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개편이전의 자유게시판으로 열람만 가능합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편지(2003년 어버이날 )

-용- 조회수 : 660
작성일 : 2010-05-07 23:50:11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오늘은 어버이날입니다.  
저에게는 큰 절을 두 번 하는 날입니다.  
한 번은 
저를 낳고 길러 주신 저의 부모님께 감사드리는 절입니다.  
또 한 번은 
저를 대통령으로 낳고 길러 주시는 국민여러분께 감사드리는 절입니다.     

저는 경남 김해 산골에서 태어났습니다.  
판자 석자를 쓰시는 아버지와 성산 이씨셨던 어머니의 막내로 태어났습니다.  
세속적으로 보면 저도 크게 성공한 사람이지만  
돌이켜 보면 부모님이 많은 것을 주셨기 때문에  
오늘이 있었던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가난을 물려주셨지만 남을 돕는 따뜻한 마음도 
함께 물려주신 아버지셨습니다.  
매사에 호랑이 같았던 분이지만  
바른 길을 가야한다는 신념도 함께 가르쳐 주신
어머니셨습니다.  
'내가 아프면 나보다 더 아픈 사람,  
내가 슬프면 나보다 더 슬픈 사람,  
내가 기쁘면 나보다 더 기쁜 사람.'  

오늘 그 두 분에게 하얀 카네이션을 바칩니다.    

국민여러분!     

대통령의 어버이는 국민입니다.  
국회의원의 어버이도 국민입니다.  
한 인간을 대통령으로 국회의원으로 만든 사람은 
바로 국민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점에서 정치개혁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여러분 마음먹기에 달린 일입니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고 명시된
대한민국 헌법 제 1조는  이 나라의 정치인이라면 누구나 군말없이 따라야 하는 
지상명령입니다.  

여러분의 관심 하나에 이 나라 정치인이 바뀌고  
여러분의 결심 하나에 이 나라의 정치는 바뀌게 되는 것입니다.
그 관심과 결심 또한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어버이의 마음을 가지시면 됩니다.  
어버이는 자식을 낳아 놓고 '나 몰라라'하지 않습니다.  

잘하면 칭찬과 격려를 해주고 잘못하면 회초리를 듭니다.  
농부의 마음을 가지시면 됩니다.  
농부는 김매기 때가 되면 밭에서 잡초를 뽑아냅니다.  
농부의 뜻에 따르지 않고 선량한 곡식에 피해를 주기 때문입니다.     

나라와 국민을 위해 일하라는 국민의 뜻은 무시하고  
사리사욕과 잘못된 집단이기주의에 빠지는 일부 정치인.  
개혁하라는 국민 대다수의 뜻은 무시하고  
개혁의 발목을 잡고 나라의 앞날을 막으려 하는 일부 정치인.  
나라야 찢어지든 말든 지역감정으로 득을 보려는 일부 정치인.  
전쟁이야 나든 말든 안보를 정략적으로 이용하는 일부 정치인.     

이렇게 국민을 바보로 알고 어린애로 아는 일부 정치인들에게  
국민여러분과 제가 할 일이 있습니다.
제가 할 일은 어떤 저항과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대통령의 의무인 대한민국 헌법 제 1조를 지키는 것입니다.   
살아 움직이는 헌법이 되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여러분께서 하실 일은 어버이의 마음을 가지시고  
농부의 마음을 가지시는 것입니다.     

국민여러분!  

저에게도 어버이의 회초리를 드십시오.  
국민여러분의 회초리는 언제든지 기꺼이 맞겠습니다.  
아무리 힘없는 국민이 드는 회초리라도  
그것이 국익의 회초리라면 기쁜 마음으로 맞고 온 힘을 다해  
잘못을 고치겠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힘있는 국민이 드는 회초리라도  
개인이나 집단의 사적인 이익을 위해 드는 회초리라면  
매를 든 그 또한 국민이기에 맞지 않을 방법은 없지만  
결코 굴복하지는 않겠습니다.  
'너 내 편이 안되면 맞는다'라는 뜻의 회초리라면  
아무리 아파도 굴복하지 않겠습니다.  
국민여러분의 큰 뜻을 위배하라는 회초리라면  
결코 굴복하지 않겠습니다.  
제가 굴복하면 저에게 기대를 걸었던 많은 국민들은 희망을 잃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국민여러분!     

