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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노변호사님, 기억나세요?

퍼온 글입니다. 조회수 : 708
작성일 : 2009-06-23 19:00:35
대통령님 아니 나의 노변호사님, 지금은 저 푸른 하늘 위에서 조금은 평안하세요?
대통령님이라는 말이 입에 서툴러 예전처럼 친하게 변호사님으로 부르는 것, 이해해주세요.

  어제 6월 21일은 '부민협(부산민주시민협의회) 동지회' 회원들과 '정토원'에 들렀습니다. 그렇다 하여 휑한 가슴이 희망으로 가득 차는 것은 아니지만 쓸쓸한 마음과 훼한에 사진 한 장, 기도 한 자락으로나마 위로받을 수 있을까하여 다녀왔습니다.  

  변호사님과 인연을 맺은지가 벌써 28년, 어언 30여년이 다 되어가는군요. 아, 벌써 그렇게 되었군요.
1981년 서슬퍼렇던 전두환정부 아래 대학을 갓 졸업하고 부산 시내 중학교에 부임해 있던 저는,당시 소위 '부림사건'에 연루되어 있어, 지금은 유명한 '성문제'강사가 되어있는 구성애언니와 젬마언니랑 같이 콩닥거리는 가슴을 꽉 부여잡고 변호사님 사무실 문을 용감하게 밀었습니다. "힘없고 가난한 우리를 위해 무료변론을 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무서운 '국가보안법'사건인데요"라는 저희들 제안에 너무도 흔쾌히 우리들 손을 일일이 붙잡아주시며 "염려하지 마세요"라고 격려해 주셨지요. 우리는 감격스럽기도 하고 오히려 당황해 성애언니는 저에게 "야, 연희야 저 변호사님 뭘모르시고 너무 순진하신 것 아니니? 나중에 딴소리하면 어떡해?"라는 대화들로 주절댔습니다.  

저는 아직도 또렷이 기억나요.50~60일 이상 불법 감금, 고문으로 피폐해진 우리들 곁에서 "저 젊은이들이 고민했던 문제의 핵심은 '휴머니즘'입니다." 라고 당당하게 외쳐주시던 변호사님의 모습이요.
  변호사님 기억나세요? 재판으로 지쳐있던 제가 안쓰러웠던지, 같이 저녁먹자고 댁으로 데려 가 주셨던 일요. 저는 그때 소위 변호사님들이 사는 집을 난생 처음 구경해 봤구요 부산에서 유명했던 남천동 '삼익맨션'을 처음 구경했지요. 젊고 아름다우셨던 권양숙여사님을 처음 뵙고 속으로 '사모님이 너무 예쁘신데,변호사님 능력있으시다'이렇게 생각했죠. 미술학원에 갔다오던 어린이 '건호'군도 그때 처음 봤구요. 정말 그날 저녁밥은 따뜻했고 평생에 잊지 못하는 저녁밥이었어요. 변호사님, 그리고 여사님 정말 감사했습니다.

우리 재판이 끝나고 우리가 만들었던 부산 최초의 비종교적인 재야단체 '부산민주시민협의회(이하 부민협)'의 상임이사님이 되어주셔서 문제가 터질 때마다 온갖 '기도회','가두투쟁'에 몸소 나서주셨지요.

  변호사님, 모르셨죠?  '박종철 열사 치사사건' '항의'가투 때 잡혀가시고 나서 야밤에 권여사님이 오돌오돌 떨면서 사무실에서 변호사님 걱정하셨던 일요. 사모님은 그때 침착하시려고 매우 애쓰셨어요.
  청와대 들어 가시고 우리를 초청해 주셨을 때, 대표 인사를 해야 하는데 감회가 서려 일어서서 말한마디 못하고 내내 울어서 죄송했어요. 정말 저는 그때 말을 한마디도 할 수가 없었어요. "아직 시집 못갔느냐 " 한마디 듣고 겨우 울음 그쳤지만 저는 부산 내려오는 내내 울었어요.    

