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개편이전의 자유게시판으로 열람만 가능합니다.

방금 읽은 글이 사라져서 그냥 답글 답니다.친구관계.

비타민 조회수 : 4,860
작성일 : 2010-01-07 22:12:29
오랫동안 서로 의지하며 살다가 세상을 긍정적으로 보면서 삶이 달라지고
전처럼 부정적인 대화를 주로 했던 친구관계를 계속 유지할 수 없어서 고민이라는 분의 원글에 대해
달려고 했던 답글입니다.
-----------------------------------------------------------

많은 사람들이 서로에게  의존하며 삽니다.
그 의존이 좋은 의미의 의존일 때도 있지만, 병리적인 것도 있지요.
서로 상처를 치유해주고 힘을 주고 기운을 주는 의존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에게 기댄채로 의존하며 기대 살아가는 것이죠.

그럴 때 바로 서기 힘든 사람은 상대방이 자기 힘으로 바로 서려는 것을
막는 경우가 생깁니다.
자식에게 의존하는 엄마가 자식이 정신적 경제적으로 독립하는 것을 막고
돈줄을 틀어쥐고 쥐락펴락하려고 한다던가, 가정을 꾸려 독립하는 것을
방해하는 것도 역시 의존의 결과입니다.
부모에게 의존하는 자식도 마찬가지고요.

하물며 친구 사이에서는 너무도 당연한 상황입니다.
서로 의존하다가 바로 서려고 하면 같이 의존하던 상대가 전과 같지 않고
당연히 눈높이가 달라지고  느낌이 달라집니다.
그건 다른 삶의 길을 같이 걸어갈 수 있느냐 없느냐의
세계이기 때문에 우정이니 의리니 하는 것으로는 계산할 수 없는 세계입니다.

원글님은 그 친구에게 자신의 변화를 말하기 힘듭니다.
그 친구의 입장에서 보면 원글님의 변화는 바람직하지 않은 변화, 즉 심리적 배신이에요.
같이 의존하던 사람들 중 하나가 변하면 다른 사람은 분노와 배신감을 느낍니다.
원글님은 그걸 맞닥뜨리기 힘든 것이고 상대에게 그걸 설명하기 힘듭니다.
나는 긍정적으로 세상을 보기 시작했다. 그렇게 말하면 상대방은 그것을 즐겁게 받아들이기
힘듭니다. 거의 불가능하죠.

이건 삶의 레벨이 달라졌다던가 그런 문제가 아니라
삶을 보는 시선, 살아가는 방향이 달라진 것입니다.
그래서 전처럼 같은 대화, 같은 만남을 하는 게 불가능해진 겁니다.
삶을 보는 게 긍정적으로 변했다..이건 단순한 이야기같지만 삶 전체의 방향을 바꾸는 대단한 변화입니다.
이렇게 변하면 만나는 사람의 성향도 바뀌게 되고 삶의 방식도 바뀝니다.
아마도 원글님이  이제부터 만나게 될 사람들은 그 친구와 같은 사람은 1명도 없을 거에요.
선택의 기준이 달라졌으니까요.

많은 분들이 20대에 좋아했던 남성상과 30대,40대에 좋아하는 남성상이 달라지지 않나요?
그건 세상을 알고 인간에  대해 알고 결혼에 대해 알게 되니 달라지는 거지요.
그게 변절인가요? 변심인가요? 아니죠.
눈이 떠진 것이고 생각이 자란 겁니다.
변심한 것과 성장한 것은 다른 겁니다.
원글님은 지금 '성장'에 대한 것을 말하는 것이고요.

원글님은 성장했는데 여전히 그 자리에  앉아있는 친구를 설득하고 같이 갈 힘은 없어요.
그럴 능력이 되는 사람은 특별한 사람입니다.
혼자 걸어가기도 벅찬데 하물며 친구까지? 불가능한 일이죠.
아마도 친구분은 원글님의 그런 변화를 바람직하게 여기고 반기기보단
자신의 위치로 도로 끌어내리려 할 겁니다.
그게 원글님은 두렵고 부담스러운 것이니 피할 수 밖에 없는 겁니다.

두 분이 다 인격적으로 성숙되어서 서로의 변화를 이해해주고, 각자의 위치에서
잘 살면서 우정을 이어나갈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간 맺어온 우정의 방식은
그것이 불가능할 겁니다. 원글님은 그걸 잘 알고 있어요.

저와 제 친구도 많은 것이 다릅니다.
그런데도 우정을 이어오는 것은 서로의 다름을 철저하게 이해해주고 상대방을 내 식대로
바꾸려고 시도를 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다만 서로가 필요할 땐 도와주고 용기를 주죠.
이런 우정이 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했고 서로를 존중해주는 관계가 필요했지요.
무엇보다도 우리는 서로에게 필요이상으로 정신적,심리적으로 의존하지 않습니다.

친구분은 친구가 원글님 하나뿐이라 아마 더 집착하고 의존할 겁니다.
원글님의  변화가 친구에겐 배신으로 여기질 것이기에 자신의 현재 변화를 설명하기도 힘들 겁니다.
허심탄회하게 말한다고 해도 그것이 친구에게는 받아들여지기 힘들 겁니다.
이해하는 것과 실제상황은 많이 다르니까요.

결론은 "난 그동안 살아온 것과는 다른, 좀더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삶을 살기로 했다.
그런데 그런 이야기를 너와 나누기엔 공통분모가 없고, 네가 하는 이야기가 나를 지치게 한다.
나는 변하고 싶고 지금 그 기로에 서있다. 그러니 내겐 지금 나 자신에게 투자할 시간 밖에 없고
전처럼 그런 시간과 만남은 가지기 힘들다. 이해해주기 바란다.
그저 각자의 자리에서 서로 바삐 일하고 서로의 발전을 위해 살다가, 가끔 만나서 우정을 나누고
다시 각자의 자리로 돌아갈 수 있는 그런 친구 사이가 되었으면 좋겠다."
이것이니 메일이나 전화로 일단 의사를 전달하고, 그에 대해 친구가 반응을 보이면
그때가서 그 반응에 대해 대답하며 님의 마음을 설명하는 차원으로 나가는 게 좋겠습니다.

