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개편이전의 자유게시판으로 열람만 가능합니다.

알 이야기...

이야기 조회수 : 346
작성일 : 2009-10-30 16:01:27
오늘 날씨가 너무 너무 좋아요!
도시락 싸들고 나들이 갔으면 딱 좋겠는데
그럴 상황은 아니고
낼은 비온다고 하고 비온 뒤  추워진대요..


이시간이면  나른하고 잠깐 졸릴 시간이라
잠도  깨울겸  수다 떨려고요.ㅎㅎ


옛날 시골집에선 가축이 많았어요.
소, 흑염소, 개, 닭, 고양이를 키웠거든요.
제가 고양이를 너무 너무 좋아하는데
제 사랑을 너무 보여서 집착으로 느꼈는지
집 나간 고양이도 있었고요.ㅎㅎ


시골에서 닭을 기르면 달걀 가지러 가는 시간이
너무 너무 행복합니다.
많게는 두개정도씩 가져오는 달걀.
암탉은  일정 시간이 되면 자기만 아는 장소에 가서
알을 낳고는  " 나 알 낳았다! "라고 자랑이라도 하는 듯
울어대기 시작합니다.

아시죠?  암닭이 알  낳아서 우는 소리는 그냥 소리랑 다르다는거.

저는 암닭이 갓 낳은 알을 가지러 가는 시간이 참 행복했어요.
껍질이 아직 다 굳지 않아서 살짝 말랑거리는 따끈한 알.
주황빛이 감도는 그 알이 서서히 굳어지면 살색빛 딱딱한 달걀이
되어   버리지요.


따끈따근한 달걀을 가져오는 건.
뭐랄까요.
충만함.  딱  그런 느낌이었어요.

제가 워낙 알을 쏙쏙 집어가니까  어느날부터 암닭은
항상 제자리 에서 낳던 장소를 바꾸기 시작합니다.
대부분은 쇠죽 끓이던 솥 옆의 잘라진 볏짚에서 움푹하게
자릴 만들어 거기에 알을 낳아놓곤 했는데
언젠가부터는  알 낳았다는 소리에 그 자리로 달려가보면
거기가 아닌 겁니다.


그때부터 구석구석을 살피고 돌아 다닙니다.
어떨때는 장독대 사이에 낳아놓기도 하고
어떤때는 나무를 쌓아놓은 그 사이 사이 구석에  비집고
들어가서 알을 낳아놓기도 하고요.
더 깊숙히 찾지 못할 곳으로 말이죠.


또 한동안 잘 낳아놓던 장소는
외양간 위에 볏짚을 올려놓던 높은 공간이있었는데
그 위에 올라가서는 깊숙히 알을 낳아놓곤 합니다.
그럼 저는 작은 몸집으로 그 위를 겁도 없이 올라가
볏짚 사이를 뒤지고 다니다가
저~~기 옴푹하게 패인 곳에 빛나고 있는 말끔한
달걀을 보게 되면 너무 너무 신나서 그걸 작으마한 손으로
잡아 움켜들고는 내려오곤 했지요.


바지에 넣고 돌아다니다 깨먹기도 일쑤였고
한알 한알 모아서 여러개가 되면 너무나 뿌듯했고
언젠가 한번은 한동안 닭이 달걀을 낳지 않길래
이제 알을 못낳나보다 했는데
한참 후 불때려고 쌓아놓은  나뭇단 속에서
수십개의 알이 발견되어  횡재하던 때도 있었지요.ㅎㅎ
겨울일때라 속은 얼어 있더라는.ㅎㅎ


겨울에 닭을 닭장속에 넣어두고 키우면
그 안에서 알을 낳는데
때로는 닭이 자기의 알을 쪼아서 먹어 버리기도 합니다.
그러기 전에 재빨리 빼와야 하는데
가끔 늦어서 그러지 못하면  구멍뚫려 노른자가 흘려진
알만 남게 되지요.


시골에서 기르던 닭이 낳은 달걀은  정말 너무 고소하고 맛있었는데...


시골이다보니 주변 풀숲이나  나무 가지 사이사이에
새알이 많기도 했어요.
당산나무의 가지에는 새가 둥지를 틀고 알을 낳으면
잘못해서 땅으로 떨어지는 옥색빛 알이 깨어져 껍질만
덩그러니 남기도 하고요.


제비도 처마밑에 집 짓고 알을 낳아놓았는데
어쩌다 제비집이 떨어져서 알이 몽땅 깨져버리고
다행이 한알 남은 알을 가져와서  이불속에 넣어
부화시키겠다고 온갖 정성을 들였는데
나중에 보니 알속이 말라버렸더라는...


한번은요.
엄마랑 밭에 갔는데  커다란 배추를 엄마가 뽑아 내시니까
그속에서 참새 알이 나오는게 아니겠어요?
진짜에요.
엄마랑 저랑 어떻게 참새알이 여기있나..하고 무척 신기해했는데
배추사이에 알을 낳아놨던 걸까요?
둥지도 없었는데 말이죠.


