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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였다 무종교로, 혹은 불교나 타 종교였다가 무 종교로 변한 분들 있으세요?

공허 조회수 : 821
작성일 : 2010-10-28 02:33:16
독실한 장로교 가정에서 태어나, 철들면서 소원해졌다가
회사 다니면서 다시 독실해졌다가, 최근엔 무종교가 된 1인 입니다.

제겐 한동안 종교가 드라마보다 더 지독하게 과열됐던 직장생활에서 그나마 숨통이 트이게 해 주는 통로였고, 한동안은 삶의 중심축이었고 모든 것의 이유였어서...
그래서 봉사에도 열심이었고, 간식 안 먹고 돈 모은 것 가끔 기사에서 본 어려운 분들께 이름 지우고 송금도 해 드리고...할 수 있는 한은 개인적으로 쓰는 것들을 좀 절제하고 조금이라도 나누려고 하면서- 옳은일이라고 배웠고, 느꼈던 것들을 지키려고 하며 그렇게 지냈는데 어느 순간, 모든게 부질없게 느껴지더라구요.

요즘 한참 '개독' 난립 이슈화가 되는 이유들-같은 종교내 타인들의 행동에 실망해서는 아닙니다. 어렸을 때 부터 성직자임에도 불구하고 종교는 그저 밥줄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사람들부터 별별 X차반들 참 많이 봐 왔었어서요. 그리고 쉽지 않지만, 믿는대로 신앙을 가진 자로서의 의무를 충실히 지키려고 하는 분들도 많이 봤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실망해서 떠나게 된 건 아니었습니다.
...아직도, 그냥 큰 이슈없이 자기 생활 즐기다가 내킬 때, 일 이주에 한 번 정도 교회에 나가는 사람들 보면, 한 편 부럽다는 생각도 합니다. 그렇게 지내보질 못했어서요.

가정을 가진 가장들도 못 참고 뛰어나가는 독한 상황들을 버텨내는게 맞다고 생각하고 이를 악물고 참아냈지만 그 일이 결국은 독이 되서 돌아왔을 때. 그리고...후에 철저히 격리된 상황에서 겹겹히 악 소리 나는 상황들을 겪다 못해 정신이 반 이상은 떠나버린 것 같은 상황에 다다랐을 때. 정말 죽을것 같다는 것 이외에는 아무 생각도 안나는 상황을 십 수년이 넘게 겪었는데도 이게 끝이 아니라 더한 것이 앞에 기다리고 있을거란 생각이 주는 공포감과 지겨움에...완벽히 손을 놓게 됐어요. 머릿속에 한동안은, 멈출 수 없이 흘러가던 자살 계획외의 다른 생각이 들어오질 않았습니다. 어떻게 그 상태를 벗어나게 된건지는 모르겠어요. 굳이 생각해 내려고 하지도 않구요.

...개인적인 체험을 돌이켜 볼때도 전 어떤 절대자가 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순 없는 사람이지만, 어찌됐건 그게 나와는 별 상관 없는 사실이라는 것. 정말 사람으로서 할 만큼 했지만, 누군가는 선한, 사랑의 신이라고 부르는 그 신은 내게 일관되게 잔혹했다는 것.
아직도 높은 곳에서면 저 아래에서 끌어당기는 것이 있는 듯한 유혹과, 진심을 쏟은 상대에게 철저히 배격당하고 유기된 존재라는 생각. 이 두가지만 남았습니다. 아, 하나 더 있네요. 그냥 손해 좀 보고, 남들처럼 타인을 망가뜨려가면서라도 위로 올라가려는 마음 없이 살아온 이유가 내가 착해서가 아니라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는, 경제적으로 비교적 넉넉한 가정에서 자라와서 그랬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는 것. 이렇게 3개네요.

...실연 당한것 보다 더 황망한 마음이던-마치 끈 떨어진 연같이 정신적으로 이리저리 날리던 시간을 지내고, 지금은 다시 눈 앞에 떨어지는 것 하나하나에 반응을 보이는데 집중하려 하지만 아직 좀 멍..합니다. Motivation 찾기가, 예전처럼 눈앞의 일들을 꼭 원하는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말겠다는 의지가 생기질 않네요.

혹시...한 종교에 많이 독실하셨다가 저 처럼 무종교가 된 분들이 계시다면, 아니면 독실하지 않으셨더라도 무종교가 된 분들이 있다면... ...어떻게들 지내세요? ㅎㅎ

(댓글 달아주시는 분들께 무한 감사!! 미리 드립니다.)
((세줄 쓰고 띄고..하시는 분의 답은 정중히 사양하겠습니다.))
IP : 125.178.xxx.16
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대한민국당원
    '10.10.28 2:48 AM (219.249.xxx.21)

    세줄 쓰고 띄고..하시는 분의 답은 정중히 사양하겠습니다. ㅎㅎㅎㅎ 무종교로 변한 사람들의 얘기를 듣고 싶으니 휘리릭 ㅎㅎㅎㅎ

  • 2. 저도 현재 멍..
    '10.10.28 3:00 AM (210.121.xxx.67)

    이제 좀 움직여야 할 때가 된 것 같은데, 아직은 요원하네요.

