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게야 들어와서 오늘은 무슨일이? 하고 읽다보니, 자리양보 이야기가 있네요.
그래서 생각나는 몇 년전의 일...
그때는 평일의 오전이었어요. (9시에서 10시 사이였었던 듯.)
출근 시간이 막 지난, 한산한 시간에 1호선 창동역에서 전철을 탔어요.
늘 숨막히게 꽉 찬 전철로 출퇴근 하느라,
‘ 아! 이 시간에는 자리가 다 있네? ’ 하고 기쁘게 빈 자리에 앉았습니다.
거의 가운데 쯤 되는 자리에 앉아서 둘러보니, 그래도 빈 자리는 거의 없고,
시간대 때문인지, 창동역에서 청량리쪽으로 가는 노선 때문인지(이 구간에는 대학교가 많죠),
대학생들이 많았습니다.
창동역 다음이 녹천역인데, 여기서 사람들이 타는데,
주로 노인 분들이 여러 분 타고, 특이하게도 인도(?)사람 한 사람이 타더군요.
남아 있던 빈 자리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앉고, 그 인도 사람은 내 맞은편 대각선 방향에
앉았습니다. 흰색 긴 복장에, 터어반을 뾰족하게 감아 쓴 모습이라 살짝 쳐다보았습니다.
그러다가 다음 역에서 다시 문이 열리고, 사람들이 타는데, 이번에도 노인 분들이 많았습니다.
‘아! 이 시간에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많이 타는 구나!’ 했죠. 그런데 이제 빈 자리가 없으니,
여기저기서 학생들이 일어나더군요. 맞은편 인도 아저씨는 앉아 있다가 학생들이 할머니들한테 양보하고 일어나니 자꾸 두리번 거리더라구요.
다시 다음 정류장.
역시 문이 열리고 노인분들이 들어서고, 학생들이, 젊은 사람들이 번쩍 번쩍 일어나서 “할머니!”, “할아버지!” 하고 양보를 하네요. 그 인도아저씨는 큰 앉은 키로 눈을 둥그렇게 뜨고, 자꾸 두리번 거리고요.
정류장을 몇 개 지나고
이제 지하철의 자리는 완전히 물갈이가 되어서,
자리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젊은이들은 거의 서있게 되었습니다.
다시 전철이 멈추고, 내 쪽 옆의 문이 열렸어요.
키가 자그만 할머니 한 분이 불편한 듯, 천천히 들어오셨습니다.
마침내, 막 40이었던 저도(^^) 일어났습니다.
막 “ 할머니!! ” 하고 말하려는 찰라에.
내 맞은 편 대각선 쪽에서 이제껏 두리번거리던 인도 아저씨가 벌떡! 일어났어요.
할머니께 앉으시라는 모양을 하고는 자신은 얼른 떨어져 가서 한쪽에 서 더라고요.
할머니는 그 자리에 앉으시고, 저는 좀 무안했지만 다시 자리에 앉았습니다.
그리고 그 인도 아저씨를 쳐다보았죠. 터어반 때문인지 몰라도 키가 큰, 날씬(?)한 아저씨는
전철의 손잡이를 잡고는 할머니 쪽을 바라보며, 씨익~ 웃더라고요.
덩달아 저도, 살짝 웃었어요.
저는 청량리에서 내렸고요.
2006년 쯤이었던 것 같네요. ^^
그 후 저는 좀더 남쪽으로 이사해서 그 시간대에 창동쪽으로 갈 일은 별로 없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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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에서 있었던 일
멋졌던 인도 아저씨! 조회수 : 1,038
작성일 : 2010-02-08 22:15:29
IP : 122.35.xxx.212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
'10.2.8 10:28 PM (59.19.xxx.50)^_________________^
2. ^^
'10.2.8 10:47 PM (61.85.xxx.83)^--------------------------^
3. ㅎㅎㅎ
'10.2.8 11:17 PM (123.111.xxx.19)그림이 그려지네요. 이렇게 문화가 전달되는 거겠죠? 므흣~
4. ^^
'10.2.8 11:31 PM (118.37.xxx.161)아이 이뻐라 ^________________________^
2호선에서도 그런 모습 많이 보고 싶네요5. 좋네요
'10.2.9 12:46 AM (124.53.xxx.15)저도 생각만으로 흐믓해지는 일이네요... 이런소식도 알려주셔서 좋아요~ ^^
6. ^^
'10.2.9 10:51 AM (124.54.xxx.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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