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개편이전의 자유게시판으로 열람만 가능합니다.

아버지 친구분들이 아들한테 퇴직금을 주셨다는데 제가 화가 나네요.

정신차리고살자 조회수 : 2,145
작성일 : 2011-01-30 19:35:30
아버지가 친구분들 만나 점심 하시고 오셨어요.

오늘은 쉬는 날이라, 예전 동료분들과 간단히 점심 드셨대요.
동료분들 만난 얘기 듣고, 저랑 엄마랑 기가 막히다고 좀 떠들었어요.

A. 아들이 일부러 아버지 퇴직할 것 기다렸다가 퇴직금 절반을 가져다가 30평대 새 아파트 분양받아서 결혼했고
B. 서울로 사립대학까지 보낸 아들이 아버지 퇴직금 전부와 살던 집(좋은 집은 아닌 것 같고, 월세 조금 받을 수 있는 주택을 평생 번 돈으로 마련한 것)까지 팔아서, 자기 사는 수도권에 부모님은 전세 5000짜리 집 얻어드리고 모시고(?) 갔답니다.

저랑 엄마가 왜 화가 났냐하면 저희 아버지가 시청 소속 청소부셨거든요.
지금이야 기능직 공무원 소리라도 듣고, 급여나 처우가 예전보다 몰라보게 좋아졌지 제 아버지와 동료분들은 고생 많이 하셨어요.

겨울에 손수레에 쓰레기 가득 싣고 빙판 언덕길을 진땀 뻘뻘 흘리면서 오르내르기도 하고,
분리수거도 안할 때는 온갖 쓰레기 속에서 못, 유리 등등 날카로운 물건이 튀어나와서 다치기도 하고,
도로에서 낙엽 쓸다가 사고 나고, 한겨울에도 쓰레기 차 뒤에 맨 몸으로 매달려서 가다가 다치고...
수해가 나도 달려나가서 청소해야 하고, 큰 사고가 있어도 소방서 출동하면 그 뒤에 따라가서 핏물 고인 사고 현장 청소하고, 여름에는 천변 풀까지 낫으로 다 베면서 일하셨어요.
청소부가 차로 쓰레기나 나르고 도로나 쓰는 줄 아는 사람도 있지만, 시에서 일어나는 온갖 일들 뒤에 항상 계셨던 것 같아요.
하다 못해 투표일에도 한밤중에 개표 끝나는거 대기했다가 청소하러 나가셨으니까요.
크고 작게 다치는 일도 많고, 사고로 돌아가신 분들도 여러분 계세요.

월급도 매달 나온다 뿐이지 워낙 작았지요.
쉬는 날도 일년에 세번, 설, 추석 당일, 본인 생일 당일 3일 뿐인데 명절에는 그나마 아예 쉬면 명절 아침에 집 앞에 쓰레기들이 쌓여있게 마련이니 새벽에 더 일찍 나가 치우고 들어오셔야 했지요.
매일 매일 출근이 새벽 4시 5시 이르면 3시에도 나가야 하는 생활.
누구한테 인정도 못받으면서 그래도 월급 매달 나오고 중고등학교 학자금이라도 나오니 자식들 밥 안굶기고 학교는 보낼 수 있으니 그렇게들 사셨어요.
돈도 빽도 내세울 기술이나 학력도 없으니 그렇게들 사셨지만, 본인이 성실하고 책임감이 없으면 얼마 못 버티고 그만 둘 수 밖에 없이 힘든 일이었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젊은 날을 보내고 퇴직하면 손에 남는 것이 집 한채에 퇴직금 정도에요.
알뜰하지 못한 살림살이면 퇴직 때까지 집하나도 마련 못하고 끝나기도 하구요.
그나마 자식들 대학이라도 한둘 보내고 나면 어지간히 절약하며 살았어도 집이나 좀 변변할까 노후자금이라도 남을 살림들이 안되요.

아주 젊어서 시작했기 보다는 30대에 다른 일들을 거쳐 시작하다 보니, 연금 조건이 안되서 퇴직금 일시불로 받아 나오시는 분들이 대부분에 기본급이 작았다보니 그 액수도 많지 않습니다.


퇴직금이 전재산이고 퇴직 후에도 경비직이나 그도 자리가 넉넉하지 않으니 폐지나 고물 수거해서 생활비들 벌고 그러세요.

