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편이전의 자유게시판으로 열람만 가능합니다.
친정 아빠께 받은 용돈..
친정 아빠께 드린 용돈이 아니구요..
친정에서 저녁을 먹었는데, 밤이 늦어 그만 일어나려고 하니
아빠가 안방으로 들어가셔서 주섬주섬 뭘 꺼내 오세요.
"이거 용돈이나 해라." 그러시네요.
제가 가을에 한학기 공부할게 생겨서 그거 등록금 내고,
남편도 9월부터 학원을 차릴 준비를 하느라고 돈이 좀 들고..
뭐 그런 저런 사정 얘기를 지난달엔가 지나가면서 그냥 한 얘긴데..
아빠가 영 신경이 쓰이셨는지 등록금이라도 내줄까 그러셨거든요.
저희도 돈 있다고, 사업대출은 좀 받았지만 저리로 잘 받았고 큰 빚도 아니라고 했는데도,
학비에도 좀 보태고, 학원 비품같은거 사는데도 좀 보태라고
50만원짜리 수표 넉장을 봉투에 넣어서 주셨어요.
아빠 앞에서는 우와 이렇게 많이? 내 생전 50만원짜리 수표는 처음본다고,
이리 돌려보고 저리 돌려보면서 감사하다고 잘 쓰겠다고 받아왔는데요.
저희를 배웅해 주시는 아빠 모습이 괜히 눈에 턱 걸려서 마음이 좀 그래요.
아빠 연세 칠순이 넘으셨고, 제 나이 벌써 삼십대 중반인데도
여전히 물가에 놀러간다면 잘 놀고 있냐 전화하시고, 저녁이면 잘 다녀왔냐 전화하시고,
감기라도 걸렸다 하면 아침 저녁으로 전화하셔서 밥은 먹었냐 잠은 잘 잤냐 물어보시고,
맛있는 집에 다녀오시면 다음에 거기 꼭 가자 하시면서 명함 챙겨 오시고.. 암튼 그러시는데요.
어휴.. 더 잘 살아서 부모님께 용돈도 턱턱 잘 드리고,
자잘한 걱정 안하시게 더 잘해야지 싶은 마음에 그냥 울컥해요.
저희 딸이 이제 갓 두살인데 애기 재롱 보시면서
"내가 이 놈 시집갈 때 까지는 살까?" 이러실 때가 있는데, 어찌나 마음이 아픈지요.
그 와중에도 저는 마침 카드 결제도 해야하고 아이 앞으로 돈 들어갈 것도 있었는데
생각지도 못했던 큰돈이 생겨서 잘됐다 하면서 마음 한켠으론 또 좋아하고 있어요.
이래서 자식은 평생 철부지일까요..
그냥 이래저래 목아래로 뭐가 울컥하는 밤이네요..
1. 커피대신
'10.8.17 11:28 PM (222.238.xxx.100)밤에 글 읽다가 맘이 짠해서 댓글남기네여..
그런 아빠 정말 부럽네여..
결혼전에 일찍 돌아가신 아빠 생각이 문득 듭니다..
살아계셨으면 저런 분이셨을 텐데..
앞으로 살면서 오래오래 잘해드리셨슴 해여..2. 참 예쁜
'10.8.17 11:37 PM (114.200.xxx.234)글이네요.
전 이런류의 글 보면 질투나고 뭐야 자랑아냐? 싶어서 댓글 안다는데
님 글은 참,,,잔잔한 한편의 수필을 보는것 같네요.
뭐...주는거 그대로 받는것도 사랑 이라고 생각합니다..3. ㅜㅜ
'10.8.17 11:41 PM (121.131.xxx.233)아..아빠 보고싶어요 ㅠㅜㅜ
4. 저도..
'10.8.17 11:47 PM (218.236.xxx.137)5월에 이사하면서..
돈이 없어서 맘에 드는 전세집 찾을 수가 없다고 아무 생각없이 지나가는 얘기로 말씀드렸는데
이사가면 TV라도 맘에 드는 걸로 바꾸라고 봉투 주시더군요ㅠㅠ
울아들이 이모집이나 외갓집 TV는 큰데 우리집만 작은 거라고 하는 얘길 흘려듣지 않으셨던 거였어요.
친정 갈 때마다 많이도 못 드리는 용돈 가끔 숨겨놓고 와서 찾으시라고 했었는데 한꺼번에 모아서 받은 기분이라 울컥해서..아직도 고이 모셔두고 있답니다^^:;;5. ㅠㅠ
'10.8.17 11:50 PM (121.178.xxx.158)감동이네요.
지금은 원글님이 필요하시니 잘 쓰시고
학원이 꼭~~~ 번창하셔서 아버님께 몇배로 갚아 드리세요.
돈도 좋지만 아버님 사랑이 느껴져 가슴이 뭉클하네요.
원글님~~~
학원 잘~~~ 되시길 바랄께요.6. ...
'10.8.17 11:51 PM (220.73.xxx.199)저는 애잔한 원글을 읽으면서...이제 고1인 딸아이가 원글님같은 나이가 되었을 때
제 딸아이에게 원글님 아버님같은 그런 아빠로 남을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해봤습니다.
자주자주 찾아 뵙고 (아버님이 귀찮아 하실 정도로..^^) 늘 행복하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