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단위가 안되는, 작은 규모의 지역 박물관에서 주말에 해설 자원봉사를 하고 있어요.
오늘, 가슴이 콩닥거리는 일이 있었습니다.
작은 박물관이지만, 주말에는 관람객이 꽤 있고, 거의 끊이지 않고 오는 편인데,
오늘, 3시 전후에는 좀 한산했습니다.
빈 전시실에서 서성이다가, 계단을 씩씩하게 올라오는 아버지와 아들 둘을 보고 반가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초등5,6학년 쯤 되는 큰아이와 저학년으로 보이는 작은 아이를 보면서,
어떻게 설명을 해줄까~ 하고 바라봤습니다.
그런데, 그 아버지는 큰 장우산 2개를 한손에 가로로 길게 잡고 ,
다른 한 손으로는 큰 아이의 손을 잡고는 보폭을 크게 하며 전시실로 들어서더군요.
그리고는 눈 깜박할 사이에 "여기, 여기는 봤지?" 하더니, 대뜸 앞쪽의 부분은 건너 뛰고,
전시실 뒤편으로 돌아가, 내 시야의 사각지대로 넘어 돌아가 버리더군요.
( 전시실은 원형으로 되어 있으며, 가운데 부분의 전시물로 인해서, 입구에서 조금 돌면 앞에서는 관람객이
안보이고, 소리만 들립니다.)
열성적인 아버지의 큰 목소리의 설명소리를 뒤로 들으며, 저는 입구를 바라보며 그냥 서 있었습니다.
내가 꼭 해설을 안해줘도 될 듯 하여서요.
열심으로 빠르게 설명하는 듯한 목소리가 들리다, 멈추고가 반복되는 시점에서,
아, 지금쯤 어디 앞에 있겠구나 하는 생각으로, 천천히 돌아가 , 관람 순서 역방향으로 해서
다가가 보았습니다. 이 부분 쯤은 내 설명이 좀 필요하다 싶어서요.
그러다, 경악했지요.
큰 아이가, 근현대 유물의 한 '일제강점기 자전거' 위에 올라타서는 열심히 질주를 하고 있더군요.
그 아버지는 작은 아이의 손을 잡고 유리 패널 안에 전시된 유물들을 들여다 보고 있고요.
근대 유물 몇 점은 패널 안이 아닌, 그냥 전시 공간에 놓여 있는데,
그 오래된 자전거도 그 중 하나 였습니다. 옆에는 '눈으로 만 보세요'란 팻말도 있고요.
큰 아이가 패달을 밟아, 체인이 돌아가는 소리가 다가간 내게도 들렸습니다.
아이를 제지하고 내려오게 한 후에,
나중에 아버지가 자전거에 다가가 그 자전거를 설명하더군요. 큰아이한테.
지금의 체인과 어떻게 다르고, 종은 어떻게 다르고.. 그러면서도 그 아버지도 자전거를 손으로 누르고,
체인을 만지고 하더군요. 물론 올라타지는 않더군요.
'눈으로만 보세요.'란 말은 흘린채로..
박물관에 전시된 '구형 자전거'를 타고 질주하던 아들 일행이 나가고 난 후,
학예실로 내려가 전말을 이야기 했습니다.
적절한 보호조치와 관련된 말을 나누고 나서,
젊은 학예사는 이 모든 것이 '학교' 탓이라고 하더군요.
학교에서는 왜, 박물관 관람 기본 예절을 안 가르쳐서 보내냐고요.
돌아서, 다시 전시실에 올라와 생각했습니다.
그러면, 미술관에서 전시물을 손으로 건드리고 다니는 것도,
음악회에서 눈살을 찌뿌리는 행위를 하는 것도,
횡단보도에서 빨간불인데도 유유히 건너는 것도
'학교' 에서 안 가르쳐서인가?
그러면 나는, 학교에서 이런 것들을 배웠었나?
아니면 부모님이 가르쳐 주셨었나?
그게 아니면, 어떻게 알게 되었을까?
자문해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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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의 잘못일까요?
박물관에서 조회수 : 333
작성일 : 2009-11-30 00:16:44
IP : 119.148.xxx.6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정말
'09.11.30 7:04 AM (115.128.xxx.208)학교탓일까요....
이사회 나라 막돼먹은 어른들 탓은? 아니고요
아이들은 어른의 거울이라지요
식당에서 보여지는 어른들의 식탁매너
물수건으로 발까지 닦고 -.- 식사가 끝난
식탁은 전쟁터...
하물며 문화의 전당이라 여겨지는 박.물.관.에서
조차 저러는데 음
답답하지만 앞으론 나아질거라 믿고(싶어요)
상대하기 많이 힘드셔도 아이들에겐 꼭 지적해주셔요
정말 몰라서 그러는 아이들도 있고
금방 고치려고 하는 아이들도 많으니까요
좋은일하시는 원글님 홧팅 ^.^2. ...
'09.11.30 6:59 PM (68.37.xxx.181)'눈으로만 보세요.'가 제구실을 못하는 것은 공중도덕 개념이 부실해서이니까
초등학교 교육 이전에 유치원 잘못입니다(농반진반)
대체적으로 우리나라는 추상적인 공동체 의식이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내 가족 내 학연 지연 ...등 나와 직접 관계있는 것들만 챙기지요.
차츰 나아지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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