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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님. 그냥 아무 말씀 하지 마세요.

... 조회수 : 1,772
작성일 : 2009-12-02 11:11:07

어제 제사라 오후 휴가 내고 들어가서 음식 준비했습니다.

시동생이 회사에 사표 냈습니다.
요즘같은 경기에 이직할 곳이 정해지지도 않았는데 사표부터 낸 건 경솔하다 생각합니다만 그거야 다 큰 성인이 알아서 할 일이겠죠.
그런데, 시어머니께서 하시는 말씀이
몸도 추스릴 겸 몇 달 데리고 있으면서 건강 챙겨주시겠답니다.
제게 한 마디 하십니다. 건강이 제일이지, 직장이 뭔 소용이냐.
데리고 있으면서 음식도 챙겨주고, 헬스도 다니게 하고, 몸 추스리게 해줘야지.
사람 살아야지 돈이 무슨 소용이냐.

그러시더니 저를 흘낏 보고 한 마디 더 하십니다.
네 시동생 뿐만 아니라 너나 애비도 마찬가지지, 건강이 제일이다.

어머님. 저 둘째 갖고 몸 너무 안좋아서 한 달 정도 더 휴직했을 때 어머님이 뭐라 하셨는지는 잊으셨나봐요.
그만 두겠다는 것도 아니고, 휴직을 몇 달 연장할까 한다는 이야기를 했더니
진급해야 급여도 오르는데, 휴직하면 진급 안될 텐데 왜 휴직하려 하냐 하셨지요?
요즘 외벌이로 돈 벌어서 뭐하냐, 에미도 돈 벌어와야지 집에서 놀 셈이냐
집에서 하는 게 뭐 있냐, 사회생활도 해야 사람이 늘어지지 않지 자기계발로 일해라 하신 분이 어머님이셨거든요.


거기까지로 끝내시면 그나마 좀 나았을텐데
갑자기 한 마디 더 하시더군요.

"너, 애비가 회사 그만 두면 어쩔거냐?"

어쩌긴요. 제 월급으로 먹고 살아야지요.
대신 제가 돈 벌고 애비가 집에 있으면 집안일은 애비가 다 하고 애들 사교육비 절약 위해 애비가 애들 가르쳐야죠.
지금처럼 도우미분 부르진 못하겠지요.

그 대답 듣더니 심각하게 한 마디 하십니다.

"집안일이 쉬운 게 아닌데 그러면 안되지. 네가 전업주부가 아니라 잘 모르는 모양인데..."

어머님.
저 둘째 낳고 복직 전에 제가 다 했거든요.
그 때 어머님 우는 애 안고 있으면 '너 밥 안차리냐?' 한 마디 툭 던지시고 밥상에 앉아 식사 기다리셨어요.
그리고 저녁에 남편 퇴근하면 에미가 밥도 제대로 안차려준다고 화내셨지요.
제 남편 집안일 절대 시키지 말라 하신 것도 어머님이시고요.
저 복직해서 맞벌이하는 지금도, 남편 집안일 거드는 꼴 못본다 하신 게 어머님이세요.
사회생활은 원래 남자몫이고 집안일은 여자 몫이라면서요. 그게 대한민국 사회라면서요.
남편이 실직해서 제가 사회생활하면 제 직업은 더 이상 자기계발이 아닌 생계가 되는 건데
(지금도 생계를 위한 건데 어머님만 자기계발을 위해 회사 다니는 거라 우기시죠)
어머님 논리대로면 남편이 집안일 전담하는 게 당연한 거잖아요.

그리고 입버릇처럼 우리 애들이 몸이 안좋아서, 건강이 안좋아서 조심해야 한다 하시는데요.
아무리 건강한 사람이더라도 어머님 자제분들처럼 음식 조절 절대 안하고 운동 싫어하면
그 건강 유지할 수 있는 사람 없어요.

살이 쪄서 몸이 안좋다 하소연하면서 온갖 과자, 아이스크림을 입에 달고 살고
야채 안먹고, 툭하면 끼니 거르고 과자로 떼우고
한 정류장 걷는 게 싫어서 버스 타고 다니는 게 어머님 자제분들이거든요.
고혈압 체질 타고 난 게 자랑도 아니고, 체질 체질 하시는데 본인들이 관리를 안하는 걸 어쩝니까.

