이 생각나네요.^^
    꼭 일년을 Neck Cancer로 고생하시던 어머님을 모셨었지요...
    보내드리기 전까지 늘 마음속에 교차하던 죽음에 대한 상념들...
    살아남은 자들(배우자와 자식 일가친척)에 대한 단상들...
    가족의 균형이 깨지던 순간들... 그 속에서 확인되던 겉과 속다름의 이기주의...
    기약이 없는 투병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꼭 일년만에 가셨었지요.
    그 일년이 제겐 너무 길게 느껴졌었구요. 저의 노년과 임종때를 생각해 보게도 했던 시기였답니다.
    이 책은 안 읽어 보았는데 오늘을 계기로 구해서 읽어봐야 겠습니다.
    좋은 글 고맙습니다.^^

  • 7. 데미안
    '05.6.13 2:38 AM

    다시 그 감흥을 느껴봐야 겠네요..
    좋은 책은 가슴을 벅차오르게 하거든요.

  • 8. 백설공주
    '05.6.13 7:15 AM

    저는 그 책을 읽으면서, 과거의 제 선생님들을 생각했어요.
    그리고, 모리와 같이 죽음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싶어요.
    죽는 순간까지 주위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구요.

    참 괜찮은 책 같구요.
    시간이 없어 길게 이야기할 시간은 없지만,
    6월 15일 기다릴깨요.
    앞으로 많은 책이야기 들려주시고, 이야기 해요

  • 9. 강아지똥
    '05.6.13 11:00 AM

    음..의욕이 거의 바닥을 해매고 있을때.......서너번 읽을때마다 생명이 있을때 정말 열심히 살아야겠노라고 의지를 다지게 하는 책이였어요^^

  • 10. 잠비
    '05.6.13 11:10 AM

    여러분이 다녀갔네요.

    장 님 "시작이 반이다" 열심히, 꾸준히 앞장 서기 바랍니다.

    산세베리아 님 혈육을 보내고 살아남는 자의 허망함은 추스리기 어려운 아픔이지요.

    데미안 님 책을 읽으며 가슴 벅차하는 그 느낌이 사람에게 생기를 줍니다.

    백설공주 님 책에 대한 이야기는 끊임없이 계속되어야 합니다.

    강아지똥 님~~~ 이렇게 불러보니 괜히 즐거워집니다. 자주 만나기를 바랍니다.

    책에 대한 감동을 함께 가족끼리 나눌 수 있는 82cook의 식탁이 되도록 아자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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