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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 사이의 친구 관계...이런 것도 안되는 걸까요?
처음 만난 건 무려 15년 전이네요.
대학생때 친구 소개로 만났어요.
첫눈에 서로 호감은 있었는데, 얘기하다 보니 동성동본이었어요. 지금은 금혼법이 바뀌었지만 그 당시는 그러기 전이었고
둘 다 꽤나 보수적이라 처음부터 우리는 그냥 친구나 하자고 그랬었어요.(그 사람이 저보다 몇 살 위에요)
그 사람도 여자친구 사귀어본 적 없었고
저도 오랜 짝사랑이 막 끝나고 방황하던 시기여서
서로 편하게 이야기 나누고, 영화도 보고 밥도 먹고...자주는 아니지만 두어달에 한 번 씩 그렇게 만났어요.
연인들처럼 다정한 얘기 나누는 그런 사이는 아니고...그러니 당연히 스킨쉽 같은 것은 없었구요.10년 정도를 만났지만 신체적으로는 정말 담백했어요. 둘 다 굉장히 보수적이고 이성친구랑 손도 한 번 못 잡아본 상태였던 사람들이라...
대화하면서 신랄하게 서로 갈구기도 하고, 투닥거리고 다투는 것 같았지만 그래도 이야기 하는 게 참 즐거웠던 기억이 나요. 꼭 영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의 두 주인공 같았네요. 얘기하다 싸우고 열받는 거 보면서 재밌어하고, 금방 풀어지고.
그렇게 대학 다니고 각자 직장 생활 하며 바빠지니까 1년에 4번 정도 만나는게 다였어요. 계절 바뀔때 한번씩 만나게 된다고 그랬던 생각이 나네요. 월급 탔다고 밥 한 끼 먹고 헤어지든가, 아님 심야 릴레이 영화표 생겼는데 마땅히 같이 볼 사람 없으니 같이 보자든가...오래 만나서 편하기도 하고, 이 사람이면 절대 나에게 해로운 일 할 리 없다는 걸 아니까 신뢰가 가서 그런 것도 있었죠.
그 사이 각자 이성 친구가 생기기도 했고, 그것도 서로에게 감추지 않고 이야기 나누고 했어요.
그러다 그 사람이 먼저 결혼을 했고(사실 허전하기도 하고, 조금 충격 받기도 했어요.)
저도 한 해 뒤에 결혼했어요.
그 사람이 결혼할 사람 만나면서부터 전화 통화도 거의 한 적 없어요. 당연히 얼굴 본 일도 없었구요. 그렇게 보수적인 사람이었네요. 둘 다...
그 사람도 아이들이 있고
저도 아이들이 있어요.
각자 가정생활 잘 하고 있고 배우자도 좋은 사람들이구요.
마지막으로 얼굴 본 지는 7년이 넘었구요,
앞으로도 굳이 만나야겠다는 생각은 안 들어요.
한 2년 전부터 일년에 두 번 정도 통화했어요. 10분 정도...
그냥 잘 지내냐, 아이들은 잘 크냐,
요즘은 무슨 생각 하며 지내냐, 너 대학때 만나던 괴짜 친구들은 요즘 뭐하고 지내냐 이런 얘기 정도 나누지만
오랜 기간 친구였었고 정말 어쩌다 한 번 통화하는거라
반갑기도 하고 대학생때, 사회 초년생일때 생각도 나고 그래서 솔직히 짧은 통화지만 즐거워요.
10년전 만날때는 사실 맘 속에서 밀고 당기고 하는 듯한 감정도 느꼈었지만 이제는 이미 다 지난 일이고...
그런데, 이런 관계도 정말 안되는 건가요? 남녀 사이에 친구란 없는 거기 때문에...이런 친구 관계도 완전히 없애버려야 맞는 걸까요?
꼭 이성 친구여서가 아니고...여자든 남자는 살다보면 그냥 좋은 인연으로 오래 이어가고픈 인간관계가 있는 거잖아요. 소울메이트라고까지는 할 수 없어도 한 해 한두 번 통화하고 소식 묻는 이런 친구 사이...사실 서로간에 깊은 연인사이였다거나 하면 이렇게 이어간다는 게 껄끄럽겠지만 만나는 동안도 친구로서만 지냈다면 그 이후로도 그렇게 지내는 거...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저는 여러 사람을 많이 사귀는 스타일이 아니어서
사람을 만날 때도 단체로 만나기보다는 한 두명만 만나서 얘기하는 걸 좋아하고 깊게, 오래 사귀는 친구 몇 명 하고만 마음을 열고 얘기하는 편이거든요. 그냥 '아는 사람' 하고는 단 10분만 대회해도 금방 지쳐버려요.
