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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이벤트 응모) 모성......

| 조회수 : 2,058 | 추천수 : 63
작성일 : 2006-10-31 20:01:46
김치 ......

좋아하지만 나에게는 강적인 김치!!!!!

청소년기에는 조금씩 먹었고, 아가씨가 되어선 신김치를 즐겼고,

아줌마가 되어선, 좋아하지만 늘 친정어머니와 주위분들의 후한(?) 김치 인심덕에

'나의 김치' 라고  내놓을 변변한 김치솜씨가 없는 나 이지만,

그래도 "김치"하면 얼른 나의 뇌리를 스침과 동시에 콧잔등이 찡해지는 그때의 기억이 떠오른다.




부산 태생인 나는,

결혼하고 임신9개월까지 직장생활을 했다

건축일을 하는 남편이 부산에서 울산으로 직장을 옮기게 되어 출퇴근을 했는데,

새벽 5시에 기상! 식사! 6시에 출근하면 빨리와도 저녁 9시가 넘은 시간에 퇴근을 하니

남편도, 나도 무척이나 힘이 들었다


내가 퇴사를 하고,  울산으로 이사를 하게되었다.

얼마되지 않아 큰 아이를 출산하게 되었는데,

울산은 그야말로 '생면 부지!' 아는 사람이라고는 남편뿐이었는데,

감사하게도 친정어머니께서 산후조리를 해주신다고 아버지랑 같이 오셨다.  

한달 동안 부모님과 함께 있을 수 있어 너무기뻤다.

처음엔 젖이 나오지 않아 힘들었는데 노련한 친정어머니의 손길과 정성덕에

젖이 너무 잘 나와 옷도 많이 적셨다.


아이가 밤낮이 바뀌어 너무 힘들었는데, 남편은 다음 날 고된 현장을 맡아야해서

살그머니 문을 열고 나와 마루에서 아이를 세워안고 흔들어 될때면,

팔목은 시큰, 밑이 아프니 자세는 엉거주춤....

그때 단잠을 주무시던 어머니께서 눈을 부비고 나오셔서 아이를 데려가시며 "좀 자라~~"

고 하시며 아이를 부모님 방으로 데려가실때 정말 천국인양 눈 붙였던 기억이 난다.


몸조리가 끝나고 부모님께서 부산으로 가신다며, 집을 나서시는데 눈에는 걱정이,

애잔함이 가득하셨다.

밥 잘챙겨먹어야 젖도 잘나온다고 하시며 부모님을 배웅하고 나니

외로운 마음에 울먹거렸다.


부모님이 가시고 난 뒤, 멍하게 얼마를 지났을까

아이가 젖달라고 울어대서 젖을 먹이고 나니, 시장기가 확 돌았다.

마음은 슬퍼도, 부모님 말씀도, 또 애 젖먹이려면....   하는 맘으로

냉장고 문을 열고 김치그릇을 찾으니 깨끗이 씻어놓고 가셔서

다시 김치를 내야했다.


김치통을 내서 뚜껑을 연 난 울컥!하며,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어머니께서 거의 김치한통을 다 썰어 가지런히 해놓으신것이었다.



딸이 손자땜이 있는 김치도 못썰어 먹을까....

                                                           하는 엄마의 마음이었다  . .  .  .  .  .



늘 나는 우리 엄마는 속은 따뜻하시지만, 표현이 좀...... 그렇게 생각했었는데

아이낳고 철이 들어서인지, 산후 우울증 덕인지  엄마의 행동너머 저편,  마음을 안는 계기가 되었다.



칠순을 넘어서도 늘 딸들에게 거저 주기를 기뻐하시는 우리 엄마!!

요즘 김치 담그는 수업중인데(각계 각층의(?) 전문가의 조언을 들으며)-경빈마마님도 큰 묷을 해주고 계셔서 감솨!^^-

맛나게 담궈 가져다 드리며 나의 마음을 드리는  이쁜 딸이 되고 싶다.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스누피
    '06.10.31 8:50 PM

    우리 엄마도 제가 이 나이 먹도록 모든면에서 늘 신경써 주시는데
    비슷한 경우가 아닌가 싶으네요.
    가슴이 찡하네요.
    어머니 건강하게 오래 사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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