    저는 종교가 아니라 한 구석에 신앙은 여전해요. 그래도 종교가 부과하는 의무가 귀찮아 냉담 중이지요. 그리고 사실, 신과의 관계가 아니라..교리가 좀 껄끄러워서요. 생각해보면, 신과의 관계는 내 멋대로 생각하는 걸 수도 있겠어요. 교리가 아무리, 후대 인간들의 여러가지 이유에 따른 각색이라고 쳐도..저는, '주일을 지켜라'는 아주 기초적이고 달리 해석이 불가능한 지침까지도 안 지키고 있으니까요, ㅋㅋ..

    그래도, 부모와 성격 한 구석이 죽도록 안 맞아도 내 부모가 나를 사랑한다는 믿음이랄까..뭐 그런 대책없는 생각만으로도 썩 괜찮습니다.

    아주 처절한 밑바닥을 기어보신 것 같은데..사실 그럴 때, 신은 잘 안 떠올라요. 내가 정신이 없으니까. 차라리 이렇게 멍..할 때 좀 머리가 돌고, 이런저런 생각도 들고 그렇죠..

    그래도 여전히, 성당 가면 좋으네요. 성체는 안 모셔도.

    신이 꼭, 나 좋을대로 다 해주는 건 아니어도 크게 미워하게 되지는 않더라고요. 저도 님처럼, 집안 환경이 저를 아주 표독스러운 인간으로까지 몰고 가지 않게 해주는 것 같아요. 상대적으로 신에게 매달릴 여지가 적죠. 두 다리 뻗고 따뜻하게 잘 수 있고, 밥이 있으니까요.

    그래도 사람 참..밥만으로는 살 수 없잖아요. 그래서 아직, 흙탕물을 가라앉히는 것처럼, 나 자신을 들여다보고 있어요. 비우는 시간이라지만, 내가 멈추고 싶어도 이런저런 생각이 드는 건 막을 수가 없으니까. 가만히, 뭐가 떠오르는지 두고 보고 있어요.

    다시 그 흙탕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해도, 이렇게 쉬고 나면, 다시 그 흙탕물에서 견딜 맷집이 생길 거라고요. 싫으면, 죽겠으면 다시 나오죠,뭐..그러고 나서도 그게 또 반복된다 하더라도, 그 다음은 똑같지 않아요. 쉬는 시간이 없었다면, 정말 죽었을 지도 모르죠. 그리고 한두번으로 아니면, 서너번이 쌓이면, 정말 싫어서라도 다른 일을 찾게 될 거예요. 그러기 위한 과정일 테죠.

    그 와중에..정말 포기 못할 것 같았던 당연한 조건들이 포기가 되고, 정말 인정하기 싫었던 것들을 인정하게 되고..달라지잖아요. 쓸모없는 경험은 없더라고요.

    남의 이야기도 들어보세요. 나에게 그대로 적용할 수 없는 만큼. 나에 대한 이해가 넓어지더라고요. 어머, 이러고도 살아? 어머, 이런 생각을 해? 이러면서요..

    그러고나면, 나는 그냥 나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러면서, 나를 이렇게 나대로, 나답게 만든 신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되면서, '개독' 같은 인간들이 참..존재론적으로 혐오스럽게 돼요. 얼마나 못났으면 저러고 있나..

    도는 통한다잖아요. 종교의 종류나, 신의 문제라기보다..그 사람 자신, 됨됨이에 대한 문제 같아요. 세계적인 종교는 모두, 평등을 말하기 때문에 널리 전파될 수 있었다죠. 사람을 사랑해도 죄인은 벌해야 하는 것처럼, 벌하되 사람은 미워하면 안 되는 것처럼(어쩌면 그 사람을 위해서라도 벌을 통해 죄를 씻어줘야 하는 건지도 모르죠..),종류와 정도가 있는 일에 아주 단순한 기준을 들이대는 것 자체가 왜곡이고요.

    글을 보니, 하고 싶은 말은 종교가 아닌 거지요? ^^

    내 마음 허한 건, 아무도 나 대신 추워줄 수 없는 거랑 똑같아요. 시간을 두고 스스로 깨닫고 살살 달래세요. 쇼핑에 돈도 쓰시고, 술 마시고 뻘짓도 해보시고, 식탐도 내보시고, 담벼락이나 강물에 대고 욕도 해보시고, 며칠 아무도 모르는 곳에도 있다 와 보시고, 좋은 일에 기부도 해보시고, 술집이나 카페에서 남들 하는 얘기 조용히 듣기도 해보시고, 친구에게 이 모든 일에 대해 결론 없는 보고도 해보시고요.

    저는 요즘, 하루하루를 '넘기고' 있어요. 점집 전화번호 꼭 쥔채로요..ㅎㅎ 밥은 절대 안 거릅니다.

