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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서 유럽여행은 아니겠죠?

유럽여행 조회수 : 1,382
작성일 : 2011-02-05 14:10:31



결혼을 한달 앞둔 예비 신부입니다.

남자친구는 딸딸딸 끝에 태어난 막내아들입니다

아무래도 시부모님께는 좀더 각별한 자식이 아닐까 싶어요


예비시어머님은 워낙 몸이 약하신분이에요

13년전에 큰수술도 받으셨었고 - 그 후부터 지금까지 쭉

컨디션이 좋았다 나빴다 반복하며 지내시고 계신 상태였어요

가끔 입원 퇴원도 반복하셨고 늘 약을 곁에 두고 지내세요

작년 10월쯤엔 다시 병원에 입원하셔서 심장수술을 받으셔야 했는데

검사결과 백혈구 수치도 너무 낮고, 항생제를 맞을수 있는 간 상태가 아니여서

결국은 수술을 못하시고 퇴원하셨어요 -


전 저 소식들은 남친 통해서만 들었구, 만나뵙진 못한 상태였다가

직접 어머님을 만나뵙게 되었는데 -

너무너무 마르시고 걷는것도 힘들어하시고 목소리도 탁한... 제가 보기엔 정말 안좋은 상태로 보였는데

남친 말로는 저 정도는 괜찮으신 거라고 하니... 좀 많이 충격을 받았었어요 -

다 쇠잔하신 어머님을 보고..  미뤄왔던 결혼을 결심하고

일사천리로 상견례하고 날을 잡았습니다.

예비 시아버님은 식은 설전에 했으면 좋겠다고 하셨지만 3월로 진행이 되었고

신혼여행은 유럽으로 예약하고.. 현재는 거의 결혼준비 마무리까지 왔답니다 -


그. 런. 데 -  설 전부터 어머님 건강히 극도로 나빠지셔서 제대로 앉아 계시지도 못하고

수저도 겨우 드시고, 닝겔을 맞아도 수액이 안들어 간다네요

찾아 뵈었더니, 어머님 모습은 정말.....

전 그렇게 편찮으신 분은 전 본적이 없었거든요  

그날 어머님 모습에서 ...  기력이 다하셨구나 얼마 안남으셨구나..... 하는 생각이 스쳐지나갔어요


설 지나고 다시 찾아 뵈었는데

상태는 여전히 안좋으시고 화장실도 겨우 가시고 얼굴에 핏기도 전혀 없으시더라구요

그래서 결국은 병원에 입원하시기로 하셨구요.. 그렇다고 별다른 치료법이나 그런건 없을거 같아요

지금 이 상태로는 결혼식 참석도 불가능 하실거 같구요

다시 건강이 좋아지신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결혼식을 미룰수도 없고 -


어머님 참석 못하셔도 결혼식을 진행하더라고

저희가 계획한 유럽 신혼여행은 취소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어머님 편찮으셔서 아들 결혼식에 참석도 못하시는데

10일동안 유럽으로 맘편히 여행 못다녀 올거 같고, 그 사이에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어쩌나 싶고

그래서 신혼여행을 취소하자고 남친한테 그랬더니, 남친은 그대로 진행하자고 괜찮으실거야 하는데 ..


참 맘이 복잡하네요 -

전 결혼에 전혀 관심이 없던 사람이었는데, 너무 쇠약하신 어머님 모습을 보고 결혼을 결심했어요

귀한 막내아들 결혼하는 모습을 보여드려야겠구나... 이게 그나마 내가 할수 있는 효도겠구나 싶어서요


남친에게 제 맘을 설명하니 니 맘이 정그러면.. 신행 취소는 섭섭하니 짧게라도 근처로 다녀오자고 하네요

그러면서도.. 남친의 여운은 " 나 유럽으로 가고싶은데 .... " 이러네요

전 그렇게 긴여행은 무리니, 짧게 갔다오자고 못을 박았어요

근데 저렇게 말하는 남친.. 속으로는 아마 울고 있을거에요. 먼저 신행 취소하자는 말을 할 수 없을테고

본인이 이상황에서 본인 부모님에, 저와 저희 부모님 반응도 신경써야하고. 많이 힘들거에요 -


흘러가는대로 흘러가야겠지만

이런 상황에서 제가 이렇게 하는게 맞겠죠?




IP : 119.70.xxx.23
1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1.2.5 2:15 PM (68.174.xxx.177)

    마음 참 착하시네요. 글로만 봐서는 이 와중에 유럽여행 가고싶다고 얘기하는 철없어 뵈는 예비신랑분속까지 헤아려서 얘기하니... 복받으실 것 같네요. 행복하게 사셔요..