  봉하 내려오시고 좀 잠잠해지고 평화로워지면 찾아 뵙는다는 것이 그게 잘 이뤄지지 못해 못뵙다가 작년 10월 부마항쟁 기념식때 민주공원에서 뵈었던 것이 마지막이 되었군요.정말 그렇군요.

남포동 거리, 중부교회, 당감성당, 서면 천우장 앞, 같이 잔 기울였던 포장마차, 거리 곳곳에 같이 깃발들고 스크럼 짰던 변호사님의 자국과 숨소리가 남아  있는데, 정작 그리운 사람이 없으니, 억울해서 어떡할까요? 정말 분하고 원통해서 어찌하나요?  이제 우리가 변호해드려야 할 차례인데 사람이 없고 흔적만 남아있으니.....

49재일에 학교에 연가 내고 다시 올라올께요.

이제 국민들의 대통령님으로 돌려드릴께요.  대통령님, 가슴 속에서 늘 굽어살펴 주세요.  정말 사람사는 세상을 위해  열심히 살께요.

  2009.  6. 22.
  부산에서  윤연희

IP : 221.146.xxx.1
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09.6.23 7:07 PM (211.211.xxx.32)

    또 눈물이...
    도대체 그분은 왜 이렇게도 바르고 곧게 그리고 따뜻하게 평생을 사셨는지...
    어떻게 그렇게 사실 수 있었는지...노력하겠습니다 노대통령님.

  • 2. 저두
    '09.6.23 7:18 PM (121.88.xxx.149)

    노대통령님 글만 읽으면 눈물이 앞을 가리고 훌쩍 훌쩍...
    국민들이 너무 큰 죄를 지었네요.

  • 3. 아~
    '09.6.23 7:23 PM (115.21.xxx.111)

    거실에서 조가카 빤히 처다봐서 눈물 겨우 참고 있습니다.ㅠㅠ

  • 4. 어익후
    '09.6.23 7:40 PM (211.215.xxx.169)

    아우 눈물나네요.. 나의 노대통령님 저두 열심히 살께요..

  • 5. 좋은기억
    '09.6.23 7:40 PM (219.241.xxx.11)

    들이 여기저기 막막 쏟아져 나옵니다...
    당신을 잊지 않겠습니다...........

  • 6. 에효
    '09.6.23 8:04 PM (125.252.xxx.115)

    ..좋은 사람 자기에게 잘해주는 사람은 소중한 줄 모르고 없어야 뼈저린 후회로 눈물짓는다죠.
    에효 ㅠ.ㅠ

  • 7. 꽃보다
    '09.6.23 9:37 PM (61.98.xxx.158)

    아름다우신분... 대한민국이라는 그릇이 너무 작아서 담아내지 못한 우리들의 영웅

  • 8. ㅠㅠ
    '09.6.24 12:46 AM (221.143.xxx.168)

    사랑받아 마땅한 분....ㅠㅠㅠㅠㅠ

  • 9. 연희야,
    '09.6.24 10:54 AM (124.138.xxx.2)

    내 친구 연희야.
    중학교 동창이었던 너를 대학에서 다시 만났지
    너에게 들었던 동일방직 똥물 사건. 크게 충격받고 그 때부터 사회과학 서적을 열심히 읽었었어. 너의 자취방에서 책 읽고 공부하던 그 시절이 그립구나.
    너는 시대의 중심에서 한 치 뒤로 물러나지 않고 온 몸으로 맞섰지.
    그 조그마한 몸 어디에 그런 강한 의지와 용기가 있었는지,
    나는 널 진심으로 존경했다.
    보고 싶구나, 연희야.
    50대 늙은 아줌마가 되어 버린 우리 모습, 그 싱그러웠던 젊은 시절이 그립구나.
    연희야 항상 건강하기를. 서울에서 친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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