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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한 지 얼마 안 됐는데 앞집 결혼식에 초대받았어요

아직도 모르겠어 조회수 : 2,604
작성일 : 2010-12-25 09:16:15
오래 전 일이에요.
저 결혼하기 전에 친정에서 있었던 일이거든요.

이사 기념으로 인사도 할 겸 어머니가 앞집에 과일을 갖다 주셨어요. 저희가 과수원을 하거든요.
그런데 그 아주머니 문만 빼꼼 열더니 과일 받기를 대뜸 거부하는 거예요.
"아유~ 내가 이거 받으면 그쪽에도 뭐 해줘야 되잖아. 싫은데..."
좀 황당했지만, 우리가 과수원을 해서 넉넉해서 드리는거니 부담없이 받으시라고 그냥 줬어요.

이후, 각 방마다 보일러 잠그는 걸 어떻게 하는지 몰라 물어봤더니 그 아주머니가 냉큼 저희 집으로 건너오시더라구요. 직접 보고 가르쳐준다고.
그러더니 집에 있는 남동생 사진을 보고 무척 반가워했어요. 제 동생이 해군출신이라 해군복을 입고 찍은 사진이 있는데 그 집 아들도 해군 복무중이라더군요.

그리고 며칠 지나지 않아 저희 엄마가 그 집 딸이 아파트 입구에서 울고 있는 걸 봤대요.
마침 그 아줌마가 현관에 나와있길래 물어봤더니 딸 남자친구가 무슨 날이라고 꿀인가 하여간 선물을 보냈는데, '내가 그거 받을 이유 없다', '부담스럽다'며 돌려보냈다고.
그래서 저희 엄마가 '애들이 결혼한다고 하는 것도 아니고 둘 사이를 반대하는 것도 아니고 심각한 선물도 아닌데 그걸 별다른 이유없이 그렇게 대뜸 끊어내면 딸이 얼마나 속이 상하냐고. 그냥 받든지, 좋은 말로 거절하든지 하지 그랬냐'고 했더니 그 아주머니 '그런가?' 하며 또 고민하시더래요.

하여간, 짧은 기간 동안 지켜본바로는
매우 마르고 약간 강박이 있어보이면서 얼굴에 웃음이 없는 분이었어요.
말도 행동도 무척 빠른데 좀 공격적인 느낌.
그리고 할머니들이 시장갈 때 끌고 다니는 조그만 스테인리스 수레를 끌고 늘 어디론가 바삐 다니곤 하셨지요.
깔끔하고 부지런한 가정주부였던 것 같은데, 재래시장을 자주 다니시나 했어요.

그리고 또 얼마 지나지 않아 갑자기 저희 엄마를 붙잡고는 이번 주에 딸이 결혼하니 오라고 말하더래요.
'아유~ 나도 그 집 애들 시집장가 갈 때 가볼 테니까 꼭 와요' 이러면서...

평소 살갑게 인사를 나눈 적도 거의 없고, 이사하고 오랜 기간이 지난 것도 아닌데 저런 초대 받으니 난감해서
그냥 가지 않았어요. 솔직히 그 분이 예의가 없다고 생각했지요. 나중에 만나면 축하 인사나 해야겠다고 생각하셨어요 저희 엄마는.
그런데 축하 인사를 할 겨를이 없더군요.
그 다음부터 아주머니 태도가 눈에 띄게 달라진거예요.
일단 마주치면 눈을 부딪히지 않고, 고개를 홱 돌려버리더라구요.
심지어 우연히 동시에 아파트 문을 열고 나오게 되면 문을 쿵 닫고 다시 집으로 들어가버리는....
우리 엄마 뿐 아니라 우리 가족 모두를 저렇게 대해서 정말 황당했거든요.

어쨌든 전 인사는 꼬박꼬박 했어요. 그래도 어른이니까.
그렇게 오랫동안을 서로 무관심하게 지내다가
어느 날 아래층 할머니로부터 그 아주머니가 병으로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집 아저씨랑 아들은 이사를 갔고요.

한 때 이웃이었던 분이 젊은 나이에(50대) 갑자기 돌아가셨다니 마음이 좋지 않았지만
워낙 애매하고 이상했던 관계였고, 결혼식 사건 이후로 2년 이상 인사도 안 했던 사이니 그럭저럭 잊었지요.