사람이 발전하고 변화하다보면, 인간관계에서도 변화가 생깁니다.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세상의 모든 사람을 다 끌어안고 갈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IP : 211.210.xxx.89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감사
    '10.1.7 10:37 PM (211.172.xxx.49)

    매사에 부정적이고
    제가 하는 모든 행동에 잔소리 많던 친구와 거리를 두고 있는 상황인
    저 또한 마음이 불편해서 답글을 계속 읽고 있던 상황이었는데 ...
    글 남겨주신 님 감사합니다

  • 2. 저도 감사
    '10.1.8 12:06 AM (121.141.xxx.148)

    저도 그 원글에 대한 답글이 궁금하여 들어왔다가 비타민님의 글 읽고 갑니다.
    비슷한 상황이어서 더 공감이 가고 생각하게 되는 글이네요. 고맙습니다.

  • 3. 아스파라거스
    '10.1.8 1:00 AM (211.54.xxx.132)

    원글은 못 읽었지만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 지금은 헤어졌지만 저한테 그렇게까지 한 이유가 궁금했는데 지금 보니 삶의 방향이 달라져서 그랬던 것 같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 4. 비타민님 팬
    '10.1.8 10:15 AM (125.149.xxx.241)

    저두 원글은 못 읽었지만, 비타민님 글 잘 읽었습니다.
    저도 요즘 만날 때마다 시부모/회사 욕하는 친구 때문에 골치가 아픈 상태라서 공감이 가네요.
    마이클럽에서부터 비타민님 팬이었는데, 82에선 검색 기능도 없고, 새로 답글 달기도 안되서 비타민님 글을 많이 놓쳐서 안타까와요~

  • 5. me, too
    '10.1.8 10:30 AM (68.4.xxx.111)

    저도 비타민님 글 빼지 않고 읽고 싶은 일인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512668 방금 읽은 글이 사라져서 그냥 답글 답니다.친구관계. 5 비타민 2010/01/07 4,860
512667 부모한테 받은 상처때문에 자식 안 낳는다는 말 사과해야할까요? 4 엄마 2010/01/07 1,117
512666 코스트코에서 유기농 밀가루 판매하나요? 3 밀가루 2010/01/07 969
512665 은행의 세금우대저축에 대해서요.. 2 조언해주세요.. 2010/01/07 794
512664 아로마 훈제기 어떤가요 3 .. 2010/01/07 1,350
512663 스탠김치냉장고 어디거 쓰세요? 2 김냉 2010/01/07 704
512662 지금 뭐하세요? 궁금 2010/01/07 340
512661 주변에 이혼가정 있으면, 이런 질문 하시나요? 13 .. 2010/01/07 2,447
512660 손가락 허물이 벗겨졌는데.. 1 허물 벗겨져.. 2010/01/07 602
512659 리마인드 웨딩촬영 2 20주년 2010/01/07 637
512658 부산에 저렴한 옷이 많은곳은 어디예요? 4 부산처음 2010/01/07 1,405
512657 중고등 학습 출판사.. 1 교육출판 2010/01/07 329
512656 음악 영재들은 4살 5살에 피아노 쳤다고 하잖아요...^^;; 14 음악영재 2010/01/07 2,549
512655 70대 어른이 읽을책 추천해주세요 4 부탁드려요 2010/01/07 613
512654 [포토뉴스]“용산 구속자 석방하라” / 용산 ‘마지막 미사’ 2 세우실 2010/01/07 331
512653 강원도로 휴가가도 될까요? 2 부산맘 2010/01/07 488
512652 보험들라고 전화가 왔는데요... 현*홈쇼핑에.. 2010/01/07 300
512651 베어파우 드림톨 블랙 &그레이 6 어그 2010/01/07 1,980
512650 돌사진 잘 찍는곳 추천좀 해주세용^^ 1 아줌마 2010/01/07 398
512649 오늘 박노해 시인 사진전 한다던데..혹시 가보신 분? 샤이 2010/01/07 231
512648 시험관아기 시술 잘하는 병원과 시술비용 얼마나 할까요? 8 친구대신.... 2010/01/07 3,694
512647 혼자 스키장 가서 남자한테 보드 가르쳐달라고 하면 웃길까요??? 25 보드가르쳐줘.. 2010/01/07 3,166
512646 동생이 vre에 걸렸다는데요 1 병원 2010/01/07 1,122
512645 "상담받고 내안의 힘을 길러 친정과 연을 끊었어요 "라는 답글 쓰신분~~ 2 답글 쓰신분.. 2010/01/07 1,081
512644 휘닉스파크, 최근 가보신 분이여~ 2 ** 2010/01/07 694
512643 오전에 넋두리한 똥강쥐 맘이에요^^ (또 길어요ㅠ 죄송;;) 5 똥강쥐맘^^.. 2010/01/07 730
512642 되다보니 별 생각이 다 드네요..그지같은 머시기 때문에 4 추운 날씨가.. 2010/01/07 788
512641 분당내곡간 고속도로 어떤가요? 1 운전자 2010/01/07 578
512640 볼풀 vs 스텝2 작은집 미끄럼틀 한표 추천해주세요. 9 한표 2010/01/07 933
512639 가래떡 소금 안 넣고 만들면 맛없을까요? 4 환자 2010/01/07 1,0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