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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물캐는 이야기...

이야기 조회수 : 518
작성일 : 2009-11-05 11:20:38
00리 마을은 뒤로는 병풍처럼 산이 마을을 품고있고
앞으로도 높은 산이 있어요.
지금 고향집 마당에서 저 앞을 바라보면
높은 산이 솟아 있지요.

들만 있는 지역에 사는 사람이나
도시에 사는 사람은 이런 곳을 좀 답답하게
생각하기도 해요.
온통 산이니까.

그런데 저는 그 곳이 너무 평화롭고 편안하지요.
비가 내리고 난 후 아주 크고 멋진 무지개가 그 산에 걸리기도 하고
초록이 물든 때는 산 위에서부터 연두빛이 스르륵 내려오기도 하고
비가 그치고 난후 구름이 산에 젖어 걸쳐 있는 모습은
한 폭의 수묵담채화와 같고요.


시골에서 자란 아이는 자연과 노는 법을 스스로 깨우치는 것
같기도 해요.
제가 그랬듯이요.

친구들과 어울려 놀고 언니 오빠들과 산과 들을 누비며 놀다보면
심심해서 지겨운 것이 아니라
너무나 놀거리가 많아서 시간이 모자란 날들이지요.
그렇다고 항상 친구들과 어울려 놀기만 한 것은 아니었어요.

저는 유독 이 봄나물 캐는 것을 즐겼는데
나물을 좋아해서가 아니라  자연에서 나는 무엇인가를 캐는 것을
너무도 즐겨했어요.  따스한 봄 햇살 아래 갓 올라온 싱그러운 봄나물을
캐고 있으면  그냥 행복한 느낌이랄까요?


너무 의욕이 앞서서 항상 봄이 오기도 전에
바구니들고 나물캔다고 밭이며 논가며 훑고 다니고요.
오죽하면 돗나물은 우리 밭가 어디 어디.
00아줌마네 밭가 어디어디.에서 많이 자라는 걸 알고

달래는 00아줌마네 밭과 00아저씨네 밭 중간의 풀섶에 잘 나고
씀바귀는 논가 햇살이 많이 내리는 어디 어디에 많이 나오고
유난히 돌미나리는  마을 회관 앞 누구네 논가에 많고
쑥은 뭐 지천에 널리니까...


오죽하면 봄이 오기도 전에 그렇게 봄나물이 나왔나 안나왔나
바구니 들고 돌아다니면서 그 싱싱한 봄나물이 나오면
열심히 캐와서   우리집에 오면 봄이 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봄나물 먹으려면 우리집에 오면 된다고 마을 아줌마들이
그리 말씀을 하셨어요.


제가 초등학교 저학년때만 해도 봄이면 마을 아줌마들 같이
봄나물도 캐고 그랬는데  어느 순간부터 봄나물이 나와도
잘 캐지 않게 되고 잊혀지게 되고 그랬지요.ㅎㅎ

못 먹는 풀이 없을 정도로 자연에서 나는 풀들은 왠만하면
먹을 수 있는 것들이라잖아요.
저희집 밭으로 가는 길은 산과 접해 있는데
산그늘 밑에 연한 질경이가 많이 자랐어요.  근데 그건 한번도 먹어보지 못했네요.
질경이는 나물로 해먹지 않았거든요.

봄이면  돗나물,  쑥,  냉이,  달래,  코딱지풀  (이름이  좀 그렇죠? ㅎㅎ 국 끓여 먹었어요.)
봄과 여름의 사이엔  고사리 끊는다고 산을 휘젓고 다녔고요.
전 지금도 고사리 잘 끊어요.   고사리 안끊어본 사람은 바로 앞에 두고도
잘 못찾잖아요.   또 이 고사리의 마력은    희안하게 방금 전에는 안보이던 것이
뒤돌아서 다시 보면 있고.    또 깊히 산으로 산으로 유혹을 하지요.


어쩜 그래서 00리 오지에 살았을때  봄날 저녁 뒷산에 고사리 끊으러 갔던 아저씨는
그러다가 여우에 홀렸던 것인지도 모르겠지만요.


고사리도 끊고  취 뜯느라 정신이 없지요.
사실 고사리나 취 외에 냉이나 돗나물 달래 코딱지풀  돌미나리등을
잘 해먹진 않았어요.
너무 많이  캐오다 보니 질려서 그랬는지 몰라도
엄마도 자주 반찬으로 하진 않으셨고 저는 잘 먹지도 않았어요.
오직  캐는 재미로 열심히 캐다 날랐을뿐.ㅎㅎ


특히 씀바귀는 한소쿠리를 캐와도 잘 먹지도 않았죠.ㅎㅎ

초여름엔 산미나리 (산에도 미나리가 자라기도 했어요) 캐고
또 밭가에 많던 수애초(왕고들빼기)를  뜯어다 데쳐서 무치면
그건 참 맛있었고요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수애초는 쌈싸먹어도 맛있대요.


고비는 흔하지 않은 것이였는데  저희집 뒷산의 그늘진 곳엔
이 고비가 자라요.
문제는 시기를 잘 잡아 맞출수가 없어서 제대로 끊어보지도 못했지만
저처럼 나물 뜯는 거 좋아하는 큰오빠는 가끔 봄에 시골가면
이 고비를 잘 끊더군요.ㅎㅎ


또 자운영 여린 순을 캐느라 논에 앉아 열심히 뜯던 적도 있었고요.


어렸을땐 봄만 오기를 기다려 조금만 햇살이 나고 눈이 녹는다 싶음
바구니 들고 밭으로 달려가던 어린날의 제 모습이 그리워요.


그러다 밭둑에  또아리 틀고 있던 뱀을   양말인줄 알고 다가갔다가
스스륵 또아리 풀면서 나오는 뱀보고 놀라서
바구니고 뭐고 내던지도 걸음아 나살려라~ 하고는
집으로 도망친 적도 있지만요.ㅎㅎ
IP : 61.77.xxx.112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09.11.5 11:30 AM (119.64.xxx.169)

    저도 원글님 처럼 자랐지요... ^^
    산에서 해가뜨고 해가지고

    우리쪽에선 연한질경이로 된장국 끓여먹기도 했답니다.
    겨울엔 보리 구워먹구요.

    뱀나오면 뱀잡아서 동네 아저씨께 드리기도 했답니다.. ^^

  • 2. 원글
    '09.11.5 11:38 AM (61.77.xxx.112)

    ...님 맞아요. 콩이나 보리 구워서 먹었죠.ㅎㅎ
    입가엔 깜장 뭍히고.ㅋㅋ

    뱀은 전 무서워서...
    동네 아저씨들 뱀 잡아서 술담그고
    저희집에도 있었어요.
    마루에 있던 벽장을열면 옛날 소주 (홉이라고 하나요?)에 담겨있던 뱀.
    으.. 마루에 벽장은 공포 대상이었죠.

    언젠가 마을아저씨들이 뱀탕을 끓여 드시는 걸 봤는데
    뽀얀 국물이..윽.

  • 3. ㅂㅂㅂ`
    '09.11.5 4:02 PM (211.201.xxx.97)

    뱀은 저도 무서워요~~~~~~~ 막 도망을 ㅋㅋㅋ

    전 아직도 바구니에 칼 들고 막 돌아다녀요...
    엔지니어님이 알려주신 대로 찾아서 다닙니다...
    시골출신이라서리 ㅋㅋㅋ
    비름나물을 알아서 마트에서 파니 사다가 먹었더니 띠용~~;;;
    막 손이가요 손이 가~~
    냉이는 정말 좋아해요 김밥이나 계란말이 후훗 된장찌개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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