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내미랑 신랑 재우고 잠깐만 82 둘러보고 잘 생각이었는데
며칠 못본 자유게시판 읽다가 그만 새벽 3시를 넘겨 버렸습니다...
어차피 낼 출근 안하니까 걱정이 없긴 한데 늦잠자다가 딸내미랑
신랑 점심 굶길까 걱정은 되네요...^^;;;
올 4월 15일이면 직장 생활 딱 만 10년 채우는 날이네요...
이번에 새로들어온 신입은 만 10년이라는 말에 입을 딱
벌리지만 막상 전 그 세월이 다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어요...
몇년 전에 입사한것 같고 불과 얼마전이 이십대 중반 넘긴다고
나이 먹었다고 슬퍼했던것 같은데 벌써 서른을 넘겼네요...
결혼하고 일년만에 딸내미 낳고 낳자마자 친정엄마한테 맡기고
직장 생활한지 3년이 다 되어갑니다.
친정집 근처루 이사가서 딸내미는 엄마가 봐주시고 친정가서
저녁이며 주말 마다 끼니 해결하고 설겆이만 겨우 도와드리고
홀랑 우리집으로 와서 청소두 안하고 정리두 안하구 정말
대충대충 살았거든요.... 한 3년을....
그 동안에 엄마한테 고맙다는 말도 못하고 사실 직장생활 한답시고
힘들어만 했는데 지금은 엄마 힘들어 하실때 많이 못 도와드리고
고맙다고 표현도 많이 못했던게 너무 마음에 걸립니다...
그러고보니 철딱서니도 없고 엄청 불효녀였네요.....
갑자기 제가 생각이 많아지고 엄마한테 너무 미안하고 또 한편으로는
아주 걱정스러운 하루하루를 보내게 된 이유가요 이러저러한 일들로
지금 살고 있는곳에서 먼~곳으로 달랑 우리 세식구만 이사를 갑니다...
제가 소심하고 잔정많고 눈물많고 여리고 - 외모로만 본다면 아무도
안 믿는 분위기이지만요...... 자립심이 부족해서 늘 엄마한테 많이
기대고 살았거든요... 결혼하고도 쭉....
제가 게으른 탓에 더 많이 엄마 손을 빌렸었구요...
그렇게 아무생각 없이 살다가 막상 이사갈 때가 다가오고
이사갈 집 구하고 딸내미 어린이집 알아보고 이사업체 찾아가며
이것저것 하다보니까 갑자기 너무 서글퍼 지네요...
회사랑 집이랑 너무 멀어져서 아침에 지하철만 한시간 10분을 타야
하는데 그럼 아이를 어린이집에 아침 7시 30분에 맡기고 저녁에는
8시 넘어서야 겨우 데려올 수 있는데 한번도 외할머니 품에서
떨어져 본적 없는 아이라서 잘 적응할까 걱정이 돼요.. 사실은
딸내미가 제일 걱정입니다.. 바뀐 환경을 잘 견뎌낼까.....
그동안 서른이 넘어갈 때까지 내손으로 할 줄 아는 것도 별로 없고
엄마라고는 하지만 제대로 키워보질 못해서 엄마 노릇도 잘 못하고
집안 살림이며 나를 가꾸는 것도 그렇고.. 그나마 제대로 해 나가고
있는 건 직장 생활 밖에 없는 것 같아요...
앞으로 이사가서 열심히 부지런히 그리구 최선을 다해서 잘 살아가야
할 것 같은데.. 한동안 아니 아주 오랫동안 안했던 집안일이며 음식이며
육아며.... 잘 할 수 있을까 겁도 많이 나고 제대로 할 줄 아는것
별로 없는 엄마를 믿고 따라와야 하는 딸에게도 너무 미안하구요...
저보다 조금 더 게으른 신랑이 과연 잘 도와줄까도 걱정이구요...
다 큰딸이 더구나 한 아이의 엄마라는 제가 엄마 곁에서 떨어지는 걸
걱정하는 모습이 너무 한심 스러워요...
근데 오늘 엄마가 그러시더라구요... 살집이며 어린이집이며 또 다른 것들
알아보는 절 보시고는 이사가서도 잘 살꺼라고.. 지금처럼 열심히
몸 움직이고 정신 바짝 차리면 그 누구보다 잘 살수 있을거라고 용기를
주시더라구요... 그 얘기 들으면서 엄마앞에서는 웃었는데 집에와서
신랑 몰래 화장실 가서 엄청 울었습니다...
울고나서 결심했습니다.... 열심히 살기로...
지금까지는 엄마덕에 그리고 주변 사람들 덕에 노력안하고 대충 살아도
살아졌지만.. 앞으로는 정말로 내손으로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하는
상황에서 절대로 나약해 지지 말고 열심히 살자구요....
남들은 이미 벌써 다들 이런 단계 거쳐서 똑소리 나게 잘 살고 있는 것
같은데 저만 너두 늦된것 같아요.... 에효....
하여간에 새벽에 잠 안자고 괜히 센치해서져 넘 긴글을 주저리 주저리
써댔나봅니다...낼 아침에 이거보면 쑥스러워서 지워버릴지도...^////^
어쨌거나 또 한번 다짐해 봅니다.. 좀 더 열심히 살자고 !! 아자 !!
참, 엄마한테 효도도 열심히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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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수다, 이야기를 만드는 공간
생각 많고 잠 안올땐 82로...........
수박 |
조회수 : 985 |
추천수 : 1
작성일 : 2005-03-12 03:3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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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밍키
'05.3.12 10:52 AM좋으신 친정 엄마시고 멋진 따님이십니다.
저도 비슷해요 시어머니의 도움을 받고 옆에서 살다.. 여름이면.. 잠시 연수를 가야한답니다.
가끔은 그 먼 나라서.. 영어로 일도 하고, 안하던 집안일하며 살수 있을까 걱정이 많이 되요.
애들은 또 잘 적응할까..
수박님.. 서로 힘내라고 화이팅하면서 열심히 살아봐요.. ^^2. jongjin
'05.3.12 2:02 PM닥치기전에는 걱정되서 눈물이 나도 막상 닥치면 어떻게는 잘 하게 되는게 사람인거 같애요..
직장생활 10년, 열심히 일하셨네요..3. 선화공주
'05.3.12 3:51 PM수박님...잘해내실꺼예요..^^*
아이도 분명 엄마 닮아 잘해낼꺼구요...새로운 환경에게 좋은 이웃을 발견하게 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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