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편이전의 자유게시판으로 열람만 가능합니다.
일상.
단지 조회수 : 592
작성일 : 2010-10-03 00:54:22
얼마전에
어느 유명한 작가 분께서 자기만의 책을 한번 써 보라는 말씀을 하시는 걸 들었어요.
그 말씀을 듣고는 몇 년 동안 방치해둔 내 블러그가 생각나 들어가 봤어요.
그 곳에 들어가보니 아 나도 나만의 책을 썼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저는 올해로 일흔일곱 되신 엄마와 함께 살고 있어요.
몇년전
늙은 엄마의 애같은 모습이 때때로 귀엽기도 하고 해서 늙은 엄마와 엄마보다 조금 늙은 딸인 나와의 대화를
일기처럼 써 놓은게 있었어요.
오랜만에 보니 쑥스럽기도 하고 그대 엄마와 내가 이런 모습이였구나 하는 추억에 젖게 만드네요.
그래서 한번 여기 옮겨 봤어요.
늦은 밤 내 추억에 젖어 쓸데 없는 글을 올려봤어요.
금방 지울게요.
#.
요즘은
침대에서 안 자고 바닥에서 자다 보나
엄마와 함께 잠을 안 잔다.
침대가 있는 작은 방 바닥에서는 나 혼자밖에 못 잔다.
바닦이 좁아서다.
어젯밤에 자기전에 엄마와 나는 그 좁은 바닥에 둘이 앉아서 한참이나 이야기 하던중
엄마는 입매에 쓸쓸한 웃음이 들어 간 듯한 얼굴로 눈길은 침대시트를 만지작거리는 손으로 가있으며 말했다.
"나는 안 늙을것 같이 늙는게 우습게 보이더니만.내가 지금 그렇게 늙었어...."
"......"
"나 보고 누구든지 할머니라 그러니.."
"할머니 소리가 싫어?"
"아~니~!"
"그러고 보니 엄마는 너무 일찍부터 사람들한테 할머니 소리 들었어"
"지금은 되려 아주머니 소리가 듣기 이상해"
"....."
"전에 영자 엄마가 와서 아주머니 하면서 말하는데 불편하고 이상하드라구"
"....."
#.소방헬리콥터.
"이제 불을 껐나보네?비향기소리가 안 들리는거 보니.."
거실 안방문 앞에서
오늘 팔 콩나물을 대가리를 따고 있던 엄마가
안방에서 컴퓨터를 하고 있던 네게 말을 건넨다.
어제 저녁무렵에
동네 산과 연결된 옆 동네 산에서 불이 났다.
불이 번지기 좋은 날씨였다.
비가 온지 오래되어서 물기도 없는데다 바람까지 많이 불었다.
어제 밤새
우리 동네는 연기가자욱했고 매케했다.
오늘
아침 일찍부터 헬리콥터가 저수지에서 물을 나르느라 우리집 위로 날라다니고 있다.
"그런가 보네"
"그렇게 왔다 갔다 하면 기름 값 많이 들겠네."
"그래도 불 끌려면 하늘에서 뿌려 줘야지.어떡해"
"물 담아가는게 우리 물 탱크만 하나?"
"그럴거야"
"참 신기하네~그 무거운걸 어찌 날라 다니나."
"그렇지? 사람들 타고 다니는 비행기는 이백명도 타고 다녀"
"하늘에 매달려서 다니나?신기해"
"그런가 부지"
"며느리 집 나갔다 들어온집 할멈이 그러드라구.이 좋은 세상보지도 못 하고 죽는다구"
"응?누가 죽었어?"
"그게 아니구.세상은 자꾸 좋아지는데 늙어서 못 보고 죽게 된다구~"
"아~그 소리...."
잠깐 안 들리던 헬리콥터 소리가 다시 들리기 시작한다.
"엄마.비행기 소리가 다시 나네?아직 못 껐나봐"
"그러네...커피 마시고 나가서 보고 와야겠다"
창문열고 하늘을 왔다갔다 하는 헬레콥터를 올려다 보니 매달고 다니는 통을 보니
통이 생각보다 작다.
IP : 211.186.xxx.53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엄마생각
'10.10.3 1:05 AM (118.39.xxx.178)엄마와의 소중한 일상이네요
엄마가 그립습니다.2. 이쁜글
'10.10.3 1:32 AM (125.176.xxx.55)뭉클하기도 하고 머리속에 아늑한 그림이 그려지기도 하고...이쁘세요...
3. 히스토리
'10.10.3 7:47 AM (116.37.xxx.3)저도 블로그에 잡담 올린지 7년째에요
누가 오건 가건 상관없이 그런데 ...그게 제 이야기가 되더라고요4. 단지
'10.10.3 8:35 AM (211.186.xxx.53)자고 일어나 들어와 보니 댓글 달아 주신 분들이 있어 싹 지워버리기가 미안해서 못 지우겠어요.창피하지만 그냥 놔 둘게요.
5. 잔잔하네요
'10.10.3 1:40 PM (125.142.xxx.233)늙은 엄마의 애같은 모습이 때때로 귀엽다는 글귀... 공감되네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