맨날 너는 건강해서, 체질이 날씬해서 그런 마음 모른다 하시는데
어머님 며느리는 회사에서 점심 먹고 남은 시간 산책하고
운동 부족 만회하려 한 정류장 먼 전철역까지 걷고
집에 쌓여있는 과자, 탄산음료 입에도 안대고
집에서 쉴 때 스트레칭도 해줘요.


하고 싶은 말 다 하면 제사고 뭐고 할 것 없이 싸움만 날 것 같아서
조용히, 아무 소리 안하고 애궂은 제기만 다 꺼내서 다시 벅벅 닦았습니다...

IP : 121.50.xxx.11
1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에구
    '09.12.2 11:15 AM (220.120.xxx.194)

    그러게 말이에요.
    가만 계시면 중간은 갈텐데.
    자기 가정 꾸린 아들 실직 후까지 노심초사하시고.
    안 일어난 일까지 미리 땡겨서 걱정하는 사람
    정말 피곤해요.

  • 2. ..
    '09.12.2 11:19 AM (118.216.xxx.29)

    내 아들 내 자식은 귀하고 며느리는 남의 자식이라 귀하지 않다는 심한 모순들.
    저런 시어머니 되지 않으려고 저 스스로 다짐하고 있어요.

  • 3. .
    '09.12.2 11:32 AM (112.151.xxx.214)

    어머 똑같네요..저 요즘 정말이지 어머님 생각하면 신랑도 미워져 미치겟어요..
    말이 하나같이 어쩜 그리 듣는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을 안하시는지...정말ㅇ지 돌아버리겟어요.. 근데 더 미치는건 본인같은 사람은 이세상에 없다고 착각하신다는거...그게 더 돌게 하지요
    맨날 똑같은 애기//돌아버리겟어요....그러구 바라는건 뭐가 그리 많으신지..
    더욱 우습게 보이는건 그렇게 싫은소리하다가도 뭐하나 같다주면 입이 귀에 걸리면서 니가최고다 어쩌구 저쩌구 ,,참..기막힙니다
    정말이지 님처럼 할애기가 너무너무 많지만 안해요..집안 시끄러울가봐... 아니 신랑이 불쌍해요..그래도 자기엄마인데 어떻하냐는말에 겉으로는 아무말 안해여
    정말 저는 이제 시어머님땜에 신랑도 싫고 사과 한개도 드리기도 싫어요 ..아니 땅콩 한알도..
    전 결혼 3년동안은 뭐만 생기면 시댁 같다드렸어요..그것도 친정에 들어온거까지다요..
    그때 친구가 그러면 버릇된다하셧는데 그때는 그걸 모르,겟더니 3년이 다되서야 느꼇죠..때만 되면 작년에 뭐 가지고 오던데 이제 그거 가져올때됫네..하시고 올해는 그게 왜 없니 하시고 고맙게여기시기보다는 당연히여기시고 친정에 요즘에는 또 무들어오니 하시고..참..자기무덤 자기가 파는거죠..정말이지 목소리도 듣기 싫어요

  • 4.
    '09.12.2 11:37 AM (222.117.xxx.11)

    정말 말을 마시지...
    괜히 본인에 대해서 안 좋은 감정만 생기게끔 언행을 하시네요..
    ㅠ.ㅠ

  • 5. ...
    '09.12.2 11:42 AM (121.135.xxx.221)

    원글님 정말 속상하시겠어요.

  • 6. 천사
    '09.12.2 11:49 AM (115.22.xxx.182)

    토닥토닥~

  • 7. 해라쥬
    '09.12.2 11:49 AM (124.216.xxx.189)

    어른이 어른답지 못하네요
    자기 자식만 귀하나............ 그럼 당신도 남의 딸한테 효도바라면 안되죠..
    며눌인 무슨 아무 감정도없고 그저시집에 몸바친 춘향이줄아시는지..
    어머님이 나이값을 못하시네요
    원글님도 가만있지마시고 딱딱 말씀드리세요
    참 얄밉다....

