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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와 걷기 그리고 소통

솔이아빠 조회수 : 236
작성일 : 2009-09-14 20:14:28
요사이 나오기 시작하는 나이살-뱃살을 보며
BMW보다도 SONATA를 더 좋아하는 자신을 반성도 해보고
여러 생각을 하게 하는 글이라 올려봅니다. (펌)

✣✣✣✣✣✣✣✣✣✣✣✣✣✣✣✣✣✣✣✣✣✣✣✣✣✣✣✣✣✣✣✣✣✣✣✣

5년 전의 일이다.
한 유치원생의 ‘풍경화’를 본 일이 있다.
아이의 풍경화는 모든 것이 간략하게 묘사돼 있었다.
특히 도로는 줄로 그렸다.
폭도 차선도 거리의 상점이나 인도 위를 오가는 사람도 없었다.
학교와 학원, 집이 비교적으로 구체적인 모습을 지녔을 뿐 다른 모든 풍경들은 끝끝내 연필과 물감의 은총을 입지 못하고 백지에 파묻혀 있었다.
마치 눈 온 날처럼.

그 아이는 늘 차를 타고 다녔다.
요즘 대부분의 아이들처럼.
학교에서 마치면 교문에서 기다리고 있는 아버지의 차를 타고 학원으로 갔다.
학원에서는 다시 학원차를 타고 집으로.
집에 들어간 다음에는 좀체 밖으로 나오는 일이 없었다.
아파트 앞 슈퍼를 갈 때를 제외하면 늘 아빠나 엄마의 차를 타고 다녔다.
이 아이의 머릿속에는 학교, 학원, 집, 그리고 찻 속이 풍경의 전부였던 것이다.
차창 밖 풍경을 보긴 했겠지만 머리에 인식될 만큼 찬찬히 볼 시간은 없었을 것이다.

그 아이는 ‘걷기’를 빼앗겨버렸다.
세밀한 관찰, 거기에서 비롯되는 사고, 비만이나 심장병을 예방할 가장 확실한 대비책, 비만을 물리칠 첨병 등등, 그 아이가 잃어버린 것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그 아이는 세상의 풍경을 어떻게 인식할까.
모르긴 해도 TV CF나 영화에 비치는 조작된 풍경에 길들여지지 않을까.

문제는 5년 전에 만난 그 아이만 그렇지 않다는데 있다.
요즘은 시골에서도 거의 걷지 않는다.
마치 걷기를 수치스러워하는 것처럼 늘 탈 것에 몸을 싣고 달린다.
‘거리(路)’가 상징하는 무수한 육체적, 정신적 혜택을 모두 잃어버렸다.

어쩌면 거리에 쏟아지는 사람들이 ‘소통’보다는 귀를 막고 자기주장을 쏟아놓는 데만 주력하는 것도 거리와 광장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거리는 그런 곳이 아니다.
선(線)이 아니라 사람과 차가 ‘오고가는’ 소통의 공간이다.

IP : 121.162.xxx.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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