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수육이 유난히 먹고싶은 날이 있습니다.
평소 좋아하지도 않아요.
입덧은 육신과 환경이 허락하지 않고 ㅎ
미니탕수육에 소주를 곁들이며 곰곰히 왜 나는 탕수육이 먹고 싶었나?
생각나는 건 졸업식과 이삿날은 짬짜탕이 세트로 먹은 날, 횡재한 날
국민학생 시대입니다. 가정방문 마치면 다음 반친구 집을 선생님께
인간네비가 되어 이어줘야 했습니다.
그때 좀 살았는지라 탕수육을 시켜드렸습니다.
절반 넘게 남은 탕수육를 눈으로 침 뱉어놓고
다음 집 연결, 내 발걸음이 무지 빨랐으나
선생님 속도를 따를 수밖에요.
인수인계 마치고 열라 달렸습니다.
집에 도착하니 탕수육 껀데기는 간데없고(형제가 셋 더 있습니다^^)
질척한 국물만 그것도 아주 조금.
저 줄려고 설마 남기진 않았을 거라
그 자리에 앉아 통곡을 했습니다.
엄마가 시켜준 짜장면을 눈물범벅과 함께.
그렇게 탕수육에 한이 맺혔습니다.ㅎ
유달리 요즘 먹는 것에 집착하는 거 보니(살도 2키로 찌고)
퇴행하고 있나? 마음이 허기지는 걸 먹는 것으로 때우나?
먹을 수 있을 때 묵자 마~~^^
미니탕수육은 미니라 해도 혼자 절반도 못 먹었습니다.
식당에서 먹다 싸 온 음식은 99% 음식쓰레기로 갑니다.
집에 가서 먹어야지해놓고는 식은데다 스티로폼이나 비닐봉다리에 처량하게 있는 거보면
입맛이 싹 가십니다. ㅎ
그래도 아까워 나름 리폼을 했습니다.
어디서 본 것은 있어갖고 ㅎ
청경채 대신 단배추 살짝 데치고
마늘 올리브유에 볶고
탕수육 렌지에 데워 같이 볶았습니다.
그래봤자 한낮의 탕수육 맛은 안 나옵니다.
참 저는 탕수육 찍먹파입니다. ㅎ
경상도식 뭇국이 여기저기 보여
무우 사고 양지 사고
파 반단 넣고
문제는 집에 고추가루가 없었습니다. ㅎ
되는대로 해먹습니다. ㅎ
남천열매를 얻어 혼자 연말분위기 잡아 봅니다.
솔방울 좀 많이 줏어와 씻어 두면
습도도 맞춰주고 마르면 솔방울이 피어나는 게 재밋습니다.
11월이 이번 주에 끝나고
수능만 없으면 11월은 세상 고요한 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