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저는 결혼한 지 5년 만에
엄마가 될 수 있었습니다.
그 무덥던 여름에 식혜가 먹고 싶었습니다.
엄마는 이미 8년 전에 돌아가셔서 안계시니,
세살 위 언니에게 전화를 걸어서
식혜 만드는 법을 물었습니다.
그리고
종이에 받아 적은 방법대로
처음으로 식혜를 만들어 보았습니다.
주변에 식혜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고,
3년 전에 돌아가신 시할머니께서는
제가 식혜를 만들어서 맛있나 잡숴 보시라면
"식혜 만드는 건 도사여!"
그러시며 좋아하셨습니다.
그래서
좀 자주 식혜를 만들었습니다.
이제는 만드는 법을 참조하지 않아도
맛있게 만들 수 있게 되었습니다.
어딘가 옛 가계부를 뒤지면
손때 묻은 조리법 적은 종이가 있을 겁니다.
94년 여름을 저와 함께 견디며 첫식혜에 동참했던
아들은 올해 고3입니다.
또, 뜨거운 여름을 보내고 있답니다.
처음엔 밥풀을 동동 띄워 보려고 여러 가지 노력을 해 보았지만 모두 실패하고
비주얼보다는 맛에 중점을 두는 식혜를 만들고 있습니다.
1. 엿기름 가루를 물에 넣고 주물러서 엿기름물을 만듭니다.
(이 때 헝겊으로 된 주머니에 넣고 주무르면 편합니다.
전엔 엿기름을 한 주먹씩 짜서 옮기고, 옮기고 하느라 손목도 아프고 엿기름을 많이 흘리며 했습니다.)
2. 밥에 엿기름의 윗물을 부어 밥을 삭힙니다.
엿기름물을 가만히 두면 밑으로 앙금이 가라앉아 윗물은 맑아집니다.
맨 처음엔 전기밥솥을 이용했는데, 지금은 가스렌지를 이용합니다.
전기밥솥으로 하면 5,6 시간 이상 걸렸는데, 가스불에 올리면 3시간이면 충분합니다.
물론 걸리는 시간은 솥에 든 물의 양에 따라 다르겠지만, 삭힐 때는 엿기름물을 모두 부을 필요는 없습니다.
그리고 삭힐 때 설탕을 넣으면 시간이 단축된다고 합니다.
그런데 저는 첫 시도부터 설탕을 넣고 삭혀서 얼마나 단축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밥알이 삭는다는 것은 밥알이 스르르 무너지는 상태가 된다는 걸 말하는 것 같습니다.
혀로 눌러보면 '아! 이 상태로구나!' 알 수 있을 것입니다.
3. 밥알이 삭으면 남겨둔(남겨두지 않았으면 마시고.) 엿기름물을 마저 부어 끓이면 됩니다.
이 때 설탕을 넣어 당도를 조절합니다. 들어가는 설탕의 양에 좀 놀랄지도 모릅니다.
끓이면서 위에 뜨는 거품을 걷어냅니다.
그럼 끝입니다.
***많이 만들면 얼렸다가 마시기도 하는데,
이럴 때 녹는 건 날름날름 마셔버리면 나중엔 맹탕인 얼음만 남게 되니,
얼음이 거의 다 녹기를 기다려서 흔들어 마시는 게 좋습니다.
***처음으로 조리하는 법을 써 보니, 쉬운 일이 아니란 걸 알겠습니다. 여러 번 읽어보긴 했으나 혹시 오류가 발견되면 댓글로 고치겠습니다. 키친톡의 고수님들께 새삼 존경심이 모락모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