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편이전의 자유게시판으로 열람만 가능합니다.
전태일 열사가 박정희에게 보낸 편지
오늘이 가기 전에 전태일 열사의 삶과 죽음에 대해서 꼭 생각해 보고 싶었습니다.
벌써 40주기가 되었네요.
제가 전태일이란 인물을 만난 건, 영화를 통해서였어요.
그러고 보면 영상매체의 힘은 대단한 듯...
70년을 몸소 체험한 세대가 본다면 이 영화가 마뜩치 않은 부분도 있을 수 있겠지요.
그 시기 저는 시대의 변화에서 억지로 유배된 시기였지만 -_-;;;
아마도 영화가 나온 95년은 5.18 특별법의 분위기를 타고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에 대해서 관심을 가졌을 것 같습니다.
(사실 잘 기억은 안나지만 ^^)
홍경인이란 배우를 지금도 기억할 수 있게 된 것도 바로 이 영화 덕분이고,
영수 역할의 문성근씨의 고뇌하고 방황하는 먹물 연기도 인상적이었구요.
여러 장면 중에서도 기억에 남는 건...
여공이 화장실을 가려고 하는데 반장이 개G랄을 하면서 '이년아, 자주도 싸재낀다...'어쩌고
하니까, 여공이 엄청 눈치보던 장면과,
결국 섬유 먼지가 그득하고, 천장이 낮은 공간에 무리하게 2층 작업장을 만들어
어두 컴컴한 곳에서 가위질을 하던 중, 여공이 각혈을 하면서 복도를 뛰쳐나와 화장실에서 피를 토하는
장면이었어요. (디테일까지 정확한지는...)
유독 '공순이'들의 일상과 지친 표정, 일그러진 눈동자, 손으로 입을 막아 손가락 틈새로 흐르는 피.
그게 기억에 남았던 것 같네요.
나는 뭐지? 저들은 누구지? 나는 뭘 하고 있지? 뭘 해야하는 건가? 시험 공부를 해야겠지? 왜?
견딜 수 없는 장면이 이어지다보니, 정작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는...
그냥 정신이 멍했던 것도 같고. 씨팔. 욕지기가 나왔던 것 같기도 하고.
영화를 보고 나와 다시 좀비처럼 일상의 공간으로 돌아갔던 것 같습니다.
전태일 열사가 낯설지 않은 세상.
포크레인 위에 올라가,
차디찬 시멘트 바닥에서,
열악한 작업장에서,
명품이 넘실대는 백화점의 화장실에서,
오늘도.
전태일들이 울고 웃고 분노하는 세상에서...
무슨 말을 하기는 외람되다는 생각이 들고,
그저 고인의 글을 옮겨봅니다.
<전태일이 박정희에게 보내는 편지> - 69년 11월에 쓴 것이라고 합니다.
존경하시는 대통령 각하
옥체 안녕하시옵니까? 저는 제품(의류) 계통에 종사하는 재단사입니다.
각하께선 저들의 생명의 원천이십니다. 혁명 후 오늘날까지 저들은 각하께서 이루신 모든 실제를 높이 존경합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길이길이 존경할 겁니다. 삼선개헌에 관하여 저들이 알지 못하는 참으로 깊은 희생을 각하께선 마침내 행하심을 머리 숙여 은미 합니다. 끝까지 인내와 현명하신 용기는 또 한번 밝아오는 대한민국의 무거운 십자가를 국민들은 존경과 신뢰로 각하께 드릴 것입니다.
저는 서울특별시 성북구 쌍문동 208번지 2통 5반에 거주하는 22살 된 청년입니다. 직업은 의류계통의 재단사로서 5년의 경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의 직장은 시내 동대문구 평화시장으로써 의류전문 계통으로썬 동양 최대를 자랑하는 것으로 종업원은 2만 여명이 됩니다. 큰 맘모스 건물 4동에 분류되어 작업을 합니다. 그러나 기업주가 여러분인 것이 문제입니다만 한 공장에 평균 30여명은 됩니다. 근로기준법에 해당이 되는 기업체임을 잘 압니다.
그러나 저희들은 근로기준법의 혜택을 조금도 못 받으며 더구나 2만 여명을 넘는 종업원의 90%이상이 평균 연령 18세의 여성입니다. 기준법이 없다고 하더라도 인간으로써 어떻게 여자에게 하루 15시간의 작업을 강요합니까? 미싱사의 노동이라면 모든 노동 중에서 제일 힘든(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노동으로 여성들은 견뎌내지 못합니다.
