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개편이전의 자유게시판으로 열람만 가능합니다.

아내는 하얀 박꽃 같았다.

나비 조회수 : 707
작성일 : 2010-01-04 20:34:14
아내는 하얀 박꽃 같았다.
배가 아프더니 아플수록 이뻐졌다.
그러다가 아무렇지도 않게 내 곁을 떠났다.
아내는 많이 울지 않았다.
엄마 땜에 울지도 못하겠어 오빠!
혼자 눈물 훔칠 때
참지 말라고 참지 말고 실컷 울라고
같이 울어나 줄 것을...
송아지 닮은 그 순한 눈에 눈물이
뚜욱 뚝 떨어지는 걸
나는 바라만 보았다.
 

 
아내는 하얀 박꽃 같았다.
배가 아파 백일을 굶었지만
굶을수록 이뻐졌다.
자기는 먹을 수가 없어도,
팔목이 가늘어져 앙상하게 말라가도
끼니 때마다 신랑 밥을 챙겼다.
밥 먹어 오빠!
김치 볶음 먹어 봐 오빠!
장조림 먹어 봐 오빠!
아내가 먹는 것처럼 내가 밥을 먹었다.
아내가 먹으라는 걸
내가 꾸역 꾸역 먹었다.
 

 
아내는 하얀 박꽃 같았다.
배가 아파 백일을 굶더니
귀가 들리지 않았다.
귀가 들리지 않아 목소리가 커졌다.
오빠!
집에 가고 싶어!
그렇지만 아내는 살아서는
다시 집에 가지 못했다.
오빠!
사랑해 알지?
나두 사랑한다고 말했지만
아내는 귀가 들리지 않았다.
귀가 들리지 않는 아내는
목소리가 커졌다.
엄마아! 엄마! 언니이! 언니!
아파서 정신이 없을 때 아내는
밤새 소리를 질렀다.
귀가 들렸으면
그러지 않고 참았을 터이다.
 

 
아내는 하얀 박꽃 같았다.
배가 아파 백일을 굶더니
귀가 들리지 않았고
의식이 없었다.
의식은 없어도 고통은 있었고
계속 몰핀을 맞았다.
나는 아내를 붙들고 울었다.
철이 들고 한번도 울지 않았지만
엉엉 소리내어 울었다.
정신이 없던 아내가 눈을 뜨더니
울지마아 울지마아
그러면서 자기도 같이 울었다.
그 길로 아내는 다시 내게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아내는 하얀 박꽃 같았다.
배가 아파 백일을 굶어서
귀가 들리지 않더니
의식이 없어졌고
밤새 피를 토했다.
간호사는
입 안의 상처에서 피가 나오는 거라고 했지만
의사는
폐에서 올라오는 것이라 하였다.
입술만 터져도 호들갑을 떨었던
여리고 모질지 못했던 아내는
밤새 피를 토하고
또 죽을 때까지 피를 토했다.
나는 계속 입안의 피를 닦아냈지만
아내가 죽은 후에야
아내의 입을 깨끗하게 닦아 줄 수 있었다.
 

 
아내는 하얀 박꽃 같았다.
배가 아팠고,
백일을 굶었고,
귀가 들리지 않았고,
피를 많이 토했지만,
아내는 점점 더 이뻐졌다.
죽기 전에 눈을 감겨야
뜬 눈으로 죽지 않는다고 했는데
아내는 마지막까지 살려고 힘을 냈고
나는 아내의 눈을 감기지 못했다.
아내는 뜬 눈으로 죽었다.
감겨도 감겨도 눈이 떠졌다.
그렇지만 아내는 죽어서도 이뻤다.
 

 
하얀 박꽃 같던 내 아내는
배가 아파 죽었고
나와 딸을 세상에 남겼고
영정사진 속에서 뽀얗게 웃으면서
좋아 했던 사람들과 마지막 이별을 하였다.
병원으로 올 때
아내는 울고 나는 울지 않았는데
아내를 보낼 때
나는 하염없이 울었지만
아내는 하얗게 웃었다.