그런데 하나 경계해 주실 것이 있습니다.  
바로 집단이기주의입니다.  
저는 대통령이 되기 전,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는  인권변호사로서 살았습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힘있는 국민의 목소리보다  
힘없는 국민의 목소리가 더 크게 들리는 체질입니다.  
그러나 대통령으로서 국정을 할 때는 그 누구에게  
혹은 어느 한 쪽으로 기울 수 없습니다.  
중심을 잡고 오직 국익에 의해 판단할 수 밖에 없습니다.     
왜냐하면 대통령이 중심을 잃는 순간,  
이 나라는 집단과 집단의 힘겨루기 양상으로 갈 것이기  때문입니다.  

정치와 통치는 다릅니다.
비판자와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다른 것입니다. 
저는 인기에 연연하지 않고 국익이라는 중심을 잡고 흔들림없이가겠습니다.     

국민 여러분!  

저에게는 희망이 있습니다.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꼭 이루고 싶은 희망이 있습니다.     
그 하나는 이익집단은 있지만 집단이기주의가 없는  대한민국입니다.  

각자의 이익을 추구하지만  국가와 민족 앞에서는 한 발 물러서는 대한민국.  
좀 더 가지고 덜 가진 것의 차이는 있지만 서로 돕는 대한민국.  
동(東)에 살고 서(西)에 사는 차이는 있지만  
서로 사랑하는 대한민국.   바로 화합으로 도약하는 대한민국입니다.     

다른 하나는 세대 차이는 있지만 세대 갈등은 없는  대한민국입니다.  
자식은 부모세대가 민주주의를 유보하며 외쳤던   '잘 살아 보세'를 존중하고  
부모는 내 아이가 주장하는 '개혁과 사회정의'를 시대의  메시지로 받아들이는 대한민국.  
자식은 부모에게서 경험을 배우고 부모는 자식에게서  
새로운 시대의 흐름을 배우는 대한민국.  

자식은 밝게 자라게 해 준 부모에게 감사하고 부모는 자식의 밝은 생각에서 새로운 것을 배우는 대한민국.  
바로 사랑으로 행복한 대한민국입니다.     

국민 여러분!     

이 세상을 떠날 때 가장 후회스러운 것은  
높은 자리, 많은 돈을 갖지 못한 것이 아니라고 합니다.  
부모님을 한 번 더 찾아 뵙지 못한 것,  
사랑하는 아이를 한 번 더 안아 주지 못한 것,  
사랑하는 가족에게 더 잘해주지 못한 것이 가장 후회스럽답니다.  

저도 IMF 후 국가의 위기를 극복하는데 도움이 되고자 전국의 노동자들을 설득하러 다니느라고
어머님의 임종을 지키지 못했던 일이 아직도 가슴에 남아있습니다.     

저의 이 편지가 부모님의 은혜를 한 번 더 생각하는 계기,  
대한민국이라는 가족공동체를 한 번 더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효도 많이 하십시오.       
우리 모두의 가슴에   마음으로 빨간 카네이션을 바치며...  

2003년 5월 8일,  
대통령 노무현  
===========================================================
오늘 서초동 노무현 추모전시관에서 읽은
다시 한번 노대통령님을 생각케 하는 글이었습니다.
IP : 124.197.xxx.203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고독
    '10.5.8 12:03 AM (175.114.xxx.69)

    아이구... 한말씀 한말씀이 지금의 저희들에게 절실히 필요하고 곱씹어 봐야할 말입니다.

    그런데 왜 그때는 몰랐을까요..

    새삼 한줄 한줄 천천히 읽으며 그분의 숭고한 뜻을 새기게 되네요..

    좋은 글 올려주셔서 감사하고..

    그분이 그리워 집니다..

