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6.21 월요일의 아침상....
오늘 끓일 국은,
소화도 잘 되고 맛도 순하니 속이 편안한 무국...
무 건더기도 맛있지만,
시원하면서도 은근히 무에서 나온 달큰한 맛까지 일품인 국물까지...
이렇게 쉽고 간단하면서도 맛난 국... 참 좋지요?
그 많던 큰 무 몇개...
어제 냉면무김치 만든다고 다 써버리고
무국 한 냄비 딱 만들어 먹을 만큼 남아있네요...
사실은,
어젯 저녁 냉면무김치 만들면서 무국이 생각나길래...
'내일은 무국 맛있게 끓여먹어야지...'하고
다 쓰지 않고 요만큼 남겨 두었던 거지요...^^
먼저 무를 얇게 총총총 채 썰어 준비합니다.

냄비에 큼직한 다시마에 국물멸치 넉넉히 넣어
충분히 끓여서 맛나게 육수를 뽑아 내고...

준비해 둔 무채를 넣고
무가 부드럽고 말캉하게 잘 익으면 새우젓으로 간 맞춘 다음,
불을 끄면 완성.
무국 만들기... 이렇게 얼마나 간단한지요..^^
새우젓으로 간하면 시원하게 국물맛이 잘 우러나오는 국들이 몇몇 있는데
이 무국도 그 중 하나랍니다.
자투리 무 조각 하나가 냉장고에 들어 있다면
오늘 이렇게 시원한 무국 한번 끓여서 드셔 보세요...^^

생나물로 무쳐먹고 남은 정구지 몇 줄기에...대파와 양파 조각들...
뭘 만들어 먹느라 도마에서 썰고 난 남은 짜투리 채소들은
따로 위생봉지 하나 마련해서 한데 모아, 냉장고안에 얌전히 넣어 둡니다.
그러다가 한 2~3일내로...
이 짜투리 채소들이 시들시들하기 전에
다 모아서 이렇게 보통 전을 부쳐 먹지요.
오늘이 바로 그 날이네요.
채소들만 모아 부쳐도 좋고,
냉동실에 해물 조금 넣어서 부치면 물론 배로 더 맛있구요.
해물도 마찬가지.
오징어,홍합,조갯살 등등...
음식재료로 쓰고 소량이 남았을 때는...
위생봉지에 모아 넣고는 바로 냉동 시켰다가
이렇게 전 부칠 때 꺼내어서 바로 다져서 쓰는거지요.
짜투리 남은것도 버릴 일 없고 음식쓰레기 버릴 번거로움도 없이,
얼마나 맛난 전이 만들어 지는지 몰라요...^^
모두 다 모아서 지글지글~
빈대떡처럼 조그맣게 해물전을 부치고 있는 중입니다.

막걸리나 소주 생각이 물컹 올라오는,
방금 지져낸 전 한 장...
더 맛있게 먹으려면 빨갛고 새콤한 초장 한종지 곁들이면 최고지요.
밥 반찬 삼아서 상에 올릴적에는
이것 초장에 찍어 먹느라 배가 다른 날 보다 쉬이 불러오기 쉬우니,
밥을 좀 적게 담아야 해요.

아이들이 잡채가 먹고 싶다고 이야기를 하네요...^^
그래서 집에 있는 재료들만 가지고
간단하게 잡채를 만들었지요.
먼저 고기를 볶아봅니다.
잡채용 고기라고 사 놓은 게 없어도,
이렇게 찌개용으로 마련해 둔 삼겹살을 가지고도
아주 맛있는 잡채가 한 냄비 나오지요..^^
오히려 비곗살은 거의 없는 돼지안심 길게 썰어 놓은 것 보다
이렇게 적절하게 비계가 섞여있는 삼겹살을 이용해서 잡채에 넣으면
당면과 여러 채소들과 함께 쫄깃쫄깃 씹히는 고소한 고기의 식감이 얼마나 맛난지...
생삼겹살 사 놓았던 것을 냉장고에서 꺼내어서
간장과 설탕,술과 참기름 등으로 적당히 달달하게 양념을 한 후,