 

 

 


# 이제 아내가 위암으로 세상을 뜬지 꼭 한달이 되었습니다.
생전에 라디오에 사연 하나만 보내달라고,
자기 이름 한번만 나오게 해달라고 부탁했었는데
들어주지 못했습니다.
이제와서 무슨 소용일까라는 생각이 들지만
생전에 못한 얘기가 있어서
아내가 평소 좋아했던 그대 아침에 사연 남깁니다.
"내 아내 박은진,
이경우 아내 박은진,
담에 꼭 천국에서 다시 만나자.
그때까지 안녕..."


 

# 신청곡은 Israel Kamakawiwo'ole(이스라엘 카마카위올)의
   Somewhere over the rainbow & What a wonderful World입니다.


# 꼭 9월 17일 7시 20분에서 50분 사이에 들려주세요.





IP : 116.126.xxx.190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나비
    '10.1.4 8:37 PM (116.126.xxx.190)

    CBS '그대와 여는 아침 김용신입니다' 에 나왔던 사연 입니다. 출처 주소가 올라가지 않네요.

  • 2. 슬프다
    '10.1.4 8:41 PM (61.81.xxx.136)

    ,,,,,,,,,,,,

  • 3. ㅠㅠ
    '10.1.6 1:46 PM (110.10.xxx.207)

    유방암 환자인 저로서는 너무나 슬픈 사연이네요. 눈물이 나와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511211 오늘 택배 수거 or 배달 정상인가요??? 3 2010/01/04 750
511210 눈을 치워서인지 팔이 너무 아프네요. 1 성지맘 2010/01/04 223
511209 오늘 하이킥에서 준혁이 완전 멋져요^^ 10 설레임..... 2010/01/04 2,189
511208 밥물다이어트... 좀 요란스런 방법이라 생각되는데요 7 ?? 2010/01/04 2,426
511207 급-성균관유생의 나날들 같은 책 추천해주세요. 35 음.. 2010/01/04 1,669
511206 24개월 아기 음식을 입에 머금고 있어요 4 걱정엄마 2010/01/04 715
511205 1박 2일을 다시 보는데... 11 김c 2010/01/04 2,008
511204 좀 화가나네요...여러분의견은?(결혼식 혼주자리) 11 ... 2010/01/04 2,939
511203 책 제목 좀 알려주세요 3 헬프미 2010/01/04 371
511202 마이클 코어스 가방, 미국에서는 더 싼가요? 8 가방사고파 2010/01/04 2,670
511201 진회색(쥐색) 남자 아이 겨울바지 어디 있을까요? 아이겨울바지.. 2010/01/04 237
511200 이집트 여행을 떠나기 전에 7 궁금 2010/01/04 603
511199 스키복 사려면 어디갈까요?(서울) 4 비싸지않았슴.. 2010/01/04 976
511198 코스트코 갱신 따로 안해도 자동으로 연장되나요??쿠폰이 왔는데... 1 그냥 온건가.. 2010/01/04 910
511197 겨울 산행하는 기분으로 2010/01/04 248
511196 뜨거운 차를 많이 자주 마심 식도나 위에 안좋을까요? 7 30대중반녀.. 2010/01/04 1,106
511195 핸드폰을 인터넷쇼핑몰에서 사면 6 111 2010/01/04 655
511194 아내는 하얀 박꽃 같았다. 3 나비 2010/01/04 707
511193 헷갈려요, 도와주세요^^ 2 spelli.. 2010/01/04 299
511192 이학교 아시는지요? 6 성결대 2010/01/04 743
511191 군에 간 아들이 전화해서... 4 철없는엄마 2010/01/04 1,338
511190 사주팔자는 믿을게 못됩니다. 32 habit 2010/01/04 7,184
511189 영화볼때 어디서 다운받아 보시나요? 5 영화 2010/01/04 1,128
511188 포경 수술이 필요한 1퍼센트는 어떤? 7 ... 2010/01/04 1,481
511187 가래떡이 엄청나게 많은데요????먹는 법 15 떡래 2010/01/04 1,504
511186 태백에서 사온 건나물 4 이걸어쩌나?.. 2010/01/04 492
511185 바이엘 진도가 어떻게 나가나요? 5 피아노 2010/01/04 746
511184 밥물 하시는 분들... 5 커피 2010/01/04 969
511183 political opportunity가 뭐예요? 2 영어질문 2010/01/04 578
511182 2010년 MB를 심판하고 국민승리의 해가 되기를 희망하는 네티즌들에게 제안 드립니다. 10 김태형 2010/01/04 4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