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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때 상처 (제가 유별난건가요?)
어릴때 부모님께 받은 상처가 누구나 있겠지요
저도 몇몇 있습니다
심하게 맞거나 그런건 이상하게 기억이 잘 안나고...
저희 엄마가 제가 간난아기일때 운다고 던진적도 있고
제가 잘못했다는 말을 안하는 편이라, 물통에 거꾸로 처박은 적도 있다는데 그건 기억이 안나요
기억 나는건 제가 수두걸렸는데 부부싸움하느라 병원에 끝내 데려가지 않고
약국가서 대충 약지어 오시고 끝.. 뭐 이런거랑 가장 큰건
제가 어릴때 동네에 새끼 고양이가 태어나 온몸이 까맣고 눈이 초록색인 여자 고양이를 키웠어요
옆집 언니도 똑같이 생긴 수컷을 데려와서 키웠지만 그애는 밖에 막 돌아다니다가
아웅산 폭발 사고나던날 죽었어요
병원 한번도 못가고 옛날이니까요 ㅠㅠ
우리 고양이를 제가 무척좋아하고 의지했습니다.
내성적이라 학년진급할때 마다 친구 한명 밖에 없었고 다른 애들이랑은 말도 안할정도였어요
동네 친구들과도 그리 친하지 않고, 당시는 옆집 언니랑 조금 친했던가 같아요
부모님 사는게 힘들어 맞벌이라 퇴근하면 나를 반겨주는건 우리 고양이었지요
마중도 나오고 , 없는 형편이라 맨날 쌀밥만 먹어 고양이가 아주 작었어요
고양이는 100% 육식동물인데 ㅠㅠ
우리 고양이가 한 몇년은 같이 산거 같아요 저처럼 소심해서 밖에도 안나가서 새끼도 안낳았고
집에서 나방 같은거 잡아 저한테 선물하곤 했지요
밖에는 제가 어깨위에 얹고 같이 만화가게 다니고 산책하고 하여간 늘 같이 다녔어요
그런던 어느날 엄마가 도저히 털때문에 못산다고
내다 버리라고 난리를 치셨고, 아버지가 어린 저를 데리고 (아마 국민학교 6학년 정도)
대구에 칠성시장이라고 개잡는 시장있어요
거길 같이 걸어갔습니다
저는 계속 고양이데리고 울면서 걸어갔구요
우리 고양이는 상황을 알고 울지도 않고 멍한 표정으로 울더라구요
고양이가 눈물을 흘릴수도 있는걸 처음 알았어요
칠성 시장에 가서 고양이를 주니 작다고 500원자리 동전과 한 800원 정도 받은거 같아요
돌아와서 다음주에 혼자 칠성시장을 찾아갔더니 고양이는 없더군요
아마 신경통약이 되었거나, 개소주에 첨가물이 되었겠죠
그 돈 을 죽을때까지 안 쓰리라 결심하고 옷장속에 고이 모셔두었었는데
엄마가 히스테리 부리던날 라면사서 끓여주며 달래느라 썼던 기억이 나요..
얼마나 처절했는지 몰라요
그날의 기억들이 아직도 잊혀지지가 않고,
왜 굳이 나한테 우리 고양이를 죽음의 길로 직접 안고 가게 했는지 지금도 이해가 안되네요
하여간 아직도 우리 나비한테 죄스러운 마음에 가끔 울곤 합니다.
이제 30년이 지나가는데도요
한 5년 10년주기로 나비가 꿈에 나와서 저를 보기도 하고요
제가 너무 유별난건가요?
1. 베이
'10.12.16 11:28 AM (180.68.xxx.37)읽다가 너무 가슴이 아파서 덧글답니다.
그 시장을 님에게 안겨 걸어갔을 고양이도, 고양이를 품에 안고 울면서 걸어갔을 아이였던 원글님도 너무 안쓰러워요.
유별난거 절대 아니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저도 저런 기억이 있다면 평생 따라다녔을 거예요.
사람들은 누구나 자기 안에 어렸을 적 자기 모습을 품고 살아간다죠.
그리고 살다가 힘든 상황에 접하면 그 아이가 불쑥불쑥 튀어나와 상처를 에이게 한다죠.
그 아이, 님 안에 살고있을 그 아이 많이 다독여주시고 지켜주세요.
이제는 그 누구도 그 아이를 다치게 할 수 없도록, 님이 힘이 되어 주세요.2. ./ㅣ
'10.12.16 11:40 AM (125.181.xxx.181)고양이가 나방을 선물하다니.. 한편의 동화같네요. ㅎㅎ
3. ...
'10.12.16 11:53 AM (211.194.xxx.233)잊어 버릴 수 있는 다른 것을 찿아보세요 가슴에 끌어 앉고 있으면 더 아프니까요
4. 플로랄
'10.12.16 12:05 PM (14.32.xxx.86)아뇨 유별나지 않아요.. 저같아도 오래 남을것 같네요.
원글님 지금은 성격이 많이 변하셨는지요? 행복하셨으면 좋겠네요..5. 세상에...
'10.12.16 12:22 PM (203.234.xxx.32)저도 읽으면서 마음이 점점 아팠어요.
원글님이 유별나신 거 아니에요. 부모님께서 거친 분들이었군요. 상처가 크셨겠어요.
