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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1주기 추모공연 ‘시민에게 권력을’ /탁현민

하얀반달 조회수 : 1,026
작성일 : 2010-05-17 10:10:20
[정동 에세이]노무현 1주기 추모공연 ‘시민에게 권력을’ 탁현민 | 공연연출가·한양대 겸임교수


지난 8일부터 시작된 노무현 전 대통령의 1주기 추모공연을 연출하고 있다. 서울을 시작으로 광주, 대구, 대전, 창원 그리고 부산으로 이어지는 이번 공연의 제목은 ‘Power to the People-시민에게 권력을’. 보태고 뺄 것도 없이 ‘깨어 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이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라는 고인의 유지를 그대로 공연에 담으려는 의도이다. 그러나 의도는 분명하지만 그것을 제대로 구현하는 일은 단지 공연에서조차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누군가를 추모하는, 서글픈 마음을 담아 만드는 공연은 필연적으로 우울하고 어두운 분위기를 그려 낼 수밖에 없다. 여럿이 모여 함께하는 슬픔은 때론 위로가 되지만, 슬픔이 더 커지는 것도 사실이라 자칫 공연장을 찾은 관객들이 절망을 느끼게 된다면 낭패가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이번 공연에서의 연출은, 슬픔에서 시작하되 관객들 스스로가 그 슬픔에서 빠져나와 크든 작든 희망의 단서들을 움켜쥘 수 있게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공연은 명계남씨의 독백으로 시작한다. 관객은 그의 등장만으로도 가슴이 저린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온몸으로 사랑했던 사람, 그로 인해 많은 것을 잃고 상처받고 또 다쳤던 사람, 그를 무대의 맨 앞에 세운 이유는, 그가 1년 전 그날의 슬픔을 오롯이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잊지 않고 여전히 아파하고 분노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그를 통해 잊고 있던 기억을 꺼내보며 아프게 된다.

그리고 문성근씨. 공연을 앞두고 짧은 극을 준비하던 중 그가 말했다. “나는 아직 노 대통령의 죽음을 차분히 이야기한다거나, 비유나 은유로 표현하기가 어렵다. 그의 죽음은 내겐 너무나 아픈 현실이다.”

그런 그에게 연출가로서 주문한 것은 그가 가장 어려워하는 것이었다. 죽음을 직설로 이야기하지 말고 서정으로 은유로 이야기할 것. 명계남씨의 역할이 기억과 분노라면 문성근씨의 역할은 고민과 위로여야 했다. 그 둘을 빼고는 이 무대에서 그 역할을 해낼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문성근씨와 명계남씨가 아파해도 어쩔 수 없다. 어차피 이러한 공연에서는 각각의 출연진이 감당해주어야 할 역할이 있다. 무대에 서는 사람들이 힘들어 하는 것을 보는 것도 힘든 일이지만, 그러나 무대 아래 관객들에게 공연의 의도가 전달되지 않는다면 결국 모두가 힘들어진다. 그래서 문성근·명계남씨의 대화극 다음에 등장하는 YB에게는 절망에서 분노를, 이후 등장하는 안치환씨에게는 분노에서 용기를, 그리고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과 국민참여당 이재정 대표, 그리고 정연주 전 KBS 사장과 참여정부 시절 인사들이 만들어낸 ‘사람사는세상’ 프로젝트 밴드는 그리움과 뜨거운 연대를 보여주어야 한다.

그리고 마침내 뜨거운 연대를 확인한 관객들에겐 이한철 밴드와 강산에씨가 ‘괜찮아 잘될 거야’와 ‘넌 할 수 있어’를 통해 희망과 용기를 나누게 된다. 억세거나, 비장하지 않게 하지만 분명하게. 이들을 공연의 뒷자리에 배치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가장 낮은 수준에서 동의할 수 있는 내용으로 그렇게 음악으로 관객들의 마음은 하나가 된다.

그리고 이제 공연은 마지막 피날레를 향하게 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생전에 노래한 상록수를 노래패 ‘우리나라’가 함께 부른다. 이것은 화답이다. 어렵게 모인 관객들, 앞으로 오랫동안 쉽지 않은 길을 가야 하는 이 ‘깨어 있는 시민’들을 격려하는 자리다. 고인의 목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관객들은 위로를 받는다.

마지막은 합창이다. 관객들과 시민합창단이 함께 부르는 Power to the People, 끝없이 되풀이되는 이 한 구절의 가사는, 따라 부를수록 더욱 분명하게 관객들과 출연진의 마음에 새겨지길 바라는 마음이다.

한 번의 공연으로 세상이 바뀌지 않을 것을 잘 알고 있다. 그것은 연출가뿐 아니라 관객들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1969년 우드스탁에 50만의 인파가 모여 평화를 노래했다고 해서 세상이 평화로워진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묻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모여서 노래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희망을 만들어내는 방법은 절망과 작별하는 것뿐이기 때문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으로부터 시작된 우리들의 절망, 그 절망과 작별하기 위해 우리는 한자리에 모여야 한다.

그래서 이번 추모 공연은 단지 여럿이 모여 즐기는 자리가 아니다. 음악과 극을 통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자리이다. 몸과 마음이 만나고 마음과 마음이 만나, 의미와 재미를 통해 희망과 실천을 새롭게 다짐하는 자리다. Power to the People. 시민에게 권력을…. 시민들이여 함께하길 기대한다.

<출처>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005161755045&co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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