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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식혜 만드는 건 도사여!

| 조회수 : 11,849 | 추천수 : 2
작성일 : 2012-06-19 09:3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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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4년,

저는 결혼한 지 5년 만에

엄마가 될 수 있었습니다.

 

그 무덥던 여름에 식혜가 먹고 싶었습니다.

엄마는 이미 8년 전에 돌아가셔서 안계시니,

세살 위 언니에게 전화를 걸어서

식혜 만드는 법을 물었습니다.

그리고

종이에 받아 적은 방법대로

처음으로 식혜를 만들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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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 식혜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고,

3년 전에 돌아가신 시할머니께서는

제가 식혜를 만들어서 맛있나 잡숴 보시라면

"식혜 만드는 건 도사여!"

그러시며 좋아하셨습니다.

그래서

좀 자주 식혜를 만들었습니다.

이제는 만드는 법을 참조하지 않아도

맛있게 만들 수 있게 되었습니다.

어딘가 옛 가계부를 뒤지면

손때 묻은 조리법 적은 종이가 있을 겁니다.

 

94년 여름을 저와 함께 견디며 첫식혜에 동참했던

아들은 올해 고3입니다.

또, 뜨거운 여름을 보내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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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밥풀을 동동 띄워 보려고 여러 가지 노력을 해 보았지만 모두 실패하고

비주얼보다는 맛에 중점을 두는 식혜를 만들고 있습니다.

 

 

1. 엿기름 가루를 물에 넣고 주물러서 엿기름물을 만듭니다.

    (이 때 헝겊으로 된 주머니에 넣고 주무르면 편합니다.

전엔 엿기름을 한 주먹씩 짜서 옮기고, 옮기고 하느라 손목도 아프고 엿기름을 많이 흘리며 했습니다.) 

 

2. 밥에 엿기름의 윗물을 부어 밥을 삭힙니다.

 엿기름물을 가만히 두면 밑으로 앙금이 가라앉아 윗물은 맑아집니다.

맨 처음엔 전기밥솥을 이용했는데,  지금은 가스렌지를 이용합니다.

전기밥솥으로 하면 5,6 시간 이상 걸렸는데, 가스불에 올리면 3시간이면 충분합니다.

물론 걸리는 시간은 솥에 든 물의 양에 따라 다르겠지만, 삭힐 때는 엿기름물을 모두 부을 필요는 없습니다.

그리고 삭힐 때 설탕을 넣으면 시간이 단축된다고 합니다.

그런데 저는 첫 시도부터 설탕을 넣고 삭혀서 얼마나 단축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밥알이 삭는다는 것은 밥알이 스르르 무너지는 상태가 된다는 걸 말하는 것 같습니다.

혀로 눌러보면  '아! 이 상태로구나!' 알 수 있을 것입니다.

 

3. 밥알이 삭으면 남겨둔(남겨두지 않았으면 마시고.) 엿기름물을 마저 부어 끓이면 됩니다.

이 때 설탕을 넣어 당도를 조절합니다. 들어가는 설탕의 양에 좀 놀랄지도 모릅니다.

끓이면서 위에 뜨는 거품을 걷어냅니다.

그럼 끝입니다.

 

***많이 만들면 얼렸다가 마시기도 하는데,

이럴 때 녹는 건 날름날름 마셔버리면 나중엔 맹탕인 얼음만 남게 되니,

얼음이 거의 다 녹기를 기다려서 흔들어 마시는 게 좋습니다.

***처음으로 조리하는 법을 써 보니, 쉬운 일이 아니란 걸 알겠습니다. 여러 번 읽어보긴 했으나 혹시 오류가 발견되면 댓글로 고치겠습니다. 키친톡의 고수님들께 새삼 존경심이 모락모락~~~

 

   
3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겨울비
    '12.6.19 10:19 AM

    식혜에 밥알이 뜨게 하려면 밥알이 삭은 다음 끓이기 전에 밥알을 조리로 건져내서 맹물에 따로 담가두세요.
    그리고 드실 때마다 맹물에 담가두었던 밥알을 한숟가락 띄워주면 되요.
    그런데 이 밥알은 끓이지도 않았고 맹물에 담가둔 것이라 맛은 별로 없거든요. 그러니까 장식용으로 띄울 만큼만 건져두고 나머지는 그냥 끓여서 두시구요.

  • 조금느리게
    '12.6.19 1:47 PM

    초기에 그 방법도 시도는 해 봤는데, 어디서 잘못됐는지, 안떠서 아예 시도조차 포기했어요..