이렇게 글로 쓰실 수 있으면 회복하실 수도 있을 거에요. 힘 내시길...6. 님 때문에 로긴
'10.12.16 12:36 PM (122.36.xxx.11)유별나지 않아요
정말로 큰 상처가 될 일이네요
아마도 생각하시는 것보다 더 깊은 트라우마 일지도 몰라요
시장길을 걸어갔던 그 기억
절대로 쓰지 않겠다는 돈을 엄마에게 라면 끓여주느라 썼던 기억...
정말 처절하네요
아직도 꿈에서 나비가 보인다는게 정말 이해가 돼요
원글님 근처 상담소에라도 가서
그 기억을 털어버리도록 노력해 보세요
님이 유별난게 아니라 그 기억들은.... 정말로 ....
말로 표현을 못하겠어요
안아드리고 싶어요 토닥토닥.7. ...
'10.12.16 12:39 PM (211.193.xxx.133)님이 유별나신게 아니라 부모님이 유별난겁니다--;;
가슴 아픈 글이네요. 동물한테 별 감정없는 제가 읽어도 울컥합니다.
어린맘에 얼마나 상처가 되셨을까,.,.ㅠㅠ8. 부질없는 곱씹기
'10.12.16 12:48 PM (58.225.xxx.57)님의 글을 읽어보니 있을수 있는 일들만 같은 걸 보니 저도 유난스럽게 컸나 봅니다 ㅠㅠ
저보다 한수 아래인데요 ^ ^
이미 지나간 것은 흘려 보내세요 !!
아이구 !! 제 기억도 한번 꺼내고 싶네요9. ..
'10.12.16 2:01 PM (14.52.xxx.250)정말 로그인 안하려다가, 했네요.. 답글 달기 위해서..
원글님 예민한 거 아니구요, 원글님 부모님이 원글님께 너무하셨어요..
저는 마당있는 집들에서 개를 오래 키웠는데도 동물을 싫어하는 편인데
원글님 글 읽고 울었네요.. 너무 가슴 아파서.. 고양이가 불쌍해서가 아니라, 원글님이 가엾어서요.
어디하나 내마음 기댈 포근한 곳 나에게 의존하는 것 내가 의존할 수 있는 것이 없었는데
얼마나 좋았겠어요.. 그 고양이랑..
그런데 그걸 팔고,
판 돈으로 엄마 라면까지..
정말 이중 삼중 아픔이고 충격인 거에요.. 작은 일 같지만 아닌 거죠..10. 상처
'10.12.16 2:11 PM (118.32.xxx.226)상처는 늘 그대로 있고(극복이 안되더라구요. 작건 크건) 그걸 견디며 사는 훈련이 되면 어른이 된다고나 할까요... 저는 나이 40 넘고도 엄마한테 학대당하던 꿈을 꿔요, 자주. 그래도 사회생활 잘합니다. 어느 날, 그 얘길 아무렇지 않게 하고 있더라구요. 기운 내세요~~~
11. 눈물나요..
'10.12.16 3:16 PM (125.177.xxx.193)절대 유별난 거 아니예요.
솔직히 부모님에게 직접 사과라도 들어야지 원글님 한(?)이 풀리실 것 같아요.
근데 그게 쉽지는 않겠죠..12. 참내
'10.12.16 4:50 PM (124.61.xxx.78)그냥 산에다 놓아준것도 한이 될텐데... 개소주집에 팔다니... ㅠㅠ
어린 마음에 얼마나 충격이 컸겠어요? 친구를 판 돈을 가지고... 아.
정말 고양이나 원글님이나 넘 안됐네요. 주기적으로 꿈에 나올 정도라니.13. ..........
'10.12.16 5:32 PM (218.39.xxx.120)답글달기 위해서 로그인했습니다
트라우마(상처)로 남았을거에요
괜찮다 생각하고 아무렇지도 않지만 기억속에 깊이 남아있어서 무의식적으로 안고사는거죠
환경이나 상황이 사람을 바꾸게 하지말고 그 상황, 환경이 어떠했어도 견뎌내야 하는건 아시죠
어른이 되면 덜 나약해질줄 알았는데 어른이 되보니까 강해진다는건 나약함을 받아드리는걸 배울뿐이더라구요 구체적이고 효과적인 심리치료상담 과정에 참여하셨으면 하는데 그건 좀 어려울까요? 과거의 상처, 심리적 충격에 대해서 신뢰할만한 사람에게 밖으로 자연스럽게 표현해야 치유가 점차 이뤄져요 아니면 그냥 숨긴채 드러내려고 하지않고 마음속에다 삭힌채 사는거에요14. 눈물
'10.12.17 1:13 AM (112.152.xxx.146)이 글 보면서 눈물납니다.
너무 잔혹하네요. 고양이도 어린 원글님도 가엾어요...
윗님들 말씀처럼 상처 치유하기 위해 털어내시고...
똑같이 생긴 고양이를 구해다 키우는 건 어떨까요?
다시 만난 듯 잘 해 주고 사랑해 주고 서로 의지하고 지내면
마음의 상처가 좀 덜어질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옆에서 따뜻한 바닥에 배 깔고 자는 제 고양이를 보면서 눈물 콧물 닦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