이 사람이 저에게는 그런 오랜 친구 중의 하나였는데...나는 여자이고 그는 남자이고 각자 결혼을 했다는 이유만으로도 1년에 한 두 번인 안부전화마저 끊는 것이 당연한 것인지 저는 잘 모르겠어요.ㅜㅠ
많지도 않은 인간 관계에 이런 벽을 꼭 쌓아야만 하는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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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저는 중고등학교때부터
여자친구들끼리 단짝 지어서 매일 팔짱끼고 같이 다니고 이런걸 싫어했어요. 물론 저도 아주 친한 여자 친구 몇몇이 있었지만 그렇게 친한 몇명이 뭉쳐서 하루종일 붙어 다니고 그런 걸 싫어했거든요. 대학교때도...그래서 오히려 남자 친구들이 편했어요. 그냥 이야기 잘 통하는 친구인 남자 친구들이 몇 있었고 여자친구들보다 훨씬 편하게 느껴져서 좋았어요.
그런데 각자 결혼하고 나니 연락하기가 좀 그래서 모두 연락 끊어버렸네요.
여자친구들은 지금 다 고만고만한 아기들 키우느라 전화통화 잠깐 하기도 어렵고...
요즘 좀 갑갑하고 쓸쓸하기도 합니다.^^;;
1. 흠~
'10.4.26 8:34 PM (203.229.xxx.129)어때요,,괜찮아요---란 대답을 바라시는것같은데요
머 그리 별일은 아닌것같지만
그분의 아내입장은 그래도 싫어하지싶어요
어쩌다 별감정없이 통화하시길 원한다면야,,별문젠 안되겠지만
이거이,,남녀란,,,묘해서,,,우찌또 돼버리진 않을까 살짝염려도 되네요2. 저는
'10.4.26 8:40 PM (121.175.xxx.186)헤어진 연인과 친구로 남았습니다.
원글님 처럼 일년에 몇 번 전화통화하고, 이메일 주고 받고 합니다.
안부를 묻는거지요. 생일 즈음이나 연말 연시에 그렇게 합니다.
저희 둘 다 사귀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 쪽은 최근에 여자 친구와 헤어져서 좀 힘들어 했구요....
저는 이 사람이 헤어지자고 해서 헤어지는 바람에 엄청 힘들었어요.
상처를 극복하고 지금 사귀는 사람을 알게 되었고 행복합니다.
다만...이 친구과 저는 외국과 한국에 떨어져 있습니다.
그러니 이런 관계가 가능하지요.
많이 좋아했고, 헤어지고 싸웠어도, 결국 화해하고 좋은 친구로 남을 수 있는 인연이라
우리 둘 다 후회가 없습니다.
헤어지고 나서 원망하는 마음이 추호도 들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주었어요.
그래서 다음에도 이런 사람을 만나고 싶었어요.
헤어지고 나서도 그 사람을 안 것을 후회하지 않을 수 있는 그런 사람이요.
원글님 이런 곳에다 물어보지 마시고
마음 가고 싶은 데로 하세요.
서로 만나지 않을 수 있다면 가능합니다.3. 남편에게도
'10.4.26 8:52 PM (110.15.xxx.134)아무 거리낌 없이 이야기할 수 있고,
또 남편도 스스럼없이 그 사람에 관한 이야기를 듣는다면 가능하고요.
둘 중 하나라도 불편하다면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4. ..
'10.4.26 8:54 PM (125.139.xxx.10)원글님과 남편, 남자친구와 그의 아내 모두가 괜찮다면 괜찮겠지요.
5. 친구...
'10.4.26 9:03 PM (125.187.xxx.175)그렇죠...원칙적으로 4명이 다 알고도 괜찮아야 하는게 맞죠??
그런데 네 명이 서로 다 잘 알던 사이면 상관없을텐데. 일년에 한 두 번 통화하는 걸로 상대방의 존재도 모르는 배우자에게 양해(?)를 구할 생각을 하니...그런 생각하면 차라리 전화 통화도 안하고 말겠네 하는 생각도 듭니다.6. 그냥
'10.4.26 9:25 PM (61.76.xxx.50)오얏나무밑에서 갓을 고쳐쓰지 않았으면 하네요.
남녀 사이엔 설명으로 부족한 그 무엇이 있기 때문에요.7. ..
'10.4.26 9:53 PM (219.250.xxx.121)그런정도가 왜 안될까요.
전 세상 너무 팍팍하게 살 필요 없다고 생각해요.
