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지내고 왔습니다.
긴 연휴 절반 뚝 잘라서 오늘부터 출근하는 남편 때문에 4시간 거리에 있는 친정은 올해도 못갔어요.
추석 전날엔 제사가 있어서 제사음식 하랴, 차례음식 하랴...
20명(어린이 한명도 없음, 며느리 두명) 밥 차리고 설겆이하고 무한반복하다 보니 추석이 끝났네요.
책한권으로는 부족한 시집살이도 겪었는데 제가 아무래도 바보 천치가 아닌가 싶어요.
노후 걱정은 없으시나 안쓰시는 걸 미덕으로 아시는 시부모님 댁에 냉장고가 낡았더라구요.
내용물이 얼었다, 녹았다 하는데 아직 멀쩡하다 하면서 쓰세요.
노후가 걱정되는 친정어머니 냉장고는 더 낡았는데 저만 고대광실 같은 집에서 살면서
냉장고 하나를 바꿔드리지 못했어요.(완전히 안살가운 딸이고 며느리죠.)
얼마전 유시민 펀드에 넣었던 돈이 돌아왔는데 냉장고 두개 사면 딱 맞을 것 같아요.
지금 딸이랑 냉장고 고르러 나가려구요.
맨날 마트에서 5천원짜리 셔츠 사입고 그렇게 사는데 저는 왜 이렇게 바보 같을까요...
그렇게 밉고 싫었던 시어머니가 이젠 짠하고 낡은 살림을 보면 그래도 아들 잘키워서
덕분에 내가 편하게 사는데 잘해드려야지 하는 마음이 드네요.
40도 안 된 젊은 나이에 혼자 되어 삼남매 대학 공부 다 시킨 엄마한테도 살갑기는 커녕
냉기가 철철 흐르는 딸인데 왜 전 입에서 살가운 말이 안나올까요?
안그래야지 했다가도 애교라고는 10원어치도 없는 사람이라 참 안되네요.
냉장고 이쁜 거 골라야겠습니다.
그래봤자 보내고선 제 입에선 그렇게 말이 나갈 거에요.
"냉장고 사서 보냈으니까 받으세요."
휴.....
올해도 옷 한벌 사입긴 틀린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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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바보....
휴 조회수 : 976
작성일 : 2010-09-23 09:53:30
IP : 180.64.xxx.147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일단 님이 먼저
'10.9.23 10:00 AM (122.100.xxx.29)냉장고도 사드리고 살짝 무리해라도 님 옷도 하나 사세요.
그럴 형편도 되시는것 같은데요.
그래도 사드리고 나면 기분은 최고죠.
말씀은 애교없이 그렇게 나오더라도 어른들은 진심을 알거예요.2. ..
'10.9.23 10:13 AM (221.138.xxx.198)내가 의지하고 믿고 사랑하는 남편 키워준 어르신이 고맙고 짠한 거 맞아요
나이 먹어보니 친구들이고 동서지간이고 간에
속에 아무리 황금이 들어도 내 속을 따뜻하게 표현하는 사람들이 좋더라구요.
이런거 표현 못하는 것도 어찌보면 천성인데...혼자서라도 자꾸 연습하니까 늘더라구요.
두분 어머님들 아주 좋아하실겁니다.3. ??
'10.9.23 12:18 PM (180.71.xxx.169)내옷 한번 싸입은것 보다 더 행복 할겁니다
잘하셔서요
축하에 포옹을 맘껏 해드릴께요
겉보기에 차가와 보일지라도 속까지 차가울까....
왜 "까마귀 검다 한들 속까지 검을까 "하는 우리 옛말 하나도 안틀리죠.
바보 절대 아니고 아주 현명 그자체라 부럽사옵니다
복 받을겁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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