  • 2.
    '11.2.5 2:19 PM (218.234.xxx.206)

    예전의 저라면 저도 취소했을거같은데..
    지금의 저라면 강행했을듯합니다.
    그냥 정상적이고 평균적인 삶으로 봤을땐...
    결혼하고 10년은 어렵더라구요.해외여행가더라도 애기때문에 휴양으로 가게되구요.
    에구..암튼 고민되시겠어요.

  • 3. ...
    '11.2.5 2:21 PM (112.169.xxx.114)

    저라도 님처럼 했을 것 같아요.
    우린 개념인인가봐요....^^
    남편분이 아마 두고두고 고마워 할 거예요...
    예쁘고 행복하게 사세요~

  • 4. .
    '11.2.5 2:25 PM (122.42.xxx.109)

    어머님이 저리 편찮으시고 에비시아버님께서 결혼식을 설전에 치루자고까지 말씀하셨다면..3월 결혼식까지 어머님이 버티실지도 모르는 마당에 결혼하고 10년간 해외여행 어려우니 다녀와라는 얘기는 참 정 떨어지네요. 내 친부모가 같은 경우를 당했어도 스스로 그리 행했다면 할 말 없지만서두요. 어쨌든 이쁜 원글님의 마음 씀씀이만큼 어머님이 꼭 결혼식에 참석하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 5. 뚱고냥이
    '11.2.5 3:14 PM (220.87.xxx.206)

    원글님 생각이 너무 대견하네요
    요즘 아가씨답지않게 생각이 깊고 예뻐요
    결혼식 잘치루시고 행복하게 사셔요~

  • 6. \
    '11.2.5 3:23 PM (58.227.xxx.253)

    여자입장에서 보면 그래도 유럽으로 여행가자는 남자가 고마울수 있으나
    자식이 아닌 님의 눈으로 보기에도 얼마 안남았다 싶은 어머니를 두고 유럽으로 가자고
    하는 아들은 참으로 철이 없습니다. 요즘 그런 아들이 많아서 엄마들 한숨이 대단합니다.
    곱게 키워서 그런거에요...힘들게 자란 아들은 저런 철없는 소리 못해요.

    그래도 님이 남자친구보다 마음씀이 넓으시네요. 여자가 철이 먼저 드니까요.
    잘하시는거에요, 정말 상태가 위중하시면 가까운곳으로 다녀오시고, 시어머니 잘 보살펴 드리세요. 몸과 마음 모두 절망적이실겁니다.

  • 7. ..
    '11.2.5 3:28 PM (110.14.xxx.164)

    이번엔 간단히 다녀오세요

  • 8.
    '11.2.5 4:34 PM (210.222.xxx.234)

    82에서 간만에 개념찬 따숩녀~ 보네요..
    맘 씀씀이가 진짜.. 남자분 로또 맞았네요..
    일면식도 없는 남이지만, 저도 결혼 진심으로 축복드립니다!! 행복하게 잘사세요~

  • 9. 어쩜
    '11.2.5 5:04 PM (211.200.xxx.55)

    마음 씀씀이가 그렇게 깊고 지혜로우실까요.
    원글님을 키운 부모님이 참 훌륭하신 분일것 같아요.
    이런 분이 따님으로 며느리로 아내로 계시는 가정은 만사형통일 것 같아요.
    결혼 진심으로 축하드려요.
    신랑되시는 분 정말 행운아시네요.
    이런 분을 아내로 맞이하시는 걸 보니.

  • 10. 축하드려요
    '11.2.5 6:06 PM (118.33.xxx.222)

    결혼 미리 축하드려요...^^
    님 남편분은 정말 좋은 아내를 맞이하시네요.....
    유럽여행 나중에도 꼭 다녀오실 수 있으실꺼라고 남편분 위로하세요...우리네 인생은 길고 기니까요....^^
    어머님도 쾌차하시길 빕니다.....

  • 11. 마중물
    '11.2.5 10:23 PM (121.167.xxx.239)

    원글님 마음이 정말 예쁘네요.
    남편되실 분은 전생에 나라를 구하셨나??? 이런분을 아내로 맞이하시는것을 보면...^^
    원글님 생각대로 유럽은 나중에 가셔도 되어요.
    꼭 다녀오실수 있어요. 유럽뿐아니라 이렇게 마음이 고우신분인데 어딘들 못가실까요...^^
    결혼식 잘 치루시구요, 어머님도 나으셨으면 좋겠네요.
    결혼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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