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글님이 삭제하셨네요.
아이가 학교에서 혼난 이야기를 한 그 글.....
제가 쓰던 댓글인데 그냥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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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고등학교 담임입니다.
문득 생각나는 일화가 있어 적어봅니다.
저희반 아이들 몇명이 (아무리 충동적이라도 하지 말았어야할) 도난사건을 벌인 적이 있었지요.
손에는 다른반에서 가져온 비싼 펜 몇자루와 2만원돈이 들려있었답니다.
해결과정에서 이렇게 다르더군요. (아이들은 여럿이었지만 그 중, 극과 극의 케이스인 두 명의 경우만 적자면)
(진술서에)
- 학생A: 제가 이러이러한 부분을 잘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선생님께서 저를 많이 믿어주셨는데 실망시켜드린 것 같아 정말 속상하고 후회됩니다.
- 학생B: 제가 하긴 했는데, XX가 하자고 그래서 저는 하기 싫었지만 같이 했습니다.
(선도위원회 부모님이 소환되었을 때)
- A의 부모님: 정말 죄송합니다. 집에서 제대로 가르쳐야했는데, 가르친다고 했는데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학교에 폐를 끼친 것 같아 죄스럽습니다. (털린) 그 반에 지금이라도 가서 제가 무릎 꿇고라도 아이 대신 사죄하면 안 되겠습니까? (이런 말씀을 하시는데 제가 오히려 죄송스러워 당황했습니다. 지도를 잘못한 저의 탓도 매우 크기에)
- B의 부모님: 우리애 말로는 다른xx가 시켰다고 하는데, 우리애 어떻게 선처 안되나요?(말문이 막히더군요...옆에서 듣고 계시던 다른 선생님들도 모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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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르르 여럿이서 충동적으로 벌인 일이였고,
개개인으로서는 절대 시도조차못했을,,,
그리고 평소에 충분히 신뢰로운 여린 녀석들이었답니다.
일을 벌여놓고 떨고 있을 녀석들이 오히려 걱정되더군요.
이제 학교는 어떻게 다니며, 친구들에게 어떤 낙인이 찍힐지 두려워하는 표정들이 가득했었답니다.
저는 아이들의 그 마음을 충분히 알기에 타이를 부분은 크게 타이르고 다독일 부분은 다독이며 지도하던 중이었습니다.
But,
선도위원회 후, 부모님의 말씀을 듣고난 후엔....
휴........... 하는 한숨만 나왔습니다.
아이들을 제대로 지도할 능력이 덜 쌓인 저인데,
더 힘들겠구나......... 하는 생각에 말입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적자면,
학생B는
- '왜 저만요? 쟤는요?' 이런 말을 달고 사는 아이였지요.
담임인 저에게는
- '일단 자기 잘못은 인정하고 반성하자. 친구의 허물을 따지기 전에 내가 왜 혼나고 있는지부터 생각해보자.'라는 말을 수시로 듣던 녀석이었답니다.
그 아이의 부모님의 저 말씀을 듣는 순간,
그 아이의 평소 모습이 그대로 떠오르더군요.
그대로...
내 역할은 한계가 있겠구나......
담임의 잔소리와 담임의 의도를 알아주면 그것으로 참 고맙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그 아이가
매일 방과후엔 다시 원래의 생활과 사고 습관으로 돌아갈 게 뻔하기에...
아이들은 부모님의 거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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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글에 댓글을 한참 쓰고 있었는데....
아까글 조회수 : 413
작성일 : 2010-03-07 01:10:44
IP : 119.149.xxx.101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거울
'10.3.7 1:33 AM (210.105.xxx.217)자식은 부모의 거울...
제가 부끄럽지 않게 산다면 우리 아이들이
그렇게 자라주겠죠?
부끄러움이 무언지 아는 것도 참 어려운 일이지만요. ^^;2. 이런 일화도
'10.3.7 4:06 AM (219.254.xxx.101)어느 할머니가 자랑스런 일라고 웃으며 한 얘기가 생각나네요.
당신 손녀가 중학교때인가 고드학교 때인가 학교에서 혼났답니다. 분명 학생이 잘못을 했구요. 훈계조로 선생님께 무섭게 혼났구요.
어느 님말처럼 기쌈움이어던거 같아요.
참고로 손녀는 공부도 못하고 안하면서 일탈을 밥먹듯하는 소위 말하는 문제아
근데 손녀한테 이 얘길 전해들은 할머니, 그길로 달려가 교무실을 뒤엎었다죠? 선생이 애를 다독여야지 혼낸다고. 멀쩡한 애도 삐뚤러져 나간다고...... 어찌 이런 선생이 있냐고.....
결국 선생님이 할머니께 사과하고 일단락 했답니다. 그후로 그애는 졸업할때까지 어느 선생님께도 아니 혼났다고 해요. 물론 일탈행동은 더욱 심해졌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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