또한 2만 여명 중 40%를 차지하는 시다공들은 평균연령 15세의 어린이들로써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성장기에 있는 이들은 회복할 수 없는 결정적이고 치명적인 타격인 것을 부인 할 수 없습니다. 전부가 다 영세민의 자녀들로써 굶주림과 어려운 현실을 이기려고 하루에 90원 내지 100원의 급료를 받으며 하루 16시간의 작업을 합니다. 사회는 이 착하고 깨끗한 동심에게 너무나 모질고 메마른 면만을 보입니다. 저는 여기에서 각하께 간구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저 착하디 착하고 깨끗한 동심들을 좀더 상하기 전에 보호하십시오. 근로기준법에선 동심들의 보호를 성문화하였지만 왜 지키지를 못합니까? 발전도상국에 있는 국가들의 공통된 형태이겠지만 이 동심들이 자라면 사회는 과연 어떻게 되겠습니까? 근로기준법이란 우리나라의 법인 것을 잘 압니다. 우리들의 현실에 적당하게 만든 것이 곧 우리 법입니다.
잘 맞지 않을 때에는 맞게 입히려고 노력을 하여야 옳은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현 기업주들은 어떠합니까? 마치 무슨 사치한 사치품인양, 종업원들에겐 가까이 하여서는 안 된다는 식입니다.
저는 피끓는 청년으로써 이런 현실에 종사하는 재단사로써 도저히 참혹한 현실을 정신적으로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저의 좁은 생각 끝에 이런 사실을 고치기 위하여 보호기관인 노동청과 시청 내에 있는 근로감독관을 찾아가 구두로써 감독을 요구했습니다. 노동청에서 실태조사도 왔었습니다만 아무런 대책이 없습니다. 1개월에 첫 주와 삼 주 2일을 쉽니다.
이런 휴식으로썬 아무리 강철같은 육체라도 곧 쇠퇴해 버립니다. 일반 공무원의 평균 근무시간 일주 45시간에 비해 15세의 어린 시다공들은 일주 98시간의 고된 작업에 시달립니다. 또한 평균 20세의 숙련 여공들은 6년 전후의 경력자로써 대부분이 햇빛을 보지 못한 안질과 신경통, 신경성 위장병 환자입니다. 호흡기관 장애로 또는 폐결핵으로 많은 숙련 여공들은 생활의 보람을 못 느끼는 것입니다. 응당 기준법에 의하여 기업주는 건강진단을 시켜야 함에도 불구하고 법을 기만합니다.
한 공장의 30여명 직공 중에서 겨우 2명이나 3명 정도를 평화시장주식회사가 지정하는 병원에서 형식상의 진단을 마칩니다. X레이 촬영 시에는 필림도 없는 촬영을 하며 아무런 사후 지시나 대책이 없습니다. 1인당 3백 원의 진단료를 기업주가 부담하기 때문입니까? 아니면 전부가 건강하기 때문입니까? 나라의 경제 발전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실태입니까?
하루 속히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약한 여공들을 보호하십시오. 최소한 당사들의 건강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 정도로 만족할 순진한 동심들입니다. 각하께선 국부이십니다. 곧 저희들의 아버님이십니다. 소자된 도리로써 아픈 곳을 알려 드립니다. 소자의 아픈 곳을 고쳐 주십시오. 아픈 곳을 알리지도 않고 아버님을 원망한다면 도리에 틀린 일입니다.
저희들의 요구는
1일 14시간의 작업시간을 단축하십시오.
1일 10시간 - 12시간으로,
1개월 휴일 2일을 일요일마다 휴일로 쉬기를 희망합니다.
건강진단을 정확하게 하여 주십시오.
시다공의 수당 현 70원 내지 100원을 50%이상 인상하십시오.
절대로 무리한 요구가 아님을 맹세합니다.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요구입니다.
기업주 측에서도 충분히 지킬 수 있는 사항입니다.
* 이 글을 쓴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세상은 착한 청년의 상식이 통하지 않는
잔혹한 곳이라는 걸 깨닫고 그의 선한 바람은 분노로 변하게 됩니다.
다음은 70년 8월 일기
“이 순간을 두고 얼마나 오랜 시간을 망설이고 괴로워했던가.
지금 이 시각 완전에 가까운 결단을 내렸다.
일생을 두고 맹세한, 내가 돌보지 않으면 아니 될 나약한 생명체들.
