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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엄마 이야기...

이야기 조회수 : 779
작성일 : 2009-12-04 11:49:18
정말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살다보면
한숨쉬며 인정하게 되는 일들 중에 하나가
고생만 죽어라..죽어라 한 사람들이
편하게 한 번 살만하면 큰 병에 걸리고
또 일찍 세상을 떠나기도 한다는.
그런 일들입니다.


점심을 먹으려고 간단하게 자장면을 시켜놓고
한 입 넘기려는데 문득.
정말 문득 친정엄마가 생각이 났습니다.
참 희안하게도 이렇게 문득 찾아오는 순간 순간의
기억들이 그날 하루를 참 힘들게 합니다.
너무 너무 친정 엄마가 보고싶어 지니까요.


예고 없이 문득 문득 찾아오는 이 순간의 기억들은
어느날 아침 출근길이 될 수도 있고.
편한 잠자리에서 생길 수도 있고.
지하철 의자에 앉아 별 생각없이 있던 어느 순간에도
찾아올 수가 있습니다.


스스로도 놀라요.  왜 갑자기 그런 생각들이 머릿속을 스치는지.
오늘도 어김없이 평범한 점심시간에 자장면 시켜먹는
그 순간에 생각이 났지 뭐에요.


친정엄마는 고향 근처가 아닌 곳 그리고 조금이라도 친정 보다는
잘 사는 집으로 시집을 가고 싶으셨데요.
하지만 외할아버지께서는 어느날 이웃 동네 한 젊은이를 소개받고
중매로 결혼까지 시키셨데요.   친정엄마는 결혼하기 전에
몇번이나 싫다고 거절하고  도망가기도 했는데 결국은
외할아버지 손에 붙들려 이웃마을 아버지에게 시집을 오게 된 것이지요.


시집 간 첫날  가마니솥 하나 있는 부엌에 들어가보니
쌀독에 쌀이라고는 몇톨 뒹구는게 고작인 한숨부터 나오는 그 집은
정말 찢어지게 가난했었다고 하시더군요.
한숨조차 쉬기 아까울 정도로 찢어지게 가난한 집.  그 집의 장남에게
시집을 갔으니 친정엄마는 늘 외할아버지를 원망하셨어요.


어린 시동생들이 4이나 있는 찢어지게 가난한 집의 큰며느리
할머니는 젊으셨으때도 일을 안하셨데요.  그렇다고 손자, 손녀를
업어주시거나 보살펴 주시는 건 흔치 않으셨구요.


땅뙤기 하나 없는 찢어지게 가난 한 집이 하루 하루 버티는 건
아버지나 엄마가 남의 농사를 지어주고 대신 받는 쌀이나 보리가
살림을 이어가는 힘이었지요.
하루종일 남의 논이나 밭에서 일을 해주고 품삯으로 쌀이나 보리를 받아
살았던 시절.   어린 시동생들 4을 키우며 살았던 시절.


할머니는 엄청난 고집과 성격을 가지고 있으셔서 젊은 시절에 엄마를
구박도 많이하시고 일도 많이 시키셨다 하셧어요.  
제...기억에도  늘 할어버지의 등에 업혀있던 제 모습과 할아버지가 늘
데리고 다니셨던 기억.  그리고 엄마와 아빠는 늘 밤늦게 집에 돌아오시고
엄마는 그 늦은 시간에 부랴부랴 나무에 불을 때서 밥을 짓던 모습을 기억해요.


지금도 할머니 연세 90이시지만 성격이 꼬장꼬장 하시고
엄마가 논에서 들에서 밤늦게 일하시느라 밤늦게 집에 가시면
저녁시간 늦었는데 밥 먹을 생각도 안하고 늦었다고 소리 소리 지르시는
분이세요.  할머니가...

지금의 할머니가 그러시니 젊으셨을땐 오죽하셨을까 싶어요.


시집가서 첫 아이로 아들을 낳고 그 아이가 4살된 무렵.
시집간 고모가 고모부의 노름빛으로 친정집 옆 조그마한 집에 살게 됐을때
일은 안하고 문제만 일으키는 고모부,  그리고 대책없이 그냥 있던 고모.
때문에 아버지는 노름빛 갚아주려고 남의 집 일이란 일은 다 하고
엄마는 또  두집 먹을 끼니라도 해결하려고 고생하시고.
겨우 겨우 쌀 얻어가다 쌀독에 채워뒀는데 어느날 쌀이 없어지는 걸 알고
잘 살펴봤더니 할머니가 딸(고모)네 집에 퍼다가 가득 주시고 하셨더래요.