후라이팬에 들들들 볶아줍니다.
이렇게 잡채에 들어갈 고기는 볶아서 준비를 해 두고,

이번에는 나머지 채소들을 준비해요.
보통 잡채에는 시금치를 데쳐서 넣는데,
바쁜 시간에 신문깔고 시금치 한 단 다듬고, 씻어서 데치고, 헹궈내고, 꼭 짜서 다시 쪽쪽 먹기좋게 갈라주고...
이럴 여유가 부족할 때도 많지요.
이럴때는 굳이 시금치를 데쳐서 다듬어 넣을 필요없이
냉장고안의 다른 초록 채소들을 써 주면 됩니다.
기왕이면 제철에 나는 신선한 채소들을 이럴 때 많이 먹어주면 더 좋구요.
그래서 오늘 잡채에는 마늘쫑을 넣어서 볶았어요.
마늘쫑을 넣어서 볶아낸 잡채 맛...
마늘쫑 특유의 알싸한 향이 볶는 과정에서 은근하게 변하면서 기름기 많은 잡채의 느끼함도 잡아줄 뿐더러...
서걱거리는 원래 질감에서 볶은 후에는 쫀득거리는 듯한 식감으로 바뀌는 마늘쫑 특유의 씹히는 맛까지...
정말 맛있는 잡채가 된답니다...^^
먼저 마늘쫑 몇 단 사 온것을 꺼내어 깨끗이 씻고,

도마에 올려서 잡채재료로 손질을 합니다.
이것저것 많이 넣을 필요도 없어요.
당근과 양파, 마늘쫑...
잡채에 들어가는 채소는 이게 다랍니다.

양파와 당근은 채 썰어서 준비하면 되고,
마늘쪽은 길이로 길게 반을 갈라 줍니다.
이렇게요.

그리고는 양파와 당근과 엇비슷한 길이로
뚝뚝 잘라 주기만 하면 됩니다.

오늘 잡채에 들어갈 마지막 한가지 재료...
바로 노루궁뎅이버섯이예요.
이름을 어찌나 잘 붙였는지...
딱 그렇게 생긴것을 보면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몰라요.
조금 생소한 재료라도 이렇게 익숙한 음식에 넣어서 볶아내거나 끓여내면
아이들은 금새 그 새로운 먹거리 재료와 친숙해집니다.

양파와 당근을 볶다가
반 갈라서 썰어 놓은 마늘쫑도 넣고,
맛있게 잡채 양념을 해 가면서 볶습니다.

노루궁뎅이버섯도 이제 넣어 줘야지요.
너무 자잘하게 넣기 보다는
먹기 좋도록 좀 큼지막하게 손으로 쪽쪽 찢어서 넣구요.

버섯까지 양념 맞춰가면 맛나게 볶아 졌으면
미리 앞서서 볶아 준비해 둔 고기도
이제 넣어 주고,

이렇게 채소를 양념해서 볶아가며 익히는 동안에
다른 가스불 위에서 잘 삶긴 뜨거운 당면도 건져서
야채를 볶아내던 웍에 같이 넣어
이 당면에도 마찬가지로 잡채양념을 맛나게 맞춰가면서
미리 볶아놓은 다른 잡채재료들과 섞어 조금만 더 볶아주면 끝이지요.

당면은 호로록 쫀득하게 입으로 넘어오는 맛이 좋고,
나머지 채소들은 제각각 달달한 잡채양념과 같이 씹히는 맛이 좋고,
거기다 쫄깃하게 넘어오는 돼지고깃살,
폭신하게 씹히는 보들보들한 노루궁뎅이버섯의 맛까지...

큼직한 웍에다 푸짐하게 만들어 놓고...
맛있게 잘 먹을 가족들을 생각하니 마음이 푸근합니다.

