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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사때 전화하는데 괜히 마음이 상해요.

이상한며느리 조회수 : 881
작성일 : 2009-10-15 20:11:37
지난주에 겨우 명절 증후군에서 벗어났습니다.
정말 힘들었습니다.

건강때문에 일도 그만두고,
저의 행복과 건강을 인생의 최우선 목표로 두고
살겠다고 결심하고 그렇게 지내고 있습니다.

스트레스도 받지 않으려고 하고
피곤하면 쉬고,
사람도 적게 만나고
전화기도 없앴습니다.

명절때 갔다가
2세 이야기를 메들리로 들었습니다.

사실 2세를 가질 이유가 없습니다.
사이는 좋지만 점점 섹스리스가 되어가고
저는 걸린 병은 없어졌지만 아직 안정이 되었다고 말하기는 힘들고
(아픈거 멈춘지 2달 되어가네요)
남편이 버는 외벌이로는 계속 마이너스입니다.

저는 결혼전부터 아이를 원하지 않았고
남편은 원하지만 저의 건강때문에 별로 말을 하지 않습니다

일을 그만두고 있다보니
가사노동을 많이 하게 되고
이게 한쪽으로 기울은 나무처럼
점점 내게 모든 집안의 잡일이 다 엎어지는게 느껴집니다.

아껴살려면
집에서 밥해먹어야 하고
그러면 재료 담아놓은 그릇, 반찬 담아놨다가 줄어들면 옮기고,
밥먹은 그릇만 설거지 거리가 아닙니다.

반년이내에 다시 돈을 벌 계획입니다만,
스트레스에 취약한 저 스스로를 좀 추스리고
건강하게 만들려고 계획중입니다.

(명절때 하루에 배가 아파서 화장실에 앉아있던게 10번이 넘습니다.
음식을 잘 못먹은 것같은 증상이 아니었습니다.)

아래층에서 9시 이후에 청소기 하지 말라고 하니
거의  제가 합니다.
빨래라고 뭐 다른가요.

기왕 집에 있는거
회사 다녀본 사람 마음 아니깐
왠만하면 집에왔을때 깨끗한 모습 보여주려고 합니다.

왜 이런 말씀을 길게 드리냐면
저는 잃어버린 경제력과 함께 달라진 저의 정체성과
자존감을 새로 만들기 위해 분투하고 있는 중이라고 설명하고 싶어서입니다.

내일이 시댁이 제사입니다.
멀어서 가지는 않습니다.
추석때 다녀왔기때문에 제사때  가지 않습니다.

남편이 제사니 시댁에 전화해야할 것 같다고 전화가 왔습니다.
그래서 알았다고 하고 끊었습니다.

한시간뒤에 남편에게 전화했습니다.
이런저런 얘기하다가
시댁에 전화했는지 물었습니다.

안했답니다. 그래서 그러면 너부터 하고 나에게 알려달라고 했습니다.
회사에서 전화 못할 상황은 아닙니다.

그랬더니 며느리가 전화하는게 더 좋아하지 않겠냐고 합니다.
그래서 그런게 어딨냐고, 친정에 전화하면 쑥스럽다고 안하는지 않냐고
나중에 퇴근하면 같이 하자고 했습니다.

이때부터 남편은 기분이 안 좋습니다.
언제 퇴근할 지 알고 그러냐는 겁니다.
그래서 그럼 9시쯤 다시 통화하자 그때 퇴근 시간 봐서 얘기하자 하고 말았습니다.

제사에 전화해서 저는 뭐라고 해야할까요?
제사때 못가서 죄송하다고? 아들도 안가는데 저는 갈 이유가 없는데요.
명절때 후유증때문에 아들이 간다고 해도 정말 가고 싶지 않은데요.

음식 못도와 드려서 죄송하다고 해야하나요?
힘드시겠다고 해야하나요?
결혼전에 혼자 쭉 하셨고,
제가 명절때마다 남편 눈치주고 싸워가며 설거지 시키는 것도 못마땅해 하셨던
(지금은 포기) 어머니인데
당연 아들이 제사 음식을 당연히 해야한다고 생각안하실텐데 제가 왜 죄송해야하죠?

남편은 당연한걸 당연하게 알고 사는 사람입니다.
남편같은 노예만 있다면 폭동같은건 없었을꺼라고 말해줬습니다.
노예로 살았어도 만족하며 살았을거라고요. 노예는 맞는게 당연한거야 라고 생각하면서 말이죠.

제사때 가서 고생하는 며느리도 있는데
전화하는게 어떠냐고 말하면 그건 다른 얘기라고 말하고 싶어요.
저는 친정에서 제사/명절때 일 잘했거든요.
20인분 전을 부쳐도 친정 큰댁에서는 싫지 않았어요.

좋게좋게 하면
전화 그냥 해주느게
가정의 평화를 위해 좋겠지요.
그렇지만, 내 마음의 혼란은 아마도 더 길게 갈것입니다.

그러려면 왜 결혼했냐고 하시면
이런 문제가 이혼할 만한 꺼리가 아닌 것처럼,
이런 문제로 결혼을 하지 않을 것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부딪혀보고 그때 생각해도 될 문제니까요.

그냥 세월이 지나면 해결될까요?
무던하게 될까요?
이런 며느리의 노릇이라는게 세월이 가도 크게 변하지 않는 그 이유의 한사람이 될까요?





IP : 122.36.xxx.164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음.
    '09.10.15 8:17 PM (116.34.xxx.75)

    저도 지금 휴직중이라 가슴에 절절하게 다가오네요. 예전엔 집안일 해 주던 분이 계셨는데, 지금은 제가 하고 있고, 또 일 하는 것 처럼 집안일을 하려니, 몸이 아파 쉬고 있음에도 오히려 수면 시간은 회사 다닐때 보다 적네요.

    너무나 당연스럽게 생각하는 남성위주의 사고 방식이 남편이 좋은 사람임에도 저를 답답하게 합니다. 참..사람답게 사는 거 인간답게 사는 거 어려운 일입니다. 저는 사람답게 사는 것이 다른 사람에 대한 예의를 지키는 거라고 생각하는데, 시댁과의 관계에서 저는 남편에 딸린 부속물인가 봅니다. 그것이 저를 너무 힘들게 합니다.

  • 2. ..
    '09.10.15 8:20 PM (222.233.xxx.48)

    휴..구구절절 옳은 말씀..공감되는 글이네요..
    무는 개를 돌아본다고 저도 제 목소리를 내고 싶은데, 참 그게 쉽지가 않네요..

  • 3. ...
    '09.10.15 8:24 PM (125.208.xxx.236)

    어릴적부터 집안 제사음식을 했더니 이젠 제사음식은 쳐다보지도 않고,
    제삿날은 배가 고프지도 않습니다.
    제사 며칠 전부터는 소화도 안되고, 두통에 몸까지 욱씩욱씩거려요.
    그 제사, 명절 지나고나면 아무렇지않게 두통이 사라집니다.
    물론, 입가에 자리잡은 물집은 쉽게 사라지지않지만요..

    그 "제사" "명절" 자체만으로도 힘이 듭니다.

  • 4. 추석 전에
    '09.10.15 9:20 PM (61.253.xxx.182)

    일주일 간격으로 제사 두번
    20일후 추석

    혼자서 세번의 일을 치루고 나니
    명절 증후군 너무 심하게 앓았네요.
    아직도 근육통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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