  • 2. soll
    '12.6.19 10:28 AM

    저도 외할머니가 해주신 시골에서 먹던 식혜맛 잊지 못해요

    겨울에 살얼음 낀 식혜 마루로 나가서 먹고
    제가 늘 이랬데요
    '아이 떨려~ ' ㅋㅋㅋㅋㅋ

    지금도 외할머니 만나실때 마다 그이야기 하세용 ㅎ

  • 조금느리게
    '12.6.19 1:48 PM

    멋있고, 맛있는 추억을 가지셨네요.
    외할머님도, 어머님도 계실 때 잘 해 드리세요^^*

  • 3. 탱고레슨
    '12.6.19 11:49 AM

    식혜에 얽힌 이야기를 이리도 잔잔하게 풀어내시니 짧은 에세이 하나 접한 듯하네요.
    시할머니의 말투도 구수하니 좋아요...^^

  • 조금느리게
    '12.6.19 1:49 PM

    감사합니다.
    시할머니가 충청도분이셔서리....

  • 4. 낙엽
    '12.6.19 11:54 AM

    가스렌지에서 약불로 3시간을 삭히는가요?

  • 조금느리게
    '12.6.19 1:51 PM

    가스렌지로 가능한 한 가장 약하게 조절한 불로 그 정도면 충분하더군요.
    엿기름물을 적게 넣으시면 조금은 더 단축시킬 수 있을 것 같아요..^^

  • 5. 스카이
    '12.6.19 1:41 PM

    저는 황설탕 써서 그런가 .저렇게 예쁜 색 이 안나와요.ㅠ 암금 가라앉히고 웟물만 썻는데도 말이죠 ㅠ . 한사발 들이키고 싶네요

  • 조금느리게
    '12.6.19 1:54 PM

    설탕은 흰 걸 썼는데 밥을 현미에 흑미 조금 섞은 걸로 했어요.
    그리고 엿기름에 따라서 색이 달라지기도 해요.
    처음엔 새로 밥을 지어서 만들다가 요즘엔 찬밥 모아둔 걸로 하기도 해요..^^

  • 6. 네이드
    '12.6.19 3:16 PM

    식혜를 만들어 보고 싶으나 전기밥솥이 없어 못하는 건 줄 알고 포기하고 있었는데 가스렌지로 가능하다니 너무 감사해요 ^^

  • 조금느리게
    '12.6.19 3:36 PM

    이 방법을 알고나서 시집 올 때 가져온 전기 밥솥 아름다운 가게로 보냈어요.
    쉬워요. 꼭 성공하세요^^

  • 7. 아쿠아블루
    '12.6.19 7:31 PM - 삭제된댓글

    저도 님처럼 뽀얗게 색이 나와 봤으면 좋겠어요.
    흰설탕 쓰고, 윗물만 따라내는데도 매번 누런 색으로 완성되네요.

  • 조금느리게
    '12.6.19 8:01 PM

    엿기름도 색깔에 영향을 주는 것 같아요. 그리고 뽀얀 것보다는 맛이 더 중요하지요^^

  • 8. 신비야
    '12.6.19 8:15 PM

    앗~ 반가워요^^
    저도 94년생 고삼 아들이 식혜를 좋아해서 요즘 자주 해주고 있습니다.
    전 그냥 티백으로된 엿기름 사서 전기밥솥에 밥 한공기 넣어 밤새 보온으로 해 놓았다
    아침에 끓여서 만듭니다.
    간단하지만 맛 괜찮습니다.엄마가 해주시던 맛과 별반 차이 없어요.^^

  • 조금느리게
    '12.6.19 8:24 PM

    그 해 여름은 참 더웠지요? 올여름도 잘 이겨내요, 우리^^

  • 9. 소탐대실
    '12.6.19 8:38 PM

    저도 가스렌지에 식혜를 만든다는것을 어디서 들어보긴 햇는데 이렇게 실제로 직접 만드는 사례를보니 사다놓은 귀한 엿기름으로 시도해 보아야겠네요. 사실 전기 밥통이 하나밖에 없어서 밥을 비어놓고 만들기가 쉽지않아서 미뤘는데 오늘은 당장 만들어야겟네요.생각해보니 예전에는 전기밥통이 있지도 않앗는데도 식혜를 만들었으니 당연히 밥통이 없어도 가능한일이네요,..........후훗.저도 성공햇으면 좋겟네요

  • 조금느리게
    '12.6.19 8:44 PM

    불을 가장 약하게 해놓으세요. 어렵지 않아요. 꼭 성공하실 거에요 홧팅^^

  • 10. 오지의마법사
    '12.6.19 11:24 PM

    저 식혜라면 앉은자리 한병 다 마시는 이인데,,,수유땜에 아주....속상해주겠어요. 그렇지만 곧 이 레시피가 절 다시 행복하게 해주겠죠.