아침이든 점심이든, 혹은 저녁밥이든...
나물 반찬은 거의 빠지지 않고
1~2가지는 꼭 만들어서 올리는 편이예요.
씹는 맛도 좋고, 건강에도 좋고...
남는 나물들은 모두 섞어서 비빔밥 해먹으니
나물 한가닥이라도 남겨서 음식쓰레기로 버릴 일도 없고...^^
그래서 오늘 아침은 콩나물을 손질해 봅니다.
일반 부식가게에서 사 온 콩나물이라서
까만 콩깍지가 아주 많지요.
그래도 마트에서 사 오는 봉지콩나물은 어떻게 보면 깨끗해 보일수도 있지만...
막상 한 봉지를 탈탈 털어서 신문위에 올려 손질을 해 보면
꺽이고 부러져서 못 쓸 정도로 짤막짤막한 게 너무 많아서..
그런 부스러기 콩나물까지 아까워서 다 쓸 수 밖에 없고...
그러다보니 이래저래 손질하는데 시간이 훨씬 더 많이 걸리네요.
요즘은 집 가까운 곳에 조그마한 부식가게가 생겨서
바로 달려 나가면 인심좋은 아주머니께서
무엇이든 푸짐하게 넣어 주십니다...^^
요즘은 이 가게덕분에 참 행복해요.

호박도 볶아 먹으려고
냉장고 안에 있는 풋호박 하나 꺼내어서
좀 큼직큼직하게 썰었구요.

원래 나물반찬 만들적에는 늘 콩나물을 가장 먼저 볶지만,
오늘은 호박나물을 먼저 볶아 봅니다.
큼직한 웍에다 기름 넉넉히 붓고, 다진마늘도 넉넉히 넣고, 여기에 새우젓까지...
호박나물은 이렇게 마늘과 새우젓을 넣어 같이 볶아낼 때,
아주 제대로 맛궁합이 잘 맞지요.
센불로 복으면 호박이 제대로 익지는 않으면서
타면서 냄비 바닥에 눌러붙기 쉬우니...
언제나 약불 정도의 은근한 화력으로 볶아내어야
먹음직스럽게 호박이 볶아지면서
두께가 있는 호박이라도 속 까지 잘 익어요.

이렇게 약불로 볶아 주다가,
냄비 뚜껑을 덮어서 조금 익힙니다.
그리고는 다시 숟가락으로 골고루 섞어가며 볶다가
또 다시 냄비뚜껑 덮어서 익히고...
뚜껑을 덮어주면 약불로 익어가면서
수분이 빠지지 않고 냄비바닥에 조금씩 생기면서
호박이 바닥에 달라붙지도 않고 더 촉촉하게 잘 익지요.

이렇게 볶아진 호박나물.
어른 숟가락만한 제법 큼직한 크기지만
입안에 넣으면 그냥 스르르 녹듯이 식감도 보드랍고 참 맛난 반찬입니다.

이제는 콩나물 볶을 차례.
좀 전에 볶아놓은 호박나물은 반찬통에 덜어 놓고
웍 안쪽을 키친타올 한 장 뜯어서
남아있는 국물 정도 쓱쓱 닦아내 준 다음,
호박 볶았던 웍에다 그대로 콩나물을 볶아 봅니다.
어차피 나물 몇가리를 비슷한 양념맛으로 계속 연속해서 볶아 낼 적에는
한 번 볶을 때 마다 설거지 할 필요없이
그 냄비 그대로 쓰시면 되지요.
손질해서 씻어 놓은 콩나물을 넣고,
콩나물을 맛있게 볶으려면 참기름도 제법 넉넉하게 넣어야지요.

약중불 정도로 뒤적이며 볶아 냈더니,
고루고루 잘 볶아 졌네요.
이렇게 다 익은 콩나물은 국간장으로 간을 맞춘 다음,

고춧가루를 1~2숟가락 넣어서 골고루 섞어가며
약불에서 조금만 더 볶아 줍니다.
오늘은 순한 반찬이 많은 듯 해서
이렇게 콩나물은 고춧가루 넣고 칼칼하니 빨갛게 볶아 본 거지요.
그래서 오늘 나물 볶을 적에, 이 콩나물보다 호박나물을 먼저 볶은 것이구요.
냄비 안쪽에 고춧가루 가득 묻어있는 웍이라면
그저 키친타올 한 장으로 쓱쓱 닦아내는 것 만으로는 그 뻘건기가 제대로 없어지질 않을테니...
설거지를 제대로 한번 해 준 다음 호박볶기에 써야
호박이 깨끗이 볶아질 테니까요.
'순하고 깨끗한 음식부터 시작해서, 양념 많이 들어가고 속이 지저분해 지기 쉬운것 순'으로..
요리할적에 냄비 하나로 돌겨가면서 쓰기의 기본이지요...^^

이렇게 각자 반찬통에 나눠 담았습니다.
나물반찬은 언제든지 보기만 해도 배가 불러요..^^

생선이 빠지면 왠지 조금 섭섭하니...
온마리 반 나눠 살만 포 떠 놓은 순살삼치도 2조각 꺼내어서
반을 잘라서 후라이팬에 올렸어요.
더 맛있게 먹으려고 버터 조각 좀 잘라 넣고
이렇게 지글지글 구워 냅니다.

