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개편이전의 자유게시판으로 열람만 가능합니다.

우리 된장 왜 이렇게 맛난걸까?

나이듦 조회수 : 928
작성일 : 2010-05-26 16:47:21
시골집 마당 한켠의 항아리에 된장이 익어갑니다.
담기만하고 미처 뜨질 못했는데
칠순 넘은 막내고모님이 오셔서 바지 둥둥 걷고 떠 주셨답니다.
고추씨 빻은 것 구해다 같이 버무리고
올해 장을 안 담으셨다길래 떠 가시라했더니
손이 오그라들어 못 퍼 가시나봅니다.

며칠 있다 전화가 옵니다.
얼마나 맛난지 물에 만 밥에 생된장을 찍어 먹으니  절로 넘어간다십니다.
고종 사촌 여동생이 쌈장하게 좀 달라는데
형제 자매 많은 그집에 너 줄게 어딨냐고 질렀다시는데
장이......많이 먹어 맛인가요.
얼마든 퍼 가시라했습니다.
우리 고모 찬통에 하나 덜어가시면서 된장은 얻어 먹는거 아니라고 기어이 이만원 주셨다는데

좀 전에 작년에 혼자되신 큰 고모님이 같이 시골에 계신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뒤 늦게 형제분들이 모여 밤을 보내셨다는 소식에
나는 자주 못가는, 돈 들여 지은 집이 하나도 안 아깝고
우리 부모님 기뻐하시는 모습이 즐거워 절로 오후가 신이 납니다.

큰고모님 자식들을 잠시 떠나 이곳저곳 유유하시나 본데
어제 저녁에 된장찌개 드시고 달고 맛나다고 감탄하셨다네요.
덜어 가시라고 엄마가 통을 드리니
한종지 담으시더랍니다.

전화로 "너희들은 왜 이 맛난 걸 안 떠 간거야?
우리가 먼저 못 먹는다......" 하십니다.
사실 아직 우린 지난해 걸 먹고 있거든요.
누가 먼저 먹으면 어떤가요.

꾹꾹 눌러 담아주는 우리 엄마
막내 올케로 쉽게 살아오셨으니
그 정도 베풀수 있음이 행운이지요.

오늘 이 청명한 날씨에
바람도 선선할 그 곳에서
토종닭으로 점심 사 드시고
합이 300살은 넘는 노인네 넷이 모여 오수를 즐기는 중이시랍니다.

환율은 피를 마르게 하고
월말 결제는 할 곳이 쌓였지만
이렇게 나를 숨통 트이게 하는 일이 있어 행복합니다.
IP : 210.221.xxx.2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히히
    '10.5.26 4:50 PM (203.232.xxx.45)

    읽으면서 절로 입가에 웃음이 감도네요.

    오늘 하늘 색깔도 정말 멋져요.

    좋은 날 꼭 오리라고 다짐 다짐 다짐...

  • 2. 저도 맛보고싶네요~
    '10.5.26 5:07 PM (116.123.xxx.229)

    저도 한번 맛보고 싶어지는 글인데요~~

    저도 엄마한테 된장 얻어다 먹는데요~~

    된장을 그냥 얻어오는거 아닌거 오늘알았네요~

  • 3. ..
    '10.5.26 5:07 PM (125.143.xxx.25)

    아! 정말...전 빨리 그런날이 왔음 소망하는...내 노후가 그렇게 평화로울수 있을까 두려운 30대중후반입니다^^...

  • 4. ...
    '10.5.26 8:12 PM (125.180.xxx.202)

    된장, 간장 잘되는 집은 복이 넘친다고 하쟎아요?^^
    좋은 일만 있으실 건가봐요.
    글만 봐도 침이 꼴깍꼴깍 넘어갑니다.^^

  • 5. ...
    '10.5.26 8:20 PM (119.69.xxx.14)

    맛있는 된장 수소문해서 사서 먹고 사는데
    사서 먹고 싶네요
    그냥 찍어먹어도 맛있다면 찌개하면 굉장히 맛있을거 같아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546655 어수선한데 죄송) 인라인판매처 좀 알려주셔요 인라인판매처.. 2010/05/26 300
546654 유시민후보,한명숙 후보님 후원했습니다. 4 화이팅 2010/05/26 382
546653 울아들 이름 영문표기때문에 의견구해요 10 여권 2010/05/26 488
546652 선거관련우편물 도착했나요? 3 언제오나요 2010/05/26 489
546651 집주인에게 전세금 반환각서 받아야 할까요?? 8 세입자 2010/05/26 1,199
546650 중국까지 요동치게 만든 <조선일보>의 창작비밀 2 세우실 2010/05/26 457
546649 오이소박이 담글때요..(급) 3 김치 2010/05/26 718
546648 <러브 액츄얼리>와 비슷한 영화 또 없나요? 15 영화 2010/05/26 2,390
546647 아이가 공중전화에서 엄마에게 전화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나요? 2 수신자부담 2010/05/26 382
546646 정운찬 "인터넷 보급이 한국문화 수준 떨어뜨려" 38 소망이 2010/05/26 1,454
546645 오늘 이웃들과 선거 이야기 했어요. 5 여기 부산 2010/05/26 770
546644 Gene targeting within stem cells using directly ev.. Jonath.. 2010/05/26 392
546643 밖에 나가는거 싫어하시는 분들 아이 산책도 안시키게 되지 않나요? 13 2010/05/26 1,184
546642 구의원직이 앞으로 없어지나요? 6 ..... 2010/05/26 586
546641 정몽준, `천안함 정쟁' 중단 제안 32 소망이 2010/05/26 1,549
546640 분유..단계 지나서 먹여도 될까요? 아니면 다음 단계 미리 먹일까요? 2 아기엄마 2010/05/26 469
546639 짭짤이토마토 도대체 맛이 어떤 맛인가요??? 7 ??? 2010/05/26 1,218
546638 지방자치 시작할때 명예직(녹봉 no) 아니였나요? 4 .. 2010/05/26 305
546637 이창동 감독 `칸 각본상` 盧짱님께...봉하마을 참배 10 소망이 2010/05/26 1,390
546636 김문수 경기도 지사 후보의 주요 공약 GTX, 예산 규모의 문제점 1 세우실 2010/05/26 318
546635 제가 무식 이어서 그런데요 교육감도 당 있는거지요? 8 교육감 2010/05/26 877
546634 계엄령 선포 가능할까요? 1 투표하자!!.. 2010/05/26 507
546633 서울대학병원이 대학로랑 가까운가요??? 10 궁금.. 2010/05/26 996
546632 양파짱아찌의 황금비율을 알려주세요~! ^^; 7 양파짱아지 2010/05/26 3,621
546631 우리 된장 왜 이렇게 맛난걸까? 5 나이듦 2010/05/26 928
546630 부모가 사이좋은 모습만 보여도 자식이 잘자랄 확률이 높겠죠? 12 ... 2010/05/26 1,875
546629 방금 남편에게 친구들 전화번호 프린트 해 오라고 했더니... 6 총공세 2010/05/26 1,654
546628 공부는 왜 해야하고 젊어서 돈은 왜 모아야 할까요? 9 인생을노래해.. 2010/05/26 1,655
546627 9개월 된 우리 아들 벌써 애국의 길로.. 9 넘 웃겨서 .. 2010/05/26 1,154
546626 매실진액이랑 장아찌 등을 만들려는데요, 시중 백설탕을 써도 될까요? 4 요리 초보 2010/05/26 5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