초여름이 되기전쯤   어느날엔
아버지가 꿩알을 주어 오셨는데
그걸 동네 아저씨랑 삶아서 드시는 거였어요.
맛이 너무 궁금해서 한 알 먹고 싶은데
동네아저씨가  어린애는 이런거 먹으면
안됀다고 막 엄포를 놓으시는게 아니겠어요?
뾰류뚱해져서 있었더니
아버지가 한 알 주셨는데


꿩 알은 달걀하곤 다르게  노른자가 90%고  흰자는 노른자만
살짝 둘러싸고 있더라구요.
맛은 뭐 달걀맛~ ㅎㅎㅎ



동네 어느 아줌마가 키우시던 오리가 낳은 오리알도
먹어보고..


동네 아이들이랑 어울려 놀다
마을앞 밭에서 흙가지고 장난치다가
땅속에서 뱀 알이 나오기도 하고말이죠.



하지만 가장 사랑스러운 알은.
갓 낳은 따끈한 달걀.
그 달걀로 후라이를 하면 얼마나 맛이 있던지
그 특유의 고소한 맛과 달걀 냄새가 있었는데
시중에 파는 달걀에서는 그 맛과 냄새가 전혀 나질 않네요.
IP : 61.77.xxx.112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09.10.30 4:05 PM (122.35.xxx.245)

    무슨 성장소설 읽은 것 같아요. 넘 좋네요 이런 글.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379447 농수산의 빨간호두말고 황금프리미엄호두가 있던데..드셔보신분.. 1 호두 2008/03/31 978
379446 슬리퍼형 운동화 어디서 파나요? 2 궁금 2008/03/31 615
379445 예쁜 머그잔 부부잔 (릴리스가든 분위기) 추천 해주세요^^ 2 단팥빵 2008/03/31 733
379444 초등아들 수학 기탄푸는데 너무 오래 걸려요. 6 연산 2008/03/31 1,078
379443 제주도에서 가볼만한 식당 소개 해 주세요. 8 최아롱 2008/03/31 955
379442 다가구 주택 상하수도요금에 관한 문제점 문의 2 상하수도 2008/03/31 513
379441 저 화나는거 맞는 건가요? 7 나 정상? 2008/03/31 1,509
379440 틀린 영어를 쓰는 엄마, 고쳐줘야 하나요.ㅠ.ㅠ. 20 어쩌지? 2008/03/31 4,230
379439 남편때문에 너무 화가 나서 미칠것 같아요 9 아기엄마 2008/03/31 2,467
379438 이렇게 하면 저나 신랑이나 욕먹을까요? 29 나는나쁜주부.. 2008/03/31 4,692
379437 오늘의 특가만 모아놓은 사이트 아시는분^^ 2 ... 2008/03/31 810
379436 우리 아이 야뇨증 어떻게 잡아야 하나요..T.T 5 야뇨증 2008/03/31 464
379435 220 대 톨게이트 직원들...결국 짤리는군요....T^T 3 갈때까지 2008/03/31 1,840
379434 젊은나이(24세)에 먹어도 괜찮은지요? 3 글루코사민 2008/03/31 661
379433 일을 못하겠어요,,, 9 두딸엄마 2008/03/31 1,183
379432 일산 초등학교 납치미수사건 보고.. 4 무서워 2008/03/31 1,268
379431 저두 친권,양육권 질문이요. 하얀비 2008/03/31 341
379430 강아지 미용해보신분중에 아시는분 부탁드려요.. 3 강쥐두마리 2008/03/31 881
379429 100만원을 어찌 저금하는게 좋을까여? (27세아가씨) 4 부자 2008/03/31 1,054
379428 사시술후 회복기간이 얼마나 될까요? 3 봄봄봄 2008/03/31 479
379427 (펌)"한국판 서브프라임사태 징후 보여" 14 조선일보가 .. 2008/03/31 1,479
379426 이것저것 많아요. 1 동주맘 2008/03/31 572
379425 제발 현장학습 제대로 하지 않으려면 아예 안 갔으면 싶습니다. 7 놀이공원반대.. 2008/03/31 1,457
379424 조언부탁드립니다. 2 슬픔 2008/03/31 434
379423 댕기머리 샴푸 싸게 살 수 있는 사이트 좀 알려 주세요 2 머리 2008/03/31 851
379422 7살 아이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에 뭘 해줘야 하나요? 3 .. 2008/03/31 552
379421 남편 차 문제로 속상합니다.. 18 답답한마누라.. 2008/03/31 2,158
379420 초등 5학년 딸 생일선물 좀 추천해주세요. 2 기쁨 두배 2008/03/31 628
379419 금값이 얼마나 할까요? 5 금값 2008/03/31 823
379418 자전거 구해요 2 동주맘 2008/03/31 3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