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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는 하얀 박꽃 같았다.

나비 조회수 : 708
작성일 : 2010-01-04 20:34:14
아내는 하얀 박꽃 같았다.
배가 아프더니 아플수록 이뻐졌다.
그러다가 아무렇지도 않게 내 곁을 떠났다.
아내는 많이 울지 않았다.
엄마 땜에 울지도 못하겠어 오빠!
혼자 눈물 훔칠 때
참지 말라고 참지 말고 실컷 울라고
같이 울어나 줄 것을...
송아지 닮은 그 순한 눈에 눈물이
뚜욱 뚝 떨어지는 걸
나는 바라만 보았다.
 

 
아내는 하얀 박꽃 같았다.
배가 아파 백일을 굶었지만
굶을수록 이뻐졌다.
자기는 먹을 수가 없어도,
팔목이 가늘어져 앙상하게 말라가도
끼니 때마다 신랑 밥을 챙겼다.
밥 먹어 오빠!
김치 볶음 먹어 봐 오빠!
장조림 먹어 봐 오빠!
아내가 먹는 것처럼 내가 밥을 먹었다.
아내가 먹으라는 걸
내가 꾸역 꾸역 먹었다.
 

 
아내는 하얀 박꽃 같았다.
배가 아파 백일을 굶더니
귀가 들리지 않았다.
귀가 들리지 않아 목소리가 커졌다.
오빠!
집에 가고 싶어!
그렇지만 아내는 살아서는
다시 집에 가지 못했다.
오빠!
사랑해 알지?
나두 사랑한다고 말했지만
아내는 귀가 들리지 않았다.
귀가 들리지 않는 아내는
목소리가 커졌다.
엄마아! 엄마! 언니이! 언니!
아파서 정신이 없을 때 아내는
밤새 소리를 질렀다.
귀가 들렸으면
그러지 않고 참았을 터이다.
 

 
아내는 하얀 박꽃 같았다.
배가 아파 백일을 굶더니
귀가 들리지 않았고
의식이 없었다.
의식은 없어도 고통은 있었고
계속 몰핀을 맞았다.
나는 아내를 붙들고 울었다.
철이 들고 한번도 울지 않았지만
엉엉 소리내어 울었다.
정신이 없던 아내가 눈을 뜨더니
울지마아 울지마아
그러면서 자기도 같이 울었다.
그 길로 아내는 다시 내게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아내는 하얀 박꽃 같았다.
배가 아파 백일을 굶어서
귀가 들리지 않더니
의식이 없어졌고
밤새 피를 토했다.
간호사는
입 안의 상처에서 피가 나오는 거라고 했지만
의사는
폐에서 올라오는 것이라 하였다.
입술만 터져도 호들갑을 떨었던
여리고 모질지 못했던 아내는
밤새 피를 토하고
또 죽을 때까지 피를 토했다.
나는 계속 입안의 피를 닦아냈지만
아내가 죽은 후에야
아내의 입을 깨끗하게 닦아 줄 수 있었다.
 

 
아내는 하얀 박꽃 같았다.
배가 아팠고,
백일을 굶었고,
귀가 들리지 않았고,
피를 많이 토했지만,
아내는 점점 더 이뻐졌다.
죽기 전에 눈을 감겨야
뜬 눈으로 죽지 않는다고 했는데
아내는 마지막까지 살려고 힘을 냈고
나는 아내의 눈을 감기지 못했다.
아내는 뜬 눈으로 죽었다.
감겨도 감겨도 눈이 떠졌다.
그렇지만 아내는 죽어서도 이뻤다.
 

 
하얀 박꽃 같던 내 아내는
배가 아파 죽었고
나와 딸을 세상에 남겼고
영정사진 속에서 뽀얗게 웃으면서
좋아 했던 사람들과 마지막 이별을 하였다.
병원으로 올 때
아내는 울고 나는 울지 않았는데
아내를 보낼 때
나는 하염없이 울었지만
아내는 하얗게 웃었다.

 

 

 


# 이제 아내가 위암으로 세상을 뜬지 꼭 한달이 되었습니다.
생전에 라디오에 사연 하나만 보내달라고,
자기 이름 한번만 나오게 해달라고 부탁했었는데
들어주지 못했습니다.
이제와서 무슨 소용일까라는 생각이 들지만
생전에 못한 얘기가 있어서
아내가 평소 좋아했던 그대 아침에 사연 남깁니다.
"내 아내 박은진,
이경우 아내 박은진,
담에 꼭 천국에서 다시 만나자.
그때까지 안녕..."


 

# 신청곡은 Israel Kamakawiwo'ole(이스라엘 카마카위올)의
   Somewhere over the rainbow & What a wonderful World입니다.


# 꼭 9월 17일 7시 20분에서 50분 사이에 들려주세요.





IP : 116.126.xxx.190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나비
    '10.1.4 8:37 PM (116.126.xxx.190)

    CBS '그대와 여는 아침 김용신입니다' 에 나왔던 사연 입니다. 출처 주소가 올라가지 않네요.

  • 2. 슬프다
    '10.1.4 8:41 PM (61.81.xxx.136)

    ,,,,,,,,,,,,

  • 3. ㅠㅠ
    '10.1.6 1:46 PM (110.10.xxx.207)

    유방암 환자인 저로서는 너무나 슬픈 사연이네요. 눈물이 나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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