나를 버리고 나를 죽이고 가마.
조금만 참고 견디어라.
너희들의 곁을 떠나지 않기 위하여 나약한 나를 다 바치마.
너희들은 내 마음의 고향이로다.
오늘은 8월 둘째 토요일.
내 마음에 결단을 내린 이날,
무고한 생명들이 시들고 있는 이 때에
한 방울의 이슬이 되기 위해 발버둥치오니
하느님, 긍휼과 자비를 베풀어주시옵소서.”
1. ,,,
'10.11.13 11:21 PM (118.36.xxx.151)저도 전태일이란 인물을 영화에서 처음 알았습니다.
오늘이 바로 그 날이었군요.ㅠㅠ2. =
'10.11.13 11:23 PM (211.207.xxx.10)EBS 지식체널에 나오더라구요.
정말 뼈가 저리고 슬펐어요.3. 깍뚜기
'10.11.13 11:25 PM (122.46.xxx.130)평화시장 입구의 버들다리를 전태일다리와 병기하기로 하고, 오늘 '전태일 다리' 현판식이 있었다고 합니다.
4. 진행형
'10.11.13 11:52 PM (68.38.xxx.24)저런 세상....저분들의 피땀이
오늘 우리가 누리는 것이니 목이 막힙니다....
현재도 진행형이라지요? 비정규직 문제요.
내가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해야되는 게 뭔지 모르겠어요.-_-;;;5. 깍뚜기
'10.11.13 11:56 PM (122.46.xxx.130)진행형 / 그러게요. 요즘은 누가 하나 죽어도 눈깜짝도 안하는 세상인가 싶기도 하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계란 투척? ;;;;6. 진행형
'10.11.14 12:12 AM (68.38.xxx.24)앗, 계란투척이 있군여. 그건 자식연합에게 맡기고,ㄲㄲ
깍사형만이 하실 수 있는 일을 하신다면 - 그 글빨로 황백서(홍의 오타아님 ㅎ)날리시는 것.
저도 할 일이 생깁지요,리무진 대기. 흐흐....7. 봄비
'10.11.14 12:56 AM (112.187.xxx.33)<전태일 추모기간 기획도서>인
<'너는 나다' - 우리 시대의 전태일을 응원한다>라는 책의 공동구매가 이루어지고 있어요.
중간광고라 생각해주셔요.
수익금의 반은 비정규직 투쟁에 사용된다고 합니다.
http://redbooks.co.kr/8. 깍뚜기
'10.11.14 12:56 AM (122.46.xxx.130)진행형 / 아...! 리무진 상시 대기 ^^;;;
9. 깍뚜기
'10.11.14 12:57 AM (122.46.xxx.130)봄비님 광고 감사함다~
10. 봄비
'10.11.14 12:57 AM (112.187.xxx.33)참고로 서대문이나 광화문쪽에 나갔다가 시간 때울 장소가 마땅찮을때
저 레드북스에 가면 책도 보고 커피도 마실 수 있다 하네요....^^11. 좋은날
'10.11.14 9:18 AM (121.144.xxx.46)현실은 안타까울 뿐입니다.
역사는 되풀이 되고.......12. 슬퍼
'10.11.14 11:17 AM (211.179.xxx.91)하여간 박통의 노동력 착취는.... 더 웃긴건 박통을아직도 그리워하는 우리 부모님세대들. 안타깝네요..
13. .
'10.11.14 2:26 PM (61.79.xxx.62)전테일열사를 추모합니다..
하늘나라에서라도 행복하셨으면..
그 어머님 사진 보니까..많이 늙으셨고..자식 앞세워보낸 그마음에 새삼 가슴이 저리더군요.
지금 많은 보람 느끼시길...기원합니다..14. 감사
'10.11.14 2:57 PM (173.77.xxx.192)그렇군요. 그랬었어요.
타향에 있다보면 이렇게 중요한 날을 놓치게 되는데........
다시금 일개우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 그러고보니 이소선 어머니께서 건강이 안좋으시다는 기사를 본 거 같은데........
쾌차하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여하간 요즘 돌아가는 꼬라지를 보시면,
열사께서 어찌 생각하실런지...........
청계피복노조, 그리고 전노협으로 이어지는 흐름에 기꺼워하셨을 건 분명해 보이고....
민주노총 때부터는 안타까움으로, 작금의 현실엔 다시금 분노하지 않으실까 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