제 남편 초등학교 동창분도 반갑다고 싸이에서 만났다면서 냉장고 자석도 선물주시고 그랬어요.. 길에서 만나 인사도 하구요.
남녀 관계는 알수 없다고 하지만요..
세상 모든 남녀가 만나서 이상한짓만 하는것도 아니에요.
그냥 그런 친구는 유지하면서 사세요.
어느순간 연락이 끊길수도 있지만요...
제 동창들도 그렇더라구요... 보면..8. 내게도
'10.4.26 10:04 PM (116.34.xxx.142)저도 원글님같은 그런 친구있어요..지금 상황도 원글님과 똑같구요.
동갑인데 재수할적 알게된 친구지요..지금 17년쯤 되었나 봐요..
마지막으로 만난게 5년쯤 되었는데 전화통화는 일년에 한두번..
그래도 제겐 소중한 친구예요..제 20대에 추억이 그친구와 많거든요...
사귀다 헤어진 남자들과의 기억은 별로인데..
그 친구와 기억은 참 또렷하네요..저희도 손 한번 안잡은 사이예요..
근데 그냥 세월이 이렇게 흐를꺼 같아요..보고는 싶지만 서로 가정이 있으니
분란일으키고 싶지도 않고 오해받고 싶지도 않아요..
그냥 어쩌다 통화로 서로 안부묻고 잘 지내려니..
작년 가을에 마지막 통화할때 제가 '날 아주 까먹었는지 알았지...'했더니
'생각은 하지, 널 잊고 살진 않아'하는데 이성간의 우정은 여기까지구나 싶었어요..
동성이라면 참 좋았겠지만.... 에잇..연애도 안할꺼 이성을 뭐하러 친구로 뒀는지...^^
원글님 글보고 친구생각 옛생각 많이 나네요..비도 오는데...9. ...
'10.4.26 10:06 PM (114.206.xxx.185)아무리 자세한 얘기를 들어도, 제3자로서는 원글님과 친구분이 어느 정도로 담백하고 건조한지 알 수 없지않을까요...
아무튼 제가 원글님 글을 읽으면서 내내 들었던 생각은,
'해리와 샐리가 결국엔 어떻게 되었나;;' 라는 것 뿐이었어요.10. 전 있어요
'10.4.27 8:21 AM (121.131.xxx.29)남편과 연애할 때도 그 친구 만나러 가는 건 괜찮다고 허락해 줬었고
그 친구도 아내될 사람에게 '내 가장 친한 친구'라고 소개했었어요.(그랬다고는 하지만 예비 장모님한테까지 그렇게 소개할 땐 조금 당황하기도.. ^^)
결혼한 담에는 피차 신혼 즐기느라, 양가 오가느라.. 애기 낳고는 애기 키우느라 연락 거의 못했지만
애들 웬만큼 큰 요즘은 다시 연락하고 지내고요... (주로 서로 홈피 오가며 댓글 다는 수준?)
만날 때는 가족 동반으로 만나서 놀러가기도 하고... 뭐 그래요.
원글님도 각자의 배우자와 아이들이 알게 되었을 때 떳떳하냐.. 께름칙하냐.. 본인 안에 답이 있을 것 같아요.11. 친구...
'10.4.27 9:18 AM (125.187.xxx.175)여러 말씀 고맙습니다.
저도 두 부부가 같이 밥도 먹고 차도 마시고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 종종 했었어요.
남편이나 그 친구나 나온 학교나 일하는 분야가 아주 좁고 인간관계가 한정적이어서 맨날 비슷한 일 하는 사람만 만나게 되는데, 서로 직업이 많이 다르니 만나면 색다른 얘깃거리도 있고
둘 다 마음 착하고 반듯한 사람들이라 남자들끼리, 여자들끼리도 친구 되면 잘 어울릴 것 같은데
서로 사교적이지 않은 사람들끼리 단지 배우자의 친구라는 이유만으로 만나게 하기가 참 어렵겠더라구요. 서로 너무 바빠서 일 끝나고 시간내기도 바쁜 직업들이고...
배우자가 싫어한다면 그도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사실 알면 부끄러울 일도 전혀 없구요.
우연히라도 만날 일은 없을테고...
가끔은 '인간대 인간'으로서의 인간관계가 이렇게도 어려워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우리 사회에서만 그런건지...
문학사에도 보면 그냥 평생 편지 왕래 하며 나누는 우정도 있던데, 편지까지는 아니어도 내가 아끼는 몇몇 사람의 삶을 먼 발치에서 지켜보고 격려해주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