  • 3. 모태신앙
    '10.10.28 9:01 AM (218.153.xxx.49)

    저요.. 모태신앙이었고 고등학교시절까지 열심히 믿었던..
    독실한 친정엄마와 언니사이에서도 현재는 종교가 없어요
    그러나 신은 믿어요 실제 존재하느냐 마느냐보다 그저 제맘속에 있다고 믿어요
    교회는 다니지 않지만 늘 신에게 기도하고 그래요..
    그리고 요즘은 불교나 천주교에도 관심이 있어서 종교에 대한 편견이 없어졌네요..

  • 4. ㅎㅎㅎ
    '10.10.28 9:16 AM (124.254.xxx.114)

    세줄 띄고, ... 사양 마지막 멘트 너무 웃겨요 ㅋㅋㅋ 소리내서 웄었어요.
    저도 어릴때는 카톨릭 직장때문에 또 결혼때문에 각기 다른 종교를 가졌다가 지금은 무교예요.
    저의 위같은 환경이, 더욱 종교에대해 거부감, 강제성을 갖게 한거 같아 .. 지금은 이런말하면 너무 격이 떨어지고, 좀 천박한 말투지만....질렸어요.
    제친구중하나도 이렇답니다. 나중에 기회가 있다면.. 또 모르는데요. 아직은 아닌거같네요

  • 5. 모태쏠로
    '10.10.28 9:25 AM (203.247.xxx.210)

    세렝게키의 악어나 누우와 내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 후
    한 동안 다녔거나 끌려다녔던 종교에서 벗어나 자유와 치유를 얻었습니다

    도킨스, 러셀, 아인슈타인의 사상에 공감하였고
    사실을 발설하는 게 쉽지 않은 현실 속에서 그들의 용기에 경의를 보냅니다

    오늘 아침 치이타에 물려 죽은 영양에게 죄가 있었던 게 아닌 것 처럼
    생명의 순환 고리 속에 나는 사랑과 노력을 다하여 살것이고 죽어 흩어지면
    전생의 종교인과 생명을 이루어 또 살고 죽고 그렇게 순환 할 겁니다

  • 6. 개신교회에는
    '10.10.28 9:55 AM (110.9.xxx.43)

    이런류의 사람들도 많이 다닌다고 들었습니다.
    학교 다닐때 존재감 없어서 끼지 못해ㅆ는데 집사님 권사님 소리에 어깨가 으쓱해진다나 별_ !

  • 7. 무종교는아니지만
    '10.10.28 10:11 AM (211.235.xxx.117)

    마음이 많이 허하고, 나는 뭔가..누군가..이런 물음에 몇년간 정신없이 종교에 흘러다니다가...
    어느 순간 큰깨달음이 왔어요.
    윗분 말처럼 우주의 순환, 생명의 순환... 그고리를 어느 정도는 알겠더라구요.
    ....뜰앞의 잣나무....라는 물음처럼... 오래 물어보고 사고하다 보면 어느 순간 알게됩니다.
    종교라는게 진장한 종교를 가지게 되려면
    본인에게 어느 정도 여유가 있어야 되는것도 사실이구요.
    현실을 도피하고 싶어서 죽자사자 종교에 매달리는 것도 이해할 수 있고요.
    지금처럼 정신이 멍할때는 정신을 한곳으로 모아주는
    참선을 하거나, 요가를 해보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정신이 흩어지고 사념이 너무 많으면 참선센터에 가서 아무 생각없이 오로지 한생각만 해보세요.
    그러다보면 참나가 보일 것이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인지 보일 지도 모릅니다.
    꼭 불교인이 아니라도 요즘은 여러 종교인들이 많이 합니다. 한가지 방편이죠.
    남들이 어떤 종교심으로 행동을 하던 님의 굳은 신념이 있다면 흔들릴 이유가 없는 것이죠.
    그 신념이 '보편타당한 진리이고, 남들에게도 선하고, 내게도 선하고 이익이 된다'면
    더 말해 무엇하겠습니까... 그게 바로 종교고 신념입니다.
    그래서 저는 교회, 성당, 절.... 죽어라 가는거 별로 안좋아해요.
    예전 우리 어머니들처럼 정갈한 차림새로 새벽에 정안수 하나 떠놓고 기도하는 것....
    이게 바로 신앙이고 종교죠...
    님께는 명상센터를 한번 추천해드려요.

  • 8. ..
    '10.10.28 10:20 AM (58.120.xxx.200)

    저는 어렸을때 건성으로 교회 한 3년 다녔는데
    신자들은
    신은 믿는자들에게는 자비롭고 복을 준다고 생각하여서
    이세상 살아가는 데, 의지로 삼는 것 같았습니다. 저도 그때 그랬고요..

    하지만 성인이 된 지금, 그 신을 떠난 지금은
    두렵지 않습니다.
    신은 자비하지도 무자비하지도 않다고 생각합니다.
    어느 누구의 편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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