그런데 아들들이 그 퇴직금 달래서 받아가고, 집까지 팔아갔다는 소리에 얼마나 화가 나던지요.
아들들이 덩치 커졌다고 새벽에 아버지 도와서 뭐 했다는 얘기는 한번도 못 들어봤고,
길에서 작업복 입은 아버지와 눈 마주치고도 모르는 척 지나가서 속상하게 했다는 얘기는 들어봤어요.

그러던 놈들이 기껏 커서 아버지 피땀이나 다름없는 퇴직금까지 울궈갔다는 게 분통이 터지네요.


퇴직금 타고 나서 친척이나 친구랍시고 나타나서 돈 뜯어간 다른 사연들도 있고 그런 얘기 들을 때도 기막혔지만, 둘 셋이나 있는 자식에 하나씩 있는 아들놈들까지 그런다니 제가 다 화가 나요.

부모님 전 재산 가져가고 매달 생활비를 100을 댈 겁니까, 200을 댈 겁니까.

저도 요즘 부모한테 못기대고 사는 게 얼마나 팍팍한지 잘 알고, 전세값도 오르는데 힘들어서 약간 손 벌리는 것까지는 이해할 수도 있다고 해도 이건 아닌 것 같아요.

부모한테 손 벌리는 것도 부모가 어느정도 가진 게 있고 그럴 때나 그런거지.

먼지에 오물 묻은 냄새나는 작업복 입고 멸시까지 받아가면서 일해온 아버지들 인간적으로 안쓰럽습니다.
사무직, 생산직, 자영업도 어느 하나 쉬운 일 없고 부모님 세대들이 고생 많이 하신 분들 두루 많지만요.
자식들이 교복입고 지나가는 걸 보면서도 혹시 부끄러워할까 먼저 아는 척도 못하고 사신 분들한테 그러는 거 아닌데, 자식이 부모 뼛골 빼먹는 게 이런 건가봐요.
IP : 118.46.xxx.91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1.1.30 7:45 PM (220.88.xxx.219)

    예전에 저 아는 애가 아빠 퇴직금 1억 넘는 돈으로 몸땅 혼수해간 애가 있어요.
    그냥 성실히 회사다니는 아버지에 전업 어머니께서 그 애 무용시키느라 번 것 다 그 애한테 부었는데 혼수 최고로 해야한다고 징징거리더니 아빠 퇴직금 꿀꺽 하더군요. 그래도 자기 잘나서 잘난 남자 만나서 그러니 그게 당연한 양...

  • 2. jk
    '11.1.30 7:52 PM (115.138.xxx.67)

    에휴...

    공무원 아직도 연금과 일시불 퇴직금중에서 선택하는것임?
    연금이 훨씬 더 이득인데 자식이 뭔지 어쩜 저렇게 손해보는 선택을...
    아무리 돈이 없다지만 벼룩의 간을 내먹지.... 쯧쯧

  • 3. .
    '11.1.30 8:00 PM (116.37.xxx.204)

    형편 좋은집도 그래요.
    딸만 둔 울 친정 아버지께서 그러시대요.
    아들 여럿 둔 집 속 들여다보면 골병 들었다고요.
    아들 뒤 봐주다가 남 모르게 속알맹이 다 팔아버린 집 많답니다.
    물론 딸도 딸 나름이겠지만요.

  • 4. 푸른바다
    '11.1.30 8:08 PM (119.202.xxx.124)

    jk님!
    공무원 퇴직금(일시금? 퇴직수당?), 연금 선택합니다. 반반도 되고, 2:3도 되고 대충 그럴거에요.
    그런데 20년 이상 근무하지 않으면 본인이 원해도 연금으로 못 받습니다.
    늦게 들어오신 분들 그게 문제지요.
    그런데 그렇게 타가는 자식도 문제지만, 주는 부모님들도 문제네요. 자식한테 주더라도 노후대책은 남겨두고 줘야죠.
    일단 주고 나면 내 노후는 자식이 책임지겠지????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

  • 5. 퇴직연금제도
    '11.1.30 8:10 PM (125.182.xxx.109)

    이래서요,,퇴직 연금 제도가 필요한거에요.현금으로 못가져 가는대신, 다달이 죽을때까지 연금으로 수령하는제도요.. 국민연금+퇴직연금+개인연금 이렇게만 잘 준비해 놓아도 자식들이 재산가져가서 속섞일일 없고, 노후 먹고사는 문제로 머리아플일 없고, 자녀들이 부모 노후 책임안져도 되고요...
    퇴직금 나와봤자 사업한다고 다 날리거나, 자녀들이 사업한다고 가져가거나 결혼한다고 다 뜯어 가거나.. 그래서 퇴직금은 현금으로 받는거 전 반대합니다.
    본인노후를 위해서 반드시 퇴직 연금 가입하세요.. 그래야 100세 수명 재앙을 피합니다.
    나이는 많고 수입은 없고.. 얼마나 불안한 노후인가요.
    반드시 퇴직 연금제도는 필수입니다...
    회사다니시는분들 꼭 퇴직 연금 가입하세요..