버터 냄새가 고소하게 퍼지면서
골고루 잘 익었네요.
냉동이 아닌 생물 생선에 삼삼하게 간 쳐놓은 것인지라...
생선살이 아주 야들야들하니... 참 맛납니다.^^

유통기한이 임박한 도토리묵 가루가 몇 봉지 있어서..
어제 오랫만에 도토리묵을 쑤었어요.
저녁에 한 끼 맛있게 먹고,
남은 것은 또 아침상에 이렇게 조금 내어 봅니다.
각종 푸성귀도 적당히 좀 섞어 주었구요.
적당한 용기에다 이렇게 도토리묵과 쌈채소들을 섞어서 담고는,

양념 간장 만들어 놓았다가 밥상에 올리기 직전에 부은 다음,
살살 잘 섞어주기만 하면 되지요.
이런 묵무침 같은 것이 그저 한정없이 좋아지는 것도
나이 들어가는 증거겠지요...아마도....^^

이렇게 준비해서 차려낸 오늘의 아침밥상은...
그러고보니, 주로 여기저기에 남아 있는 자투리 재료들을 사용했네요.
냉장고 안에 넣어 두었던 자투리 무로 끓인 무국에,
마찬가지로 조금씩 남은 자투리 채소에 냉동실의 자투리 해물들 섞어서 부쳐낸 해물전...
그리고 유통기한 임박한 묵가루로 만들어 낸 도토리묵무침까지...^^
그런데....참 이상해요...
비싸게 사온 아주 좋은 재료들로 만들어 낸 한 끼 상차림보다...
이렇게 차려낸 밥상이
왠지 훨씬 더 맛있습니다...^^
도토리묵무침 한 접시 푸짐하게 담고...

버터에 지글지글 구워 낸 순살삼치도
모두 가지런히 접시에 올리고...

칼칼하니 빨갛게 무쳐낸 콩나물 한 접시...^^

폭신하고 달큰하면서도 구수한 풋호박 볶음도 담아 내고...^^

아이들이 좋아라하는 잡채도 한 접시 그윽하게...^^

비록 자투리 재료에다 좀 못난이지만...
이상하게 그래서 맛은 더 좋은 해물전까지...^^

뜨끈뜨끈한 밥에 시원한 무국 곁들여서
모두 감사하는 마음으로 잘 먹었습니다.
아침에 음식을 준비하면서 동시에,
왔다갔다 하면서 마른빨래 개어서 정돈하고 세탁기 몇 번 돌리고....
바삐 움직이면서 뭐 한가지 하는데...
오늘 아침따라 얼마나 푹푹 찌던지요...
더위라도 먹은 탓인지,
뭔가 허전하다 싶어서 나중에 곰곰 생각해보니...
해물전 찍어먹을 새콤달콤한 초장도 내질 않고 아침을 먹은 거 있지요.
아침상 치우자마자 얼른 몸부터 씻고,
바로 짧은 팔 옷을 꺼내 입었어요.
원래 더위를 잘 타지 않고 땀도 그다지 많지 않는 체질이기도 하고,
늘 몸을 차갑게 보다는 따뜻하게 하려는 편이예요.
지금까지 전혀 불편이 없었기에...
얇은 긴 팔 옷들을 여전히 입고 지내다가..
드디어 오늘 아침,
올 해 처음으로 짧은 팔의 제대로 된 여름옷을 꺼내 입은거지요...^^
선풍기 앞에 앉아서
시원한 바람을 팔에 맞으며 얼음 가득 띄운 냉커피 한 잔 마시고 있자니,
천국이 따로 없습니다.^^
작고 소박한 이런 행복이 있으니...
무더운 여름도 또 즐겁게 살아갈만한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