섭섭하당..

[현수기]

추석에 큰 집에선 준 젓갈이 다 상한 것이었다.
슬쩍 윗부분만 색이 변한 정도가 아니라 쉬어서 전체가 색이 변하고 냄새까지 난다.
여지껏 이런 건 준 적이 없는데 실수였겠지 하면서도 계속 기분이 나쁘다.
딴 곳이라면 이런 물건 보냈을까 싶어서이다.

우리가 손아래고 늘 착하게만 굴어서 만만히 보인 게지.
큰 집은 잘살고 우린 그보다 못하니 얕보고 그런게지.

이 정도는 걍 넘어가지 별 거 아니니깐.

가난해본 적이 없으니 이해의 폭이 작으려니 한다.
하긴 그동안 우리에게 베풀지 않은 것도 아니지.
애들 어릴 때부터 생일, 입학, 이사 등 전부 챙겨주셨으니까.
나도 그보다는 못하지만 큰 집 일에 모른 척 하진 않았고.

단지 사는 거에 비해 너무 베풀지 않는 정도.

아직도 잊지 못하는 거는 우리 애가 심히 아파서 거의 죽네, 사네 하는데 병원에 몇 번 와주었다.
입원비가 800이 넘어 나왔다.
아는 분들은 거의 5~10만원씩 위로차 주셨고 내 동생은 50만원이나 보태주었다.
큰 집에선 한 푼도 안 주었는데 그게 우리가 심히 괴로울 때 그리하니까 잊혀지지 않는다.

그 후 6개월쯤 뒤 우리 집 이사하는 데는 봉투를 주었다. 그 때는 안 줘도 되는데.

지금까지 형제간에 싸움이나 큰 문제는 없었다.
그러나 애들에게도 말해 두었다. 얕보이기 싫으면 열심히 공부하라고.
우리 애들도 큰 집에 가면 그런 눈치가 다 보이는 모양이다. 똑부러지게 말은 안해도 거기서 우리 집을 얕보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