  • 6. ..
    '11.1.30 10:26 PM (110.14.xxx.164)

    주는 사람이 바보지 싶어요
    주변에서 그러지 말라고 말렸을텐데요
    노후에 손에 돈 이라도 들고 잇어야 자식들 그나마 가끔 얼굴 볼수 있고 천대 받지않는다고요
    나 아파도 어느 자식이 병원비 대겠어요 저 살기도 힘든데요
    자식 주더라도 나 죽고나서 줘야지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575200 22개월 아이를 심하게 때렸어요 ㅠㅜ 9 ㅠㅜ 2010/09/12 1,600
575199 헬스클럽에서 기구로 운동할때 무게는 어떻게?? 3 가르쳐주세요.. 2010/09/12 579
575198 내 아이의 성격 14 개인적인궁금.. 2010/09/12 1,908
575197 몽아~~~ 13 1박2일 2010/09/12 2,440
575196 마이클럽에서 오신 분들 계세요? 18 ... 2010/09/12 2,294
575195 노인성 난청 보청기 질문이요~ 1 궁금맘 2010/09/12 300
575194 82쿡님들 청소기 뭐 쓰세요? 6 청소기 .... 2010/09/12 725
575193 추석 상여금 나왔나요? 3 하니 2010/09/12 986
575192 유두보호/상처크림 뭐바르세요??무스텔라가 제일나은가요?? 4 ??? 2010/09/12 621
575191 애견인친구 삐졌어요.어떻게 풀어주죠? 23 애견인 친구.. 2010/09/12 1,395
575190 유축기쓰는데...사용방법알려주세요..시간? 1 ??? 2010/09/12 188
575189 일본에서 아이폰 악세사리를 많이 파는 매장이 어디있나요 2 레인보우 2010/09/12 334
575188 쭈쭈젖꼭지라고 아세요??거기에 든 노란핀?노란링? 이거뭔가요???어찌쓰는거예요? 1 ??? 2010/09/12 353
575187 모유수유 한달정도 됐는데요..초밥 먹어도 되나요? 7 궁금이 2010/09/12 3,391
575186 7세 남자아이..명작이랑 판도라지식통통이랑 같이 구입해주면 부담스러울까요.. 1 전집 2010/09/12 260
575185 빅마마 이혜정 광고. 4 광고 싫어 2010/09/12 1,683
575184 핫핑크색 트렌치코트를 구매했어요... 어떡하죠?? 27 아기엄마 2010/09/12 2,654
575183 다이슨 청소기 생각중인데요.. 3 .. 2010/09/12 924
575182 점심드셨나요? 모 드셨어요? 12 점심 2010/09/12 1,190
575181 중1 딸 먹보대장 입니다.. 12 .. 2010/09/12 1,614
575180 강남에서 교육시키시는 선배맘님들( 내용이 길어요) 9 고민맘 2010/09/12 2,611
575179 특정 장소에 두었던 제습제에 고인 물 색깔만 이상해요 왜 그런걸까요?? 1 제습제 2010/09/12 501
575178 멸치 가루 대신 멸치 국물 내는 이유는 뭐예요? 16 귀차니즘 2010/09/12 3,007
575177 구입한 빌라의 누수(외벽?)관련 질문입니다 1 다라이 2010/09/12 522
575176 티비 없는 집, 무심한 남편 1 탁구 2010/09/12 900
575175 분유가 너무 맛있어요..너무 많이 먹으면 안되겠죠.. 9 분유 2010/09/12 1,384
575174 유명 바이올리니스트 콘서트 혼자 가면 마니 어색할까요? 16 보고싶어용 2010/09/12 883
575173 집안에서 곱등이가 발견되었어요. 9 . 2010/09/12 7,212
575172 보험회사 검진 궁금해서요 2010/09/12 219
575171 산으로 금초 농사쟁이 2010/09/12 1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