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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살 아이, 개그 소녀가 되어 갑니다.
통통곰 조회수 : 565
작성일 : 2010-10-18 11:18:37
세 돌을 한 달 남겨놓은 첫애. 날이 갈 수록 개그 소녀가 되어 갑니다.
1. 아침에 옷 입힐 때
어린이집 가면, 처음 보는 애들도 저를 붙잡고 옷 자랑을 하더군요. 아줌마 이 옷 보세요. 예쁘죠. 어쩌구..
그 말에 깨달음을 얻어 원피스 몇 개 샀습니다.
그러나 제 딸이 제일 좋아하는 옷은 빽곰 캐릭터 윗도리에 체육복 바지.
"엄마, 북극곰이야, 북극곰. 팽귄도 있어."
...그리하여 아이의 옷차림은 언제나 편안 그 자체.
'오늘은 외부활동이 있으니 편안한 옷차림을 입혀주세요' 이런 공지사항은 볼 필요도 없습니다.
언제나 편한 옷차림의 아이라서요.
2. 새 신 사러 간 날
새 운동화를 사기로 하고 마트의 운동화를 보며, 마음에 드는 것을 골라보라 했습니다.
잠시 후 딸아이가 손에 쥐고 나타난 건, 시꺼먼 파워레인저 운동화 ㅡㅡ;;
결국 샤방샤방 다 포기하고 정말 무난한 흰색&빨간색 운동화로 타협했습니다.
3. 퇴근 후 인사
퇴근하면 달려와 춤 한 번 춘 후, 제게 인사합니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그냥 인사가 아닌, 뽀로로 노래방에 나오는 해리(아이 키우는 분은 아시겠죠)의 인삿말의 억양을 고스란히 따라합니다.
4. 자기 전 쥬스 마시기
이에는 안 좋은 습관입니다만, 자기 전에 쥬스를 1/3 잔 정도 마시고 잡니다.
(이 닦기는 좋아하고 썩은 이는 없음)
그러면서 저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는데, 저와 이야기를 하다 제가 못 알아들으면
"땡-. 아닌데요."
'아닌데요.'의 억양은 꼬꼬마 꿈동산의 중년아저씨 나레이터 억양...
5. 노래 공연
아이가 좋아하는 악기 공연. (뽀로로 밴드의 영향인 듯)
장난감 기타를 들고, 제게도 악기 하나 쥐어주고 기타를 들고 아무 노래나 하며 맘대로 줄을 튕깁니다.
"깊은 산 속 옹달샘 누가 와서 먹나요. 징가징가.."
...현악기 연주한다고 '징가징가'까지 따라할 필요는 없는데.
쓰고 나니 굉장히 평범한데
제가 조카들이 많아서 우리 딸보다 더 똑똑하고, 예쁘장한 애들은 다 봤지만
(정말 한 똑똑, 정말 한 미모를 하는 애들도 있어서)
이 아이보다 느긋하고 유머 감각이 넘치는 애는 못봤습니다.
저는 요즘, 이 애의 천성이 개그맨인 건지 의심하는 중입니다.
IP : 112.223.xxx.51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전
'10.10.18 11:21 AM (125.178.xxx.192)왜 이 글을 보면서 뭉클해지는지..
그만할때 그 이쁜짓들을 이쁜줄 몰랐다가 아이가 커서 동영상을 보니
정말 이쁘구 사랑스럽더라구요.
그 모습 많이 남겨두시고..
아이한테 무한사랑을 행동으로 마구마구 보여주세요.
전 너무나 후회가 되서리..
님 아가.. 정말 사랑스럽군요. 사랑스러워요.참말^^2. ..
'10.10.18 11:33 AM (203.226.xxx.240)저희 딸아이도 4살인데..파워레인저 광팬입니다.
시장통에서 파워레인저 운동화만 보면...
"파워레인저 엔진포스 옐로!!!" 라면서 자동 포즈가 나와서..
가끔은 쪼금 부끄럽습니다. ^^;;;;3. 천사!
'10.10.18 12:49 PM (116.37.xxx.195)원글, 댓글에 나온 아이들 모두....정말 천사 같네요.
곱고 건강하게 자라길 바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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