하루내내 고생해서 쌀 벌어다 쌀독에 넣었더니 할머니는 가득 퍼다가
아무일 않고 대책없이 있는 딸네 집에 줘버리니
서글퍼 눈물이 주루룩 흘렀다고 하시더군요.
어찌어찌 하여 아버지가 아시고는 할머니께 안좋은 소리를 하셨나봐요.
그건 엄마가 말씀하신게 아니셨는데 아버지가 어찌 알게 된 것이었죠.
노름만 해대는 고모부,  아무일도 안하고 그냥 집에서 쌀이나 보리만 받아먹는 고모.
뒷바라지 해대는 것도 힘든데 겨우 벌어온 쌀을 퍼다 주시니 아버지또한
얼마나 화가 나셨을까요.   그 일이 터진 날 낮에.


엄마는 그날도 남의 집 밭에서 뙤약볕에 하루종일 구부리고 앉아
밭을 메고 계셨는데  저 멀리서 할머니가 치마를 걷어 올리시고는
씩씩거리며 달려오고 계시더래요.
그때는 다들 치마저고리 입고 사셨을 때였거든요.  제 어린 기억에도
기억이 나요.   (지금 제 나이 29이지만요. ^^;)


그러더니 어느새 밭에 도착한 할머니는 다짜고짜 엄마의 머리를 잡아 채시더니
이년 저년 하시면서 욕을 해대시더래요.  온갖 욕설을 하시면서  니가뭔데
그런 소리를 햇냐시며 당장 나가라고 소리소리 지르시며 옷이며 머리를 잡아
당기시고 ...  주변에 있던 동네 아주머니들도 놀라서 말렸지만 소용이
없었다더군요.    그리고 또다시 씩씩거리며 마을로 내려가신 할머니.

엄마는 그자리에 풀썩 주저앉아 목놓아 울었다고 하시더군요.

쌀 한톨 없는 집에 시집와서 밤 낮으로 쌀, 보리얻으려고 남의 집 일을
하면서 겨우 겨우 시동생들 먹이고 살리던 엄마에게 할머니의 그 행동은
수십년이 흘러도 가슴에 한이 맺어 있다고 하세요.


내가...죽어도 이 집은 나가야겠다... 오직 그 생각만 하면서 울고 계신
엄마에게 4살된 아들이 조막만한 손으로 엄마를 붙잡으며 어디 가지 말라고
자기 두고 절대 어디 가지 말라고 하는 말에
그 어린 자식을 붙잡고 울었다는 엄마의 말씀을 들으면 제가 다 눈물이 나요.


그런 모진 일들이 한두번이 아니고.  안해본 일 없는 엄마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할머니를 모시고 사세요.
아버지가 돌아가신지 10년이 다 되어 가도.


멀쩡히 잘 사는 자식이 아들만 셋이 있어도 할머니 모시고 가겠다는 사람 하나
없으니.  
한때 할머니 할아버지 모시고 동생들 건사하면서 굶지 않기 위해 살았던
큰아들 보다도  작은 아들을 눈에 띄게 챙기면서 아꼈지만.
그게 다 무슨 소용일까요.   큰아들 가고 나니  남은 아들 셋.  명절날
한번 다 모이는 것도 힘들고  그 누구 하나 당신 모시겟다는 말 농담이라도
하지 않는것을.


아직도 성격이 꼬장꼬장 하시고 간단하게 끼니도 안 챙겨 드시는 할머니는
하루종일 뙤약볕에 밭을메고.  무거운  약통을 들고 논에나가  햇살 내리쬐는
그 곳에서 어깨를 누르는 약통의 무게와  손으로 계속 눌러대며 펌푸질을 하는
엄마가  녹초가 다 되어 집에 와도 수고햇다 고생했다 한마디 안하고
저녁때가 지났는데 밥도 안챙기고 늦었다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시는..

참 냉정한 분이시지요.


그럴때면 엄마는 다른 멀쩡한 자식들한테 어머니 좀 모시라고 큰소리 치고
싶어도
순간 또 할머니가 가엾어 지신다더군요.
미운정도 정이라고 한세월을 그렇게 얽혀 살았는데
이투정 저 투정 다 받아주는 친정엄마 말고 다른 자식네 집에 간들
맘이 편하겠냐며  그래도 엄마가 같이 모시고 사는게 맘이 편하다고 하시지요.



사서 고생을 한다는 사람.
그런 분이 또 친정엄마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늘 당신 행복을 먼저 생각했으면 좋겠는데도.
그게 익숙치 않아서 남을 먼저 생각해야만 하는
그런 삶요.

======================================================================
여기까지의 글은 3년 전에 제가 자게에 올린 글입니다.
오늘 많이읽은 글의 엄마와 할머니의 내용을 보니  생각나서 다시 글 올려요.