  • 8. ...
    '09.12.2 11:54 AM (211.49.xxx.91)

    함께 사신다면 얼른 분가하세요
    그런분하고 동거기간 길어지면 제정신으로 살기 힘들겠네요.....

  • 9. ...
    '09.12.2 12:52 PM (121.50.xxx.11)

    본인이 진심으로 며느리를 걱정한다 강조하시는 게 더 싫어요.
    꼭 말씀하실 때 그러세요.

    "나야 먼저 죽으면 뭔 상관이냐. 다 너네 걱정해서 하는 말이지."
    "니가 돈 번다고 내가 뭐 좋은 게 있겠냐. 다 너 위해서 하는 말이지."

    며느리는 신인류입니까. 위한다는 방식이 자식과는 180도 다르네요.

    시동생 결혼 안했는데 늘 둘째 며느리는 어떤 애가 좋을까 하세요.
    그러면서 기독교인은 절대 안된다, 불교 며느리도 절대 안된다시죠.
    기독교인은 가족 행사 참석 안해서 싫다, 불교 며느리는 미신 믿어서 안된다.
    그리고 꼭 제게 너는 어떻게 생각하냐 물어보세요. 어제도 마찬가지였고요.
    저는 별로 개의치 않는다 이야기하니 또 말씀하십니다.

    "아니, 기독교인이면 제사도 안오고 가족 모임이 있어도 교회행사가 우선이잖냐.
    뭐, 나야 먼저 죽으면 끝이지만 너희들은 우애좋게 살아야 하는데 그럼 안되지.
    나중에 아랫동서가 제사 준비 안하고 가족행사도 안오면 너 서운해서 안된다."

    저 결혼하고 지금껏 수 십번 제사 지내는 동안 시동생이 제사 도운 적 없습니다.
    나중이라도 시동생이 안챙기는 제사, 동서에게 챙기라 다그칠 생각 없고요.
    형제간 우애야 제 남편과 시동생 사이의 문제지, 저와 동서간의 문제 아니잖아요.

  • 10. 저도
    '09.12.2 12:53 PM (58.238.xxx.182)

    가끔은..어머님이 예전에 하셨던 말씀과 전혀 다르게 아들 입장만 생각하실 때 녹음했다가 들려드리고 싶단 생각 했었답니다..

  • 11. 자기합리화
    '09.12.2 1:47 PM (203.230.xxx.110)

    녹음해도 딴 말씀 하실걸요.
    딸은 똑똑한데 결혼해서 사는 거 보면 사위가 나쁜자식이고
    며느리는 옳은 소리해서 할 말씀 없으시면 "똑똑하면 너 잘나 좋겠다."

    원글님. 시어머니 말쓰미 맞으니 원글님 건강부터 챙기심이 어떠신지요.
    "네 맞아요. 건강이 최고지요.
    저도 애 아범 건강 챙기려면 몸좀 챙겨야 겠어요.
    어머니 말씀 아니었으면 큰 일 날 뻔했어요.
    근대 어느 한의원 가시는데요?
    용한데 아시면 제것도 한재 지어 주세용~~~~"

    안될까요?


    참 저는 같이 사는 시어머니 자기합리화 때문에 정신이 나가
    몇년 째 상담치료로도 몸은 커녕 마음도 추스리지 못하는 직장엄마예요.
    한의사인 사촌 시동생이
    "형수님은 이모(시어머니)상관 말고 놀고 재미있게 지내야 되요.
    공진단 이나 드셔 보시던가요."
    한 알에 3만원. 하루 한 두개 먹으라는 약인데
    한번 먹고는 혼수상태가 될만큼 잠을 잤습니다.
    거의 부작용이 없는 약인데 몸이 약을 이기지 못한다고
    용량을 줄이라고 하더군요.

    그거 사서 드시고 잠이라도 푹 주무세요.
    아무소리안하고 제기만 닦다가 맘 상하면 저 같이 됩니다.

  • 12. 승질나시겠어요
    '09.12.2 4:02 PM (125.177.xxx.178)

    원글님 시모분 어른노릇을 못하시는군요.
    에구 듣는 제가 열받습니다.
    당신 자식들만 귀하고 남의 자식은 안귀하니, 내내 귀한 자식들한테나 대접받고 사셔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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