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긴 이젠 친구가 아니네요.
이미 오래 전에 헤어졌으니까...^^;
대학시절 같은 써클에서 만나 어울리게 됐어요.
공부 그럭저럭 가정형편 그럭저럭인 아이들이 모여있는 지방 국립대,
전 솔직히 별 열등감 없이 지냈는데 고교시절 공부를 제법 잘했다던 그 친구는 대학이 큰 컴플렉스였던 것 같아요.
(치대 떨어져서 자연과학계열 왔다던데, 약대라도 갈걸 그랬다며 많이 후회하더라구요.
약대 넉넉히 들어갈 점수는 나왔지만 기초과학 공부해보고 싶었대요.)
우리들은 학교 졸업 후 대부분 생활 근거지를 서울이나 수도권으로 옮기게 됐는데,
그 친구는 졸업 후 카이스트에도 합격하고 서울대대학원도 합격했는데 서울대 쪽으로 가더군요.
그런데 거기 다니면서부터 왠지 모르게 이전 대학에서 만났던 우리들을 좀 부끄러워한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딱히 뭐라할 순 없지만, 가끔 우리들 만나면 별 관심도 없는 대학원 이야기, 거기서 새로 만난 사람들 이야기를 자랑하듯 자주 하더라구요.
그거야 그렇다쳐도 만날 때마다 본인의 스케줄에 맞춰야 한다는 건 좀 기분이 안 좋긴 했어요.
물론 공부하느라 바쁜 건 알지만 누구에게나 시간은 소중한 건데,
늘 그 아이가 원하는 시간, 원하는 장소로 우리들이 이동해야 했거든요.
가장 화가 났던 것은 그 친구 결혼식 때였어요.
신랑이 서울 명문대 출신이라 그 친구들 레벨이 우리들 보다 높다고 생각해서인지 몇 번이나 옷 잘 입고 오라고 다짐을 받더라구요.^^;
그것까진 이해했는데, 결혼식 끝나고 피로연에서 남자쪽 친구들이 식사만 끝내고 우르르 가버리던 그 황당함이라니...
그렇다고 제 친구들이 폭탄들은 아니거든요.^^
지방에서 올라간 친구들이 많긴 했지만 나름 다 평균이상의 외모(이런 표현까지 써야하는 게 서글프지만^^;) 였어요.
평소 그 친구가 우릴 대하던 것과 신랑친구들의 무례함이 어우러져 기분이 참 별로더라구요.
그래도 친구니까 계속 만남을 이어나가긴 했어요.
그런데 시간이 흐를수록 그 친구의 태도를 받아들이기가 너무 힘들어지더군요.
연이어 약속을 펑크내고도 별로 미안해하지 않는 것,
절대 먼저 연락 취하지 않는 것... 등등
물론 그런 것들의 바탕엔 우리를 존중하지 않는 것에 대한 섭섭함이 깔려있었겠죠.
그렇게 자연스럽게 멀어지게 되었는데,
몇 년 후 제 자취방으로 전화가 왔더라구요.
전 그때 시골로 발령을 받아 자취를 하고 있었는데 제 본가에 전화를 해서 제 연락처를 알아냈다고 하더라구요.
이미 마음 속에서 지워진 친구라 그런지 좀 냉랭하게 전화를 받았더니 그 친구가 머쓱해하며 끊더군요.
물론 섭섭했겠지만, 그 친구의 섭섭함을 달래주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었어요.
아마 그 친구는 본인이 친구라는 위치에서 밀려났다는 걸 모를 거예요.^^
시간이 흘러 자연스럽게 멀어진 거라 생각하겠죠.
어느 분이 친구 이야기를 꺼내시기에 저도 한때 친구였던 한 관계에 대한 기억을 털어놓아봤어요.
가장 빛나는 시절을 같이 한 친구인데도 한 자락의 그리움조차 남아있지 않은 걸 보면
한 번 닫힌 마음의 문은 정말 되돌릴 수가 없는가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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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진 친구 이야기...
저도 조회수 : 596
작성일 : 2010-06-29 12:33:03
IP : 117.111.xxx.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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