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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수궁에 다녀왔습니다..

젠비 조회수 : 208
작성일 : 2009-05-26 21:42:25
지척거리인데도.. 며칠간 정말 공황상태였던지라.. 마음은 첫날부터 들썩였는데도 몸은 오늘에야 나섰습니다.
아이가 어린이집에 간 사이 혼자 조용히 다녀왔습니다.
줄을 서 있는 내내, 썬글라스를 쓴 채로 얼마나 울었는지..
나만 슬픈 게 아닌데.. 다들 묵묵히 속으로 삭히며 기다리는데 혼자 우는 게 죄송해서 분향소에 들어서기 전까지
그렇게 눈을 가리고 있었더랬어요.

암튼..

아이를 데리러 가고, 아이가 놀이터에서 노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집으로 돌아왔더랬습니다.

인사드렸으니 이제 보내드려야지, 하며
거실에 멍하니 앉아 있는데

다음달이면 세돌이 되는, 네살배기 우리 아들이 곁에 오더군요.

평소처럼 신나게 놀아줄 여력이 없는데, 얼마나 서운할까 싶어서,
아직 어리지만 엄마 마음을 이해할 것만 같아서 지금 놀아줄 수 없는 이유라도 알려줘야겠다 했어요.

-..야.., 엄마가 오늘 대통령할아버지께 안녕히 가세요, 인사하고 와서 지금 참 슬퍼.
-왜? 인사해서 슬퍼?
아이는 안녕히 가세요, 라는 예쁜 배꼽인사가 왜 슬픈지 이해할 수 없는 듯 했습니다. 당연하지만..

이전 대통령이라는 말, 지금 대통령은 따로 있다는 말, 절대 내 입으로는 하고 싶지 않아서
그냥 대통령할아버지라고만 했습니다.  

문득, 아이에게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엄마가 대통령할아버지 보여줄까?
-엉, 대통령할아버지 보여주세요.
인터넷에서 환하게 웃으시는 그 분 모습을 찾아 보여줬습니다.
어린 것이 뭘 안다고, 언제 봤다고.. -대통령할아버지 맞네~... 하더군요.


-엄마가, 오늘 인사드리고 왔는데, 다시는 못 만나서 슬픈 거야.
아이는 알아들었는지 어쨌는지 아직 혀짧은 소리로
-나도 대통령할아버지한테 인사해야겠다, 하더니
사진을 보며 손을 흔들면서 안녕~, 안녀가세요..   했습니다...
울컥하는 마음에 아이를 무릎에서 내려놓고, 잠깐 방에서 놀고 있으라고 하고는
잠시 마음을 진정시켜야 했습니다.

한동안 있다가 들여다보니
자동차놀이를 하고 있다가 저를 보더니 같이 하자기에

-엄마가 오늘은 슬퍼서 같이 못 하겠어. 대신 지금 빨리 밥 차려줄께, 밥먹자~
하고는 주방에서 식사준비를 했더랬어요.

...... 갑자기 아이가 나오더니 내 손을 잡아끌면서
-엄마, 대통령할아버지 보고 싶으면 일루 좀 와봐..
그냥 이끄는 대로 따라갔더니.. 방으로 저를 데리고 가서.. 바닥에 앉히더니..

-엄마, 대통령할아버지 보고 싶으면 내가 안아줄께
그러면서 절 꼭 안아주는 거에요.......

정말.. 토요일부터 오늘까지.. 아이 앞에선 울지 않으려고..
낮잠시간, 놀이시간, 없는 틈을 타서 베란다에 나가 몰래몰래 통곡했었는데...
오늘 결국, 아이를 안고 울고 말았습니다.

절대, 절대, 우리 아이들에게는, 절대, 이런 절망적인 심정, 기막힌 현실, 겪게 하지 않겠습니다.
고인이 그토록 사랑하고 존경하던 우리 국민들이니까,
그럴 만한 가치가 있었다는 걸, 그 분께도, 우리 아이들에게도, 기필고 증명해보이고 말겠다고,
저 정말, 이를 악물었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우리 아이들의 대통령할아버지.. 안녕히 가세요..  
IP : 168.126.xxx.148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ㅡ.ㅡ
    '09.5.26 10:31 PM (125.177.xxx.10)

    저도 우리 아이를 위해 이를 악물고 있습니다.
    우리 지치지 말고..굳건히 버티자구요..

  • 2. ㅠㅠ
    '09.5.26 11:27 PM (123.109.xxx.142)

    저도 오늘 다녀왔습니다. 아이들 어린이집 보내고..
    저 역시 썬글라스로 얼굴 가리고 많이 울었습니다.
    다다음 달이 세 돌인 우리 둘째.. 님의 아기..
    우린 이 아기들에게 무엇을 보고 배우게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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