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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분향소에 갔다왔습니다.

일본 조회수 : 349
작성일 : 2009-05-26 19:54:50
아침에 일어나 멍한 눈으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밥을 먹고. 세수를 하고. 다시 무채색의 옷을 입고 집을 나섭니다.

언제부턴가 입버릇처럼 중얼거리는 말.

"이건 거짓말이야.."

시간은 아무렇지도 않게 흐르고, 해야할 일을 하며, 가끔은 농담에 웃기도 해봅니다.

어제도 울고, 그제도 울어서 이제 눈물은 좀 안나오려나 싶습니다.

대사관에 사람이 통 없다길래 쓸쓸해 하실거 같아서 그 곳으로 찾아가 볼까 했지만

이 공무원 ㅅ ㄲ 들 점심시간은 식사하신다고 문 닫고, 퇴근시간되면 업무 끝났다고 분향소 문닫는다네요.

신주쿠 쇼쿠안도오리의 관음사 지도를 출력합니다.

빈손으로 갈 수는 없어서 국화를 사려고 우에노 거리를 헤매고 다녔지만 꽃집이 안보이네요.

하나 발견한 곳에는 하얀 국화는 없답니다.

조문객들이 마실물이 부족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결국 녹차를 사들고 터덜터덜 걸어갑니다.

지도를 찾아간 그 곳. 참 소박하네요. A4용지에 노무현 대통령 분향소 라고 적혀있습니다.

아직은 괜찮습니다. 울지 않아요.

들어선 곳에 저기 노짱이 웃고 있는 사진이 보입니다.  

너무 초라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그래도 꽃도, 과일도, 담배도 갖춰져있습니다.

술을 따르고 향을 피우고 3배를 올립니다.

울지 말아야지 했는데. 결국 3번째 절을 올리는 순간 눈물이 터져나옵니다.

안 울기로 했는데..라며 울먹이자 옆에서 술을 따르던 학생도 같이 훌쩍거리네요.

방명록을 쓰면 나중에 전부 모아서 봉하마을로 보낸답니다.

400명정도가 다녀갔다고 합니다. 제가 이른 시간에 가서였는지 어린학생들이 대부분이더군요.

KBS에서 왔다갔다고 하는데 결국 방송에는 안 나갔던 모양입니다.

그렇게 멍하니 분향소에 앉아있다가 집에 돌아왔습니다.

정신나간사람처럼 전철에서 울고, 걸어가면서 울고, 집에 와서 밥을 먹으면서 웁니다.  

분향소 갔다오면 괜찮으려나 싶었는데 더 힘듭니다.

무기력합니다. 그래도 방명록에 쓴 것처럼 잊지 않겠습니다.

지금껏 부모님 빼고 존경하는 사람같은거 없었는데..

이제 새로 생겼습니다. 당신입니다.
IP : 220.210.xxx.161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저도..
    '09.5.26 7:57 PM (220.96.xxx.85)

    저도 일요일 갔다왔습니다.
    영정 사진을 보는 것이 너무 괴로워서 오래 있지 못했는데
    다시 가고 싶습니다.

  • 2. 일본에서도
    '09.5.26 7:58 PM (222.239.xxx.122)

    그냥 지나치지않고 ...고맙네요.
    저도 어제 동네 분향소에 갔었는데...울지 않을줄 알았는데
    무릎꿇고 기도하는데 ...눈물이 계속 흘러서...
    다음사람들 기다리고 있어서 맘껏 울지도 못했지만..
    안녕히 가시라 인사했어요...또 죄송했다고...

  • 3. ▶◀ 웃음조각
    '09.5.26 8:00 PM (125.252.xxx.38)

    타국에서 많지도 않은 분향소 애써서 찾아가신 성의가 느껴집니다.

    우리는 존경하는 사람을 공유하고 있네요..

  • 4. 오사카
    '09.5.26 9:03 PM (222.6.xxx.66)

    간사이쪽도 분향소가 설치되어 있는지요?
    혹시 알고 계시면 알려주세요.

  • 5. 자유
    '09.5.26 10:27 PM (114.207.xxx.199)

    고맙습니다. ...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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