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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언어에 대한 몇 가지 오해 1

지베르니 조회수 : 842
작성일 : 2010-06-14 09:37:55
"언어는 공부를 해도 도무지 성적이 오르지 않는다"는 불평을 많이 듣는다. 이 불평에는 언어 학습의 핵심이 잘 표현되어 있다. 이 말은 "다른 과목과 같은 방법으로 언어 공부를 하였으나 성적은 오르지 않는다"라는 의미이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할 것은 '다른 과목과 같은 방법으로'라는 언어 학습 방법이다. 공부를 해도 언어 성적이 오르지 않는 것은 학습 방법에 문제가 있다는 말이다.

다른 경우도 그렇지만 언어 학습에 대해서도 많은 편견들이 있다. 그 중에서도 대표적인 몇 가지를 지적한다면 다음의 세 가지를 들 수 있다. 1)언어도 암기 과목이다. 2) 언어 실력이 있어야 수능에서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3) 배경 지식이 필요하다. 이 편견들은 언어 학습의 심각한 장애가 된다. 따라서 많은 학생들이 공부를 하여도 성과가 없으므로 언어 학습을 기피하게 되고 심지어 언어에 두려움을 느끼게 된다. 한마디로 악순환이 연속 된다는 말이다.

사정이 이렇다면 언어 학습 방법은 의외로 쉽게 찾을 수 있다. 첫째 언어는 암기 과목이 아니라 이해가 필요한 과목이다. 둘째 언어 실력이 있으면 수능에서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으나 언어 실력이 있다고 반드시 좋은 점수를 받는 것은 아니다. 셋째 언어 학습을 위해서는 배경 지식이 필요 없다. 이런 조언은 상식과는 일치하지 않으므로 대부분의 학생들이 처음에는 당혹감을 느낀다. 아마 이 글을 읽는 언어에 관심이 있는 분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제 하나씩 그 이유를 살펴보자.

1. 언어는 암기 과목이 아니다.
먼저 시 한 편을 감상하기로 하자.

아무도 그에게 수심(水深)을 일러 준 일이 없기에 / 흰 나비는 도무지 바다가 무섭지 않다// 청(靑)무우밭인가 해서 내려갔다가는/ 어린 날개가 물결에 절어서/ 공주(公主)처럼 지쳐서 돌아온다// 삼월(三月)달 바다가 피지 않아서 서글픈/ 나비 허리에 새파란 초생달이 시리다  -김기림, 바다와 나비

'바다와 나비'는 교과서에 수록되어 있으며 2006년 6월 평가원 모의고사에 출제된 시이다. 대부분의 학교와 학원에서는 이 시를 '바다와 나비의 대조를 통해서 역사 혹은 운명과 같은 거대한 힘 앞에서 좌절할 수밖에 없었던 시인의 모습을 형상화함으로써 식민지 시인의 초라한 모습을 투영시키고 있다'는 식으로 해설하고 있다. 여러분들은 이 시를 읽으면서 과연 앞의 해설을 유추할 수 있는가? 이런 식의 해설은 김기림이라는 시인을 연구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불필요하며 학생들이 쉽게 공감할 수 없기 때문에 학생들은 이 시를 이해하기보다는 암기할 수밖에 없다. 언어 학습에 비극이 시작되는 순간이다.
다른 시 한 편을 보기로 하자.

북한산(北漢山)이/ 다시 그 높이를 회복하려면/ 다음 겨울까지는 기다려야 한다.// 밤 사이 눈이 내린,/ 그것도 백운대(白雲臺)나 인수봉(仁壽峰) 같은/ 높은 봉우리만이 옅은 화장을 하듯/ 가볍게 눈을 쓰고// 왼 산은 차가운 수묵으로 젖어 있는,/ 어느 겨울날 이른 아침까지는 기다려야만 한다.// 신록이나 단풍,/ 골짜기를 피어오르는 안개로는,/ 눈이라도 왼 산을 뒤덮는 적설(積雪)로는 드러나지 않는,// 심지어는 장밋빛 햇살이 와 닿기만 해도 변질하는,/ 그 고고(孤高)한 높이를 회복하려면// 백운대와 인수봉만이 가볍게 눈을 쓰는/ 어느 겨울날 아침까지는/ 기다려야 한다.  -김종길, 고고(孤高)

'고고'는 교과서에 수록되어 있지 않으나 2007년 수능에 출제된 시이다. 여러분들이 처음보는 이 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한가? 출제 경향을 분석해 보면 시 문항은 일반적으로 교과서에 없는 시 한 편을 반드시 포함하여 3편의 시에 대한 5개의 물음으로 구성되어 있다. 학생들은 이 문항을 약 7분 만에 해결해야 한다. 교과서에 수록되어 있는 엄청난 분량의 시는 암기로 해결한다 하더라도 처음 보는 시는 어떻게 할 것인가?

시 문항 출제 경향은 단순한 암기가 아닌 시에 대한 이해를 요구하며 이런 점은 언어의 다른 문항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학생들은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을 암기로 해결하려는 경향이 있다. 주입식 학습이 야기하는 무서운 결과 중 하나이다. 이 방법은 수능 언어에는 통하지 않는다. 많은 학생들이 언어 공부를 열심히 하여도 성과가 좋지 못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들이 아무리 많은 시간을 언어 학습에 투입하더라도 결코 언어 공부를 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당연히 좋은 성과를 기대할 수 없다.

(내일 계속 됩니다)

IP : 110.47.xxx.243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감사합니다.
    '10.6.14 9:48 AM (218.53.xxx.115)

    좋은 글 감사드려요.
    수험생 제 딸아이이게 많은 도움이 되겠어요.

  • 2. 저도
    '10.6.14 9:59 AM (211.205.xxx.51)

    감사드립니다. 내일 것까지 미리 ^^

  • 3. 오...
    '10.6.14 10:14 AM (122.32.xxx.95)

    저 언어영역 항상 전국 1등급이었어요..ㅋㅋ
    책을 많이 읽어서 이해력이 유추력이 높아진것도 있지만,
    엄마가 국어선생님이셨는데, 중학교때부터 매일 신문 사설 읽고 주제에 줄긋기를 시켰거든요.
    읽기 속도도 빨라지고, 문제풀때도 도움이 많이 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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