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개편이전의 자유게시판으로 열람만 가능합니다.

고백 1

코스모스파크 조회수 : 396
작성일 : 2010-10-16 02:15:36
아마도 첫사랑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 오빠를 따라 덩달아 '퀸(Queen)'과 김수철에 열광했다.
음반을 사고 노래를 듣고 프로필을 외우고 관련 자료를 찾아 모으곤 했다.
어떤 날엔, 저물 무렵 그의 집이 보이는 곳으로 산보를 나갔더랬다.
어쩌다 운수 좋은 날이면
해바라기처럼 노란 점퍼를 입은 그를 볼 수 있었지만,
대부분의 날엔 그냥 뒤돌아서며 허기진 맘 속을 노래로 가만가만 채웠다.
오가며 그 집 앞을 지나노라면 그리워 나도 몰래...

그때가 중학생 때였다.
지금의 나는 그 시절의 나보다 몇 곱절 나이를 먹었고
설레임은 담담함으로 바래진 지 오래되었다.
세상도 변해 손글씨보다 컴퓨터 자판 두드리는 게 익숙해졌다.
그런데,
이렇게 시들해진 내가,
자꾸 누군가의 작은 집을 엿보고 그의 지저귀는 소리에 귀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그때처럼...

첫사랑의 순수한 열꽃이 지고 난 후에는
어느 배우나 가수에게도 그 시절만큼 집중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달랐다, 그는, 무언가.
섹시한 걸오 사형, 시크한 문재신 정도까지는 여유있게 보아줄 수 있었다.
그저 캐릭터일 뿐이니까 하고 살짝 뒷걸음치며 맘을 다독일 수 있었다.

그러길래 미니홈피나 트위터 따윈 거들떠 보지 말았어야 했다.
거기서 멈췄어야 했다.
어느새 나의 관심은 캐릭터에서 배우 유아인으로, 인간 엄홍식으로 옮아갔다.

부끄럽고 부족하고 두려워도 스스로 말할 수 있는 용기,
뜨겁게 고민하고 날카롭게 상처받고 병드는 청춘,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한, 모든 걸 무릎꿇게 만드는 젊음.
사진 속 그의 웃음이 강원도 가을 밤 하늘의 별처럼 반짝인다.
차곡차곡 모아둔 그  자체의 모습과 기록을 보고 있는 나는,
가슴 저리게 울고 있다.
좀더 치열하게 살지 못한 내 쓸쓸한 인생에 많이 미안해진다.

가야할 길이 정해진 것일까.
긴 헛사랑의 시작이다.

IP : 125.177.xxx.167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0.10.16 4:48 PM (125.142.xxx.85)

    저랑 같은 길로 접어드셨군요.. ㅜ.ㅠ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585099 지웠어요! 21 아시는분 2010/10/16 1,754
585098 이런 거 믿으면 안되겠지만... 8 장례식 2010/10/16 1,286
585097 머리가 너무 아파 게보린을 먹었어요. 9 어쩌나 2010/10/16 727
585096 아침 7시부터 지금까지 피아노를 치고 있네요. 5 미친 윗집 2010/10/16 679
585095 어제 지하철에서.. 슈즈홀릭일까.. 2010/10/16 301
585094 인 서울 수학과와 경기권 간호학과 15 고3 엄마 2010/10/16 1,830
585093 성스에서 의문점....???? 1 홍벽서..... 2010/10/16 537
585092 이인규 “민간인 사찰, 靑 공직기강팀장에 보고” 3 세우실 2010/10/16 179
585091 82가 들어올때마다 넘 늦는다 싶었는데 바이러스71개 ㅜ.ㅜ 3 바이러스 2010/10/16 959
585090 은행예적금관련문의드려요 1 como 2010/10/16 340
585089 독일유학원 추천해 주세요. 2 조언절실 2010/10/16 380
585088 기계 이상으로 점수가 안나왔대요... 3 휴... 토.. 2010/10/16 608
585087 내나이 사십.. 루이 다미에스피디 35 이냐, 에트로 쇼퍼백이냐.. 6 첨으로 비싼.. 2010/10/16 2,118
585086 박진영곡은 센슈얼한 느낌이 없으면 힘든데.. 8 .. 2010/10/16 1,402
585085 장터 청국장 좀 추천해주세요~ 2 ^^ 2010/10/16 367
585084 진영아........ 2 왜 그랬니 2010/10/16 1,995
585083 여자친구 있는 남자가 저에게 찝쩍?댄것 같은데.. 3 짜증 2010/10/16 917
585082 집에서 만든 생강차, 모과차등등 보관을 어떻게 하나요? 4 궁금이 2010/10/16 829
585081 초등 6학년 남자아이 성교육은 어떻게? 1 사춘기 2010/10/16 540
585080 꿈에서 누가 괴롭히면 깨고나서도 화가 나시나요?? 2 .. 2010/10/16 265
585079 23평 아파트를 500만원에 살수있다?? 8 500만원 2010/10/16 1,781
585078 대구, 안동, 의성 쪽 남자나 시부모 두신 분들 23 안좋은 경험.. 2010/10/16 1,530
585077 수목금토일 넘 지겹네요. 5 기다림 2010/10/16 954
585076 루이비통백이랑..지갑 사려고하는데 어디서들구입하셨나요? 7 루이비통.... 2010/10/16 1,231
585075 남남커플..글 내릴께요.. 68 드라마도아니.. 2010/10/16 7,774
585074 얼마후에 여행가는데 편한신발 어떤게 좋을까요? 12 신발 2010/10/16 1,272
585073 고백 1 1 코스모스파크.. 2010/10/16 396
585072 곰녹음기 사용법..예를 들어 놀러와 녹음하려면? 2 컴맹 2010/10/16 480
585071 "울지마 톤즈" 보셨나요 1 2010/10/16 494
585070 오늘 슈스케 심사평 심사평 2010/10/16 9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