  • 조금느리게
    '12.6.20 6:33 AM

    세상에서 가장 보람있는 일을 하고 계시네요. 저도 13개월 동안 두 아이에게 모유를 먹였어요. 여러 모로 좋지요. 아기 젖 떼면 식혜 많이 드세요^^

  • 11. 싱그러운바람
    '12.6.20 12:02 AM

    94년 봄에 태어난 딸이 그해 더운 여름땜에
    무지 고생했네요

    아이가 계속 울어서 친정에 전화했더니
    옷을 어찌 입혀줬냐고 물어보시더라구요

    첫아이라 가기걸릴까봐 (더워 헉헉거리면서도)
    홀랑 벗기지 못하고 여차 저차 압혔다고했다가
    된통 꾸중을 들었어요

    이리 더운데 아이가 짜증 안나겠냐고
    옷벗기고 닦아줬더니 방긋

    그아이가 올해 대학에 갔네요(2월생이라)

    올 고3 94년생들
    홧팅하길 바래요

  • 조금느리게
    '12.6.20 6:52 AM

    싱그러운바람님 요즘 같은 날씨에 간절히 기다려지는 바람이네요. 이미 대학에 보내셨군요. 무척 부럽습니다.^^

  • 12. 루루
    '12.6.20 1:44 AM

    울 딸도 94년 5 월생 고3 입니다
    그때.. 그 여름 더위 생각나네요

    전 아이를 홀랑 벗끼고 기저귀 베로 감싸던기억이 만지는 내손이 더 더워서

    그때 저희집 에어컨 도 없어 애 아빠 차를
    집에 두고 가고 차안 에어콘 사용 하면서 지냈던 기억
    항상 여름 만 되면 애기합니다

    너 낳던 94년도 더웠다구 무지 무지~~~~

    반가워요..고 3 엄마들

    윗분 아이 대학 들어 갔다니 더 부럽네요
    다들 94년생 고3 홧!!! 팅 입니다요

  • 조금느리게
    '12.6.20 6:57 AM

    아들 친구 엄마들을 만나면, 그 해 여름 더위에 대해 한 마디씩 하곤 하지요. 저희 아이는 10월생이라 뱃속에서 여름을 났어요. 올 여름 더위도 만만치 않은것 같아요. 그래도 잘 이겨냅시다! 아자!!

  • 13. 양돌이네
    '12.6.20 10:10 AM

    저희집도 식혜 식구대로 좋아하는데 한번 해봐야겠네요~~

  • 조금느리게
    '12.6.20 4:36 PM

    처음 한두번만 어렵지, 쉽고 재료도 간단하잖아요.
    성공 기원^^*

  • 14. 스칼렛
    '12.6.20 11:13 AM

    가스렌지로도 식혜가 되는군요.저도 해 봐야 겠어요.

  • 조금느리게
    '12.6.20 4:38 PM

    저도 가스렌지로 하기 시작한 건 1년 남짓인 것 같아요.
    시간이 많이 절약되니까 꼭 시도해보세요^^*

  • 15. 바른가지
    '12.6.20 2:38 PM

    정말 더웠지요...고3 7월생 여기있습니다.ㅠ.ㅠ

  • 조금느리게
    '12.6.20 4:40 PM

    1994년 여름엔 매일 비 오기만을 기다렸어요.
    82쿡에도 동지가 많이 계셨네요^^

  • 16. kimbu
    '12.6.21 10:30 AM

    식혜랑...물....밥양을 대충이라도 알려주실 주 있을까요...^^

  • 조금느리게
    '12.6.21 11:07 AM

    죄송해요;;
    한번도 양을 재 본 적이 없네요.
    밥을 많이 넣으면 달기도 하고 맛이 더 진해지는데, 아이들은 밥알을 남기니 아깝고요.
    설탕은 끓일 때, 맛을 봐 가면서 넣지요.
    제가 음식을 만들 때, 거의 계량을 안해서 가끔 실수를 해요.
    그러면서도 이 나이 되도록 "요리는 느낌으로 하는 거야." 라고 하네요.
    도움을 못 드랴서 죄송해요..^^

  • 17. 애기옹기
    '12.6.21 9:57 PM

    1삭힐때 윗물만으로 식혜양을 잡나요?


    2나머지 가라 앉은 것은 버리나요? 아님 끓일대 부어서 사용하나요

  • 조금느리게
    '12.6.21 11:06 PM

    1 삭힐 땐 윗물만 쓰는 게 맞구요.
    2 앙금은 버리지요^^

  • 18. 현우맘
    '12.6.29 11:06 PM

    참나, 흑마늘이 좋은데 만날 사 먹을 수는 없고 전기밥솥으로 만들 수 있다기에 냉큼 샀지요. 전기밥솥 사고 나니 식혜를 만들 수 있다기에 식혜를 엄청 좋아하는 남편을 위해 엿기름 봉지에 적힌 대로 열심히 만들었네요. 그런데 너무 단 건 몸에 안 좋으니까 설탕을 조금만 넣어서 그런지 남편이 잘 안먹는거예요. 냉장고에 며칠 있다가 하수구로 운명하셨답니다. 그래서 다시는 안 만들겠다고 결심했는데 이 글을 보니 시원한 식혜가 먹고 싶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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