친정엄마가 겪었던 시집살이는 말로 다 못했습니다.
주변에서 다 알정도로 자자했지요.
친정엄마가 열여덟의 나이에 결혼을 했으니  그때 할머니는  연세가 많다해도
40대셨으니..
일같은거 잘 안하셨고  집안일은 당연하고요.
제 기억에도 한쪽무릎 세워 팔 얹고 담배대에 담배넣어 피우시던 기억도 나요.


그러나 그러셨던 분도 나이가 들고 세월과 같이 늙어가면
왠지모르게 힘없어지고 가여워지기도 합니다.
60-70대까지도 할머니는 여전하셨고   한여름에도 뜨거운 물 끓여드려야했고
반찬도 두번 올려지면 잘 안드시고 고집도 세시고..


저리 나이가 들었어도 고집이 말도 못하다고 할머니가 멀리 계실때
저한테 푸념을 하고  하셨지만
그럼에도 할머니가 입맛없어 하시면 좋아하는거 만들어 드리고
조금이라도 더 챙겨드리고
시골이라 겨울이면 난방이 문제인데 엄마는 춥게 지내도 할머니 방은
뜨끈뜨근하게 항상 하시고


엄마의 젊은날...또 당시의 할머니의 성격과 고집을 보면
엄마가 어찌 저렇게  하실 수 있을까 솔직히 저는 대단해보였습니다.
자식들이 멀쩡히 잘살아도 자기 어머니 모셔가겠다는 사람 하나없고
그리 불편한 곳 가봐야 속이 얼마나 힘들겠냐고 도리어
챙길 수 있다는게 말이지요.


그렇게 두분이서 미운정 고운정으로 사셨는데
3년을 더 사시다가 올해 할머니는 아흔셋의 연세로 생을 마감하셨어요.
올초부터 기력이 안좋아지시고 몸도 붓고 물이 차기 시작해서...
명절때도 잘 안모이던 자식들.
할아버지 제사때 왠일로 두사람이 내려와서 할머니를 뵈었는데
할머니도 그리 기다리셨던지  그 두 자식 보고서  떠나신거였지요.


떠나시기 전에 기력이 너무 안좋아지셔서
그렇게 깔끔하던 분이 화장실에서 대변처리도 잘 못해
제가 뒷처리 해드리고 만져드리고 쓸어드리고.
평생 부모님과 함께 했던 터라  저야 손녀로서 할머니께 정이 있었지만
나머지 손자손녀들은  할머니 한번 만져드린 적도 없지요.


할머니의 임종을 혼자 지킨 엄마는 장례식장에 모셔가면서
다른 자식들에게 연락을했고
얼굴 못 본지 몇년은 된 자식들이 그제서야 한자리에 모이게 된 상황이라니.


영안실에서 할머니께  삼베옷을 입히는 모습을 자식들이며 다 들어가서
지켜보잖아요.  입관식하는거.
다른 손자손녀들은 들어올 생각도 안했고  저흰 당연히 들어가서 보는데
평생을 독한 시집살이 하면서 모셔온 저희 친정엄마만 소리내어 울든 그냥 울든
울고   나머지 자식 며느리들은 그 분위기에  흔들릴뿐..


입관식을 하는 분께서
저승길에 쓰시라고  용돈 넣으라면서  어머니 평소 좋아하시는 거 사드시라고
말씀도 하시라고  (그걸 작은아버지 한테   하라고 했던가 했어요)
평생 그리 모셔온건 친정엄만데 .
자기 어머니가 뭘 좋아하시고 뭘 잘드시는지는 친정엄마 밖에 모르는데
뭘 안다고...


평생 힘들게  모셨어도  그리 가신 모습 보며    진심으로 슬퍼하시던
엄마의 모습을 생각하면
여러가지 생각이 들어요.
사람이 뭔가 하는 생각 말이지요.


IP : 211.195.xxx.20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참으로
    '09.12.4 12:00 PM (121.136.xxx.233)

    따뜻하신 분이시네요 친정어머니께서.
    너무나 존경스러운 분이신데 요즘 같으면 미쳤냐고 헤어지라고 12번은 얘기했을것도 같습니다.
    그렇게 사신분들은 자식들이 잘되는 경우가 많더라구요.
    당신은 고단한 삶이었지만 자식들에게 그복이 가는것 같더라구요,
    앞으로 행복하시길 기원합니다.

  • 2. 원글
    '09.12.4 12:09 PM (211.195.xxx.20)

    만약 지금이라면
    저라면
    더 살고 볼 것도 없이 이혼했을 거 같아요
    솔직한 심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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