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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아래 우편물 분실 사건(엘리베이터 대자보) 범인 알아냈어요.
중간에 혹시나 해서 우편함 한번 갔는데 아무 것도 없고 전화 연락도 없길래 오늘은 연락 없겠지 싶어 포기하고 옷도 다 갈아입고 있었는데 전화가 한 통 오더라구요.
발신번호를 보니 우리 동네 국번 들어간 집전화라서 혹시나 해서 얼른 받았어요.
앳된 목소리로 엘리베이터 글 보고 양심에 가책을 느껴서 전화했다고 하더군요.
일단 편지랑 내용물을 갖고 있는지부터 물었는데 허무하게도 편지는 어디 있는지 모른답니다. ㅠㅠ
그리고 내용물은 갖고 있다고 하더군요.
학생이냐고 물으니 그렇다고 하고, 많이 겁에 질린 목소리인 걸로 보아 되바라진 아이는 아니더군요.
꼬박꼬박 존대해가며 침착하게 물어봤어요.
초등학생이냐 중학생이냐 하니 초등 6학년이라더군요. --;
남의 편지를 왜 가져갔냐 하니 호기심에 그랬다고 많이 반성하고 있다고 하구요. 너무도 두려워서 전화했답니다.
지금까지 다른 집 편지도 그런 식으로 가져간 적 있느냐고 하니 절대 아니라고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구요.
그럼 남의 편지를 호기심에 가져갔더라도 내용물이라도 나중에 다시 가져다놔야 하는 것 아니냐, 남에게는 중요한 편지인데 그걸 가져가는 건 엄연한 도둑질이다, 전화 안왔으면 당장 경찰 부를려고 했다...하니까 계속 죄송하다고 했구요,
다른 말 안할테니 편지 어디 버렸냐 하니 기억이 안난다네요. --;
본인이 그래놓고 기억이 안난다니 어이가 없다고 하니 피아노 학원 신발장 근처에 놔두고 왔답니다.
본인 말로는 내일 학원 가면 찾을 수 있을 것 같다고는 하는데 한글도 아니고 일본어로 써진 편지 보고 아이들이 호기심 삼아 만졌지 그냥 뒀겠어요. 못찾겠죠. 휴우...
CCTV로 본 인상착의(안경, 하얀 옷 등) 설명하면서 가방에서 꺼내던데 언제 편지 가져갔냐 하니 학원차 기다리면서 편지가 보이길래 가방에 넣어가져갔다가 집에 오는 길에 봉투를 엘리베이터에 버렸다네요.
(중고생이나 어른이 그랬다면 아예 증거 인멸했을텐데 그 점에서 아직 순진한 것 같더라구요)
암튼... 남의 물건에 손 대는 건 나쁜 일이다, 부모님들에게는 이야기했냐고 하니 모르신다고... 그래서 안계실 때 지금 급하게 전화한 거라고 하네요.
어른이 그랬으면 혼쭐을 내줄려고 했는데 뭣도 모르는 학생이 울면서 죄송하다고 반성한다고 계속 그러니까 마음이 약해져서... 부모님에게는 이야기 안할테니 그 점은 걱정 마라. 이렇게 전화라도 해주니 고맙다.하고... 내용물(선물)은 다 가지고 있냐고 하니 가지고 있다고 해서 지금 혹시 내려와서 우편함에 지금이라도 넣어주고 갈 수 있냐고 하니 당장 가져다 놓겠다고 하더라구요. 자기가 편지 가져간 호수도 모르고 있길래 알려줬구요.
혹시 몇 층이냐 물어보니 그건 제발 묻지 말아달라고 애원하길래 그냥 알겠다고... 그러고 말았어요.
(학생이 순진하긴 한 게... 그 시각에 엘리베이터가 몇 층에서 내려오는지 보면 다 알텐데 당장 내려와서 넣어놓고 갔더라구요. 몇 층인지 대충 파악했어요. CCTV에서 내려오는 시간을 봐서 대략 고층부일 거라 생각했는데 제 예상대로더군요)
그리고 이미 버려지고 없겠지만 혹시 내일이라도 음악학원 가서 편지 발견되면 책임감 갖고 다시 넣어달라고 했어요. 그러겠다고 하면서 꼭 신경 써서 찾겠다고 하더군요.
