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 전 결혼을 앞두고 시어머니를 처음 뵙게 되었습니다.
그럭저럭 화기애애한 예비 시가족과의 저녁 식사를 마치고...
저는 우연히 길에서 시이모님을 뵙게 되었죠.
당시 애인이자 지금의 남편인 그이를 통해 서로 인사를 주고 받게 되었습니다.
시이모님 대뜸 하시는 말씀
"인물이 빠져서 눈에 안 찬다더니, 아주 인물이 없지도 않구만..."
네, 저 딸부잣집에 태어나 그 때까지 약 30여년간 예쁘다는 소리 거의 못 듣고 자랐습니다.
그러나 예비시어머니(그이 말로는 성격이 매우 모나셨으므로 어머니가 반대하시면 결혼 자체가 불가능 할거라는 무서운 그분) 저를 맘에 들어하지 않으신다니 속이 상하더군요.
여차저차하여 저는 결혼준비 중이었습니다.
직장도 그곳이 아니었고, 친정도 아예 멀어서 저는 예비 시댁에 얼마간 얹혀 살면서 살림살이를 사러 다녔습니다.
길도 전혀 모르니 예비시어머니와 자주 외출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
런
데
둘이 집만 나서면 만나는 사람들이 하는 말
"아, 따님이세요?"
아파트 경비 아저씨도... 엘리베이터에서 만나 이웃도... 냉장고 보러 가면 대리점 사장님이... 마트에선 점원이... 택시타면 기사님이... 하루에도 서너번 이상 들었답니다.
"따님이랑 어디 가세요?"
"따님이 물건 골라주러 오셨어요."
"모녀가 참 닮으셨네요."
등등등
한 일주일 지나니 시어머니가 딸 아니라고 하나도 안닮았다고 짜증을 내시더군요.
며칠전에 이웃친구가 놀러와서 결혼식 앨범을 보다가 시어머니와 너무 닮았다고 깔깔 웃더군요.
처음엔 참 무서운 분이셨는데, 막상 결혼하고 보니
"네가 나랑 인연이 있어서 닮아나 보다.(+약한 한숨)"
라고 해주시네요.
가끔은 서로 좀 맘에 안들기도 하지만, 나름 죽이 잘 맞아 그럭저럭 살고 있습니다.
저도 결혼부터 자게 죽순이라 온갖 시댁 얘기 들으며 혼자 겁먹고 두려워 한 적도 있는데, 사람살이 나름이더라구요.
전 시집살이로 힘들어하는 친정엄마를 보고 커서 결혼도 하고 싶지 않았거든요.
결혼 직전에 엄마에게 어떻게 하면 엄마처럼 안사냐고 물었더니 할말은 처음부터 조금씩이라도 하고 네 분에 넘치게 잘하려고 노력하지 말라셨어요. 잘하다가 못하면 욕만 더 먹는다고.
82cook 언니들도 자주 하시는 말이지만 30여년을 호되게 겪은(아직도 겪고 계신) 엄마의 말이라 더 와닿았었습니다.
전 지금도 가끔은 스스로도 뻔뻔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할말은 하고 지내려고 노력해요.
물론 언제나 할말 다하지는 못하지만, 이제 슬슬 농담도 해가며 가끔 시어머니를 놀리기도 합니다.
가슴 속에 쌓을 일 만들어 놓고 결국 미워지면 저나 시어머니나 남편이나 모두 손해니까요.
연말이고 김장도 있고 해서 시댁모임도 많으실텐데... 잘 지내는 분들은 좋은 시간 보내시고요.
속상한 일 많으신 분들은 힘 내세요. 본인 건강도 잘 돌보시고요.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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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님은 내가 못생겼다 하셨네
마시마로 조회수 : 1,007
작성일 : 2009-12-16 23:29:49
IP : 115.23.xxx.126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ㅍㅎㅎ
'09.12.16 11:34 PM (220.88.xxx.254)지혜롭네요.
공주병 울 시어머니는 저랑 닮았다는데 제가 싫네요ㅋ2. ,,,
'09.12.17 12:09 AM (124.54.xxx.101)저희 시어머니는 저희 큰 딸이 어렸을때 자꾸 당신 닮았다고 해서
기분이 나빴어요
큰 딸이 아주 동네에서 소문날 정도로 예뻤는데 저희 남편도
자꾸 자기 엄마 닮았다고 부추기더라구요
둘째 딸은 좀 안 예뻤는데 시어머니가 볼때마다 친정 엄마 닮았다고 하더라구요;
원래 성격이 좀 그런분이라서 속으로 삭이면서 살았네요3. ㅋㅋㅋ
'09.12.17 8:58 AM (125.131.xxx.199)남자들은 자기 엄마와 비슷한 여자를 고른다잖아요??
어전지 울 시어머니 한 미모 하시더라~~~~ 튑니다~~ ===3334. 객관적으로
'09.12.17 9:59 AM (211.115.xxx.133)보면
울 시어머님, 울 아가씨들 정말 한 미모하십니다
아가씨들 인물에 어머님의 자부심도 대단하셨고요
근데 가족 사진속에서 제가 실물보다 잘 나와버려서
어머님 동네 친구분들이 "딸보다 며느리 인물이 낫다"고
입을 대셔서 울 어머님 기분이 많이 상하셨죠
어머님~~ 제보다 아가씨들이 훨 예쁘셔요!! 누가 봐도 그게 진실이예요!!!5. 까만봄
'09.12.17 10:47 AM (222.237.xxx.183)그러게요...
가족 행사있어서...엄뉘 먼~친척분이 그러시데요...
"이쁘고 귀엽기만하구만...날씬하고..."
저한테만 "너는 생긴건 별로지만..."하신게 아닌가봐요..
ㅋㅋ
엄니가 안그러셔도...누가봐도 엄뉘랑 엄뉘따님이 저보다는 마이 미인이셔요.(거의 연옌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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