그런데 요즘도 가끔 그 생각이 나긴해요.
그 결혼식에 갔어야했던건지.
솔직히 그 분이 우리 집 결혼식마다 꼬박꼬박 올거라고 한 그 말이 믿어지지도 않고
그 사건이 아니라도 친해지기엔 상당히 부담스러운 분이었지만
그래도 이웃사촌이고 대놓고(?)초대를 받았으니 가는 편이 좋았던건가, 하는 생각이요.

아래에서 쌩~한 이웃 얘기를 읽고나니 문득 그 때 생각이 나네요.
하여간,
메리 크리스마스~~~~ ^^

IP : 221.155.xxx.138
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0.12.25 9:37 AM (124.52.xxx.147)

    이상한 아줌마 맞네요. 그렇다고 쌩하고 얼굴도 안 마주치다니. 돌아가셨다니 님이 죄책감을 갖는것 같은데..... 그러실 필요는 없는 듯해요.

  • 2. 안가셔도
    '10.12.25 9:42 AM (175.196.xxx.182)

    무방하셨던일 같네요

  • 3. 그런가?
    '10.12.25 9:45 AM (124.28.xxx.101)

    그분이 딸의 일로 님의 어머니와 얘기를 나누고 "그런가? 하고 고민"했을때부터
    님의 어머니께 마음을 열었던듯해요.

    말을 직설적으로 해서 오해를 일으키는 분이기는 했어도
    부담주지않으려는 고지식함에서 오는것 같기도 하고요.
    그런분이 딸의 결혼식에 초대했을때는 표현이 서툴었어도
    마음을 열었던 관계로 생각하지 아니었을까 싶네요.

    이미 지난일이기는 하지만
    그댁 따님 결혼식에 가보셨음 좋지 않았을까싶네요...

  • 4. ..
    '10.12.25 10:01 AM (61.106.xxx.68)

    지나간 일이니 어쩔수는 없지만..
    원글님같이 나이차 나는 분에게 결혼식에 오라고했으면
    친하지않은데 왜 그러지? 하고 좀 황당하지만..
    원글님 어머니께 그랬다면...얼마되지않은 기간이지만 어머니들 사이의 공감대같은걸 느끼시고
    그분은 나름대로 마음을 여셨던것아닐까요?

    그런데 결혼식에 오지않으셨으니 오든 안오든 그 단순한 사실때문이 아니라
    어렵게 마음문을 연결 거절당하니 무안하셔서 그 담부터는 모른척했을것같아요.

  • 5. 원글
    '10.12.25 10:03 AM (221.155.xxx.138)

    제 생각도 여러분 생각처럼 그래요.
    이상한 아줌마, 안 가도 되는 결혼식, 돌아가셨다니 괜한 죄책감... 이러다가도
    그 아줌마가 결혼식을 핑계로 우리 엄마랑 친해지고 싶었던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마구 교차하거든요.
    설마 앞으로 이런 일이 또 있겠냐만은, 만약 비슷한 일이 생긴다면 앞으로 어떻게 하는게 좋을까 고민해보게 되더군요.

    모두, 즐거운 크리스마스 보내세요~~

  • 6. ...
    '10.12.25 12:57 PM (1.226.xxx.235)

    아파트 같은라인에 안면많은 집의 따님이 결혼한다는 소문은 들었는데 언제하는지 초대 못받아서 결혼식에 안갔어요, 그랬더니 그댁 딸이 날보고 인사도 않더군요, 그집 아버지도 인사하고 지냈는데 좀 섭섭해하는 눈치구요 . 청첩장을 받고 안간것도 아닌데도 그러대요...

  • 7. 참나...
    '10.12.25 1:29 PM (125.182.xxx.42)

    전세살던곳 바로 아랫집서 별 왕래 없었고, 우리집도 이사나왔는데, 딸 결혼식 청첩장을 보냈더군요. 남편쪽으로 한다리건너 회사 사람이 바로 아랫집 아저씨 였대요.
    음....남편은 돈 내자고 했는데, 저는 싫다고 했어요. 다시는 안 볼 사람 이었구요.

  • 8. ..
    '10.12.25 1:44 PM (110.14.xxx.164)

    그냥 축하한다 하고 안가도 되요 꼭 오라고 주는건 아니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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