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개편이전의 자유게시판으로 열람만 가능합니다.

나의 별 하나가 졌다

슬퍼 조회수 : 830
작성일 : 2010-03-18 16:54:25
선생님이 세상을 뜨셨다는 소식을 문자로 받았다.

선생님은 강남키드인 나에게는 허무맹랑하게 들리는 삶을 살아오셨다.
소유하지 않을 권리가 있다며 집을 사지 않는다니.. 가장으로서 말이 되는 소리인가?
청년들에게 희망을 품다니, 너무 순진한거 아닌가? 15년전에도 내 주변의 청년들은 모두 기존 질서에 편입해 돈 많이 벌고, 잘나갈 궁리에만 바빴는데...

그래도 선생님은 늘 청년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으셨고, 평화와 관용 같은 하품 나오는 가치들에 대해 사색하셨고 민족주의적 틀을 벗어나 전 인류에 대해 사고하셨다. 종교인같은 소리만 했지만, 종교의 틀에 갇히지 않았다.
책을 놓지 않으셨고, 그림을 그렸다. 영어 실력이 뛰어났고  진지하지만 유머러스하셨다.

내가 모르는 젊은 시절엔  역동적인 모습이셨던 것 같다.
대학시절엔 쿠사 전국협회장을 했고, 이후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간사로 일하며 국내에서 처음으로 조국순례대행진을 기획하셨다고 한다. 유신정권이 대학생들이 모이는데 경기를 일으키는데도 밀어붙이셨다. 90년들어선 한국해외청년봉사단(코이카) 창립을 주도하셨다.

한국 청년운동의 대부라고 하지만, 선생님의 업적에 대해 세세히 알지는 못한다.   파리 유네스코 본부에서 만난  많은 사람들이 존경과 애정을 담아 선생님을 대했던데서 짐작만 할 뿐.

최근엔 청년에 대한 기대를 접고, 청소년, 어린이로 관심을 돌리셨지만, 그래도 내가 아는 그 누구보다  젊은이들을 믿고, 아끼고 지지하셨던 분이다. 청년들이 주체적으로, 재밌게, 제멋대로 살아가길 바라셨다.

그런데 그만 너무 잘난척을 하셨다. 암과 함께 살고 있다는걸 알았을 때는 이미 말기였다.
퇴임연을 겸한 투병비 모금회를 가진지 1년이 조금 지났다. 암하고 대화를 한다고, 암하고 친하게 지내는 법을 익혀보려한다고, 내가 죽으면 암 너도 끝이라는 메세지를 전하려한다고 농담을 하셨는데..암이 말귀를 못알아먹었다.

그렇게 지내시다..연초에..행복하시라고 새해인사를 드렸더니 행복이 무엇이냐..행복의 첫째 조건은 건강이다...라는..그런 답을 남겨주시곤 가셨다.

글을 쓰다보니..왜 선생님이 나의 별인지 나도 잘 모르겠다. 그냥 나는 선생님을 존경했고, 선생님을 방향타 중 하나로 삼아 살아왔다. 선생님이 어려운 철학책을 주시면, 팽개쳐놓았지만 마음 한켠엔 늘 자리잡고 있었다.
선생님께 빚을 너무 많이 졌는데, 갚을 시간도 넉넉히 주지 않고 이렇게 일찍 가버리시니 원망스럽다.

원장님, 늙어서 흰머리 투성이에 몸이 쪼그라들때까지 사셨어야죠.. 화두를 던져주시면서요...

IP : 61.72.xxx.218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429490 해외서 110볼트 스텐드를 사려고... 3 조명 2008/12/22 178
429489 서울대미술관 아트 바자 안내입니다. 5 서울대미술관.. 2008/12/22 569
429488 발에 티눈 생기는 것, 이유가 뭔지, 해결책은 없는지? 6 티눈괴로워 2008/12/22 822
429487 엘리베이터 없는 건물에 가전제품 옮기려면? 3 고민 2008/12/22 326
429486 남편.. 나는 찝찝한데 당신은 안 그런가 봐? 3 찝찝.. 2008/12/22 1,510
429485 반포에 매일가는 영어학원? 1 Pine 2008/12/22 415
429484 파리바게트 모자 이쁘나요??? 10 ,,, 2008/12/22 1,593
429483 강아지혐오 30 아일랜드 2008/12/22 2,061
429482 구름님~~ 15 ING연금보.. 2008/12/22 903
429481 통영에 여행가려는데 도와주세요. 6 도와주세요... 2008/12/22 674
429480 210.96.229.xxx님..여기로옵쇼 12 권한드림니당.. 2008/12/22 934
429479 아들이 꼭 있어야하는걸까요? 19 아들과 딸... 2008/12/22 1,193
429478 요즘 초등 여아들 최신 유행 악세사리는? 1 뭣모르는이모.. 2008/12/22 331
429477 아기 봐주실분을 빨리 구하는 법좀 알려주세요 5 엄마 2008/12/22 454
429476 李대통령 "4대강 정비가 아니라 재탄생 사업" 11 4대강 하지.. 2008/12/22 457
429475 대학에 계신 분 6 포기 직전 2008/12/22 773
429474 렌즈끼면 금방 알아보나요? 6 .. 2008/12/22 849
429473 학습지 선생님이 무시하기도 하나요?- 글 내립니다. 감사합니다. 12 신경쓸일 많.. 2008/12/22 1,080
429472 애들 데리고 눈썰매장 갈때 필요한게 뭐죠? 4 눈썰매 2008/12/22 480
429471 210.96.229.xxx 님, 이상한 댓글 달고 계시네요 26 조심 2008/12/22 1,349
429470 남자인데 키 작은거... 도대체 어느 정도나 자존감 깎아먹는 건가요..? 25 남자들 키 .. 2008/12/22 4,047
429469 층간소음 때문에 결국 집 내놨어요..ㅠㅠ 16 아랫집 2008/12/22 1,711
429468 쁘띠첼케익 맛있나요? 4 Qm 2008/12/22 439
429467 노건평씨..추가혐의 자꾸 드러나네요 13 에라이 2008/12/22 1,290
429466 양갱을 만들고 싶은데 한천을 구할수가 없어요 4 라임 2008/12/22 430
429465 충격 또 충격~~ 24 이러니..... 2008/12/22 7,373
429464 면세점에서 설화수 사면 4 환율적용 2008/12/22 1,029
429463 서울고원초등학교에 보내시는 분 계신가요?? 7 sylvia.. 2008/12/22 387
429462 저는 이렇게 살 수 없는 건가요? 15 뭐냐꼬. 2008/12/22 1,931
429461 (강일지구) 대하여 다시 문의 드려요. 2 서울시 장기.. 2008/12/22 2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