  • 2. 저도 감사^^
    '10.5.8 9:32 AM (219.241.xxx.49)

    예전에도 읽었던 글인데 또 읽어도 감동이네요.^^

  • 3. 눈물
    '10.5.8 5:18 PM (211.172.xxx.24)

    바보같이...
    또 눈물이 나네요.
    왜 이렇게 넓고 깊은 생각을 가진 소중한 분을...지키지 못하고...
    그저 눈물만이 흐릅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538858 어버이날 황당한 이야기 ㅎㅎ 13 흠.. 2010/05/08 3,018
538857 에 나오는 뜨거운 감자...두번째 노래 좋네요...^^ 4 스케치북.... 2010/05/08 700
538856 한자성어 좀 가르쳐 주세요. 4 한자성어 2010/05/08 660
538855 자기 스스로 틀린문제 체크하는거 몇학년쯤 2 가능한가요 2010/05/08 567
538854 연아가 은퇴하진 않을거같네요 20 ㄹㅇㄴㄹ 2010/05/08 4,073
538853 오늘 MBC스페셜 보신 분 있나요? 6 아기엄마 2010/05/08 3,550
538852 결국 내리사랑일까... 3 깍뚜기 2010/05/08 1,057
538851 유아기때 학습지 하고 안하고 차이가 많나요? 6 학습지 2010/05/08 1,402
538850 kt 집전화 보증금 받은적이 없는데 돌려 받았다하는경우 어떻게 하죠? 3 .. 2010/05/08 2,474
538849 오쿠로 만든 홍삼의 약효가 궁금해요 4 유효성분 2010/05/08 1,677
538848 나도 욕좀 하자... 3 시베리아.... 2010/05/08 1,051
538847 간만에 시댁일에 나섰더니 남편이 입이 찢여지네요. 7 화상 2010/05/08 2,032
538846 폴로 구매대행 추가 20% 세일 기간이 언제인가요? 2 궁금이 2010/05/07 940
538845 돌아가신 친정 엄마 그리워 첫아이때 돌사진 붙들고 8 펑펑 2010/05/07 1,377
538844 아무리 며느리라고..일방적으로 잘해야 하나요? 3 정없는 시어.. 2010/05/07 1,243
538843 노무현 대통령의 편지(2003년 어버이날 ) 3 -용- 2010/05/07 660
538842 늦게 교리 배우시는 엄마 세례명 추천 부탁드립니다. 11 2010/05/07 1,280
538841 고지혈증이 호모시스테인 수치와 관계있나요? 4 ㅠ.ㅜ 2010/05/07 832
538840 갑자기 천안으로 이사를 해야할 거 같아요... 9 ㅠ.ㅠ 2010/05/07 1,576
538839 저녁에 만든 콩나물국, 베란다에 놔도 안 쉴까요? 2 ^^ 2010/05/07 640
538838 '제가 어느덧 부모님 도움을 받은지 10년이 지났네요' 19 초4 어버이.. 2010/05/07 2,392
538837 ‘보’ 사라진 전주천, 잉어떼도 돌아왔다 5 세우실 2010/05/07 597
538836 알라*에서,,,노대통령 1주년추모 온라인 박석글 쓰기를, 2 verite.. 2010/05/07 434
538835 소장가치있는 영화 추천해주세요~ 20 빵빵외장하드.. 2010/05/07 1,677
538834 오늘도 에버랜드 인파 엄청나더군요 9 헥헥.. 2010/05/07 1,745
538833 삼겹살 구워 놓고 남은 것 어떻게하죠? 4 알려주세요 2010/05/07 1,337
538832 뉴스에서도 볼수없는 mbc 사태.... 7 지나다가 2010/05/07 749
538831 자기는 장난이라고 하는데 저는 너무 싫어요... 32 남편 2010/05/07 9,153
538830 오늘 한명숙-오세훈 토론 동영상 볼 수 있는데 없나요? 1 관훈토론 2010/05/07 761
538829 vj특공대는 왜 성공한 식당만 나오는 걸까요??? 14 왜왜 2010/05/07 2,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