중간에 맞닥뜨릴 수도 있었지만 학생이 안스러운 생각이 들어서 일부러 내려왔다 올라가길 기다려서 우편함에 갔더니 편지에 같이 들어있었다던 내용물 두 개를 넣어놓았네요.
(세 개인 것 같은데 두 개만 있길래 다시 전화해서 물어보긴 했는데 하나는 어디 갔는지 모르겠대요. 절대 자기가 가진 건 아니라고... ㅠㅠ)
암튼, 솔직히 말해줘서 고맙다 하고 다시는 다른 사람 우편물이나 물건에 손대지 말라고 하니 울면서 용서해줘서 감사하다는 말까지 하네요.
요즘 뻔뻔스럽고 나쁜 아이들이 많아서 혹시 그런 애면 어떡하나 했는데 그나마 나쁜 아이는 아닌 것 같아서 낮부터 계속 부글부글 화났던 게 많이 가라앉았어요.
편지는 못찾았지만 안에 들은 선물이라도 일부 찾아서 다행이네요. ㅠㅠ
엘리베이터에 뻔히 보이는데 그런 거 보면 순진하긴 한가봐요.
본인도 너무 놀래서 어쩔 줄을 모르는 것 같아서... 용서하기로 했습니다. ㅠㅠ
편지 잃어버린 건 분하지만 저도 여자 아이 키우는 엄마 입장이라서... 심하게는 못하겠더라구요.
(만약 내일까지도 전화가 안왔거나 본인이 범인인데도 적반하장으로 대들거나 했으면 강경하게 나갈 생각이었지만요;)
암튼 글 보고 댓글 달아주신 분들 중에 결과 궁금하신 분 혹시라도 계실까봐 후기 올려요.
휴... 제 딴에는 잘한 대처라고 생각은 들지만 버렸다는 편지 내용이 너무 궁금하네요. 몇 년만에 연락온 건데... --;
1. 이야우~
'10.5.27 10:11 PM (210.94.xxx.89)멋지십니다.. +_+
그 친구도 아주 되바라진 나쁜 아이는 아닐 것 같네요..
배려와 마음 씀씀이와 적절한 지도까지..선생님하셔도 되겠어요 ^^2. 아까
'10.5.27 10:13 PM (220.79.xxx.203)글 보고 궁금했었는데, 그나마 잘 해결이 되었네요.
어른답게 잘 처신하신것 같아 보기가 좋습니다.
박수 짝짝~~3. 장발장
'10.5.27 10:20 PM (121.162.xxx.105)님
님~편지 잃어버리신 것은 안 되었지만
대처도 빨리 잘하시고 후처리도 잘 하셨어요
어린 학생이라니 몰라서 그랬다 양해하시고
마음도 대인배시네요.그
학생 아마 호기심에 그랬다가 깜짝 놀라
다시는 그런 짓 안 할 듯 하네요.
문득 장발장을 용서하고 새 삶을 인도한
미리엘 신부님과 님의 모습이 오버랩 되네요.
현명한 일처리 한 수 배워요.^^4. ...
'10.5.27 10:37 PM (221.138.xxx.26)질하셨어요~ 어린아이이니 너그럽게 하시되 잘못된 점은 일깨워주신 진정한 어른이시네요. 아이가 호기심이 지나쳐 그런거니 맘 푸시구요. 암튼 그 아이 큰 배움 했네요.
5. 대인배
'10.5.27 11:10 PM (61.98.xxx.23)이십니다..
님은 진정한 어른~
나중에 그 학생이 고맙게 생각할거에요.6. 궁금이
'10.5.28 1:07 AM (58.120.xxx.155)님의 현명한 대처로 그 아이에게도 큰 도움이 되었을겁니다...앞으론 착하게살겠죠`^^
7. 지난 번 글 보고
'10.5.28 10:52 AM (58.140.xxx.194)아이들 짓일거라 생각했어요.
저희 아파트에서도 저희 문에 뭐 있음 전단지만 쏙 놔두고 필요한 건 아이들이 가져가고
때론 낙서도 해놓고 전 알지요. 분명 아이들 짓이라는거.
가끔 욱하는 일이 발생하지만 어쩌겠어요. 귀찮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