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숲을 향하여 난 작은길을 걸어서 , 차마 떨치고 갔습니다.
황금의 꽃같이 굳고 믿나던 맹서는 차디찬 티끌이 되어서 한숨의 미풍에 날아갔습니다.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은 나의 운명의 지침을 돌려놓고 . 뒷걸음 쳐서 사라져갔습니다.
나는 향기로운 님의 말소리에 귀먹고 , 꽃다운 님의 얼굴에 눈이 멀었습니다.
사랑도 사람의 일이라 , 만날 때에 미리 떠날것을 염려하고 경계한지 아니 한것은 아니지만 ,
이별은 뜻밖의 일이 되고 놀란 가슴은 새로운 슬픔이 터집니다.
그러나 이별을 쓸데없는 눈물의 원천을 만들고 마는것은 스스로 사랑을 깨치는 것인 줄 아는 까닭에
걷잡을수 없는 슬픔의 힘을 옮겨서 새 희망의 정수박이에 들어부었습니다.
우리는 만날때에 떠날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 떠날때 다시 만날것을 믿습니다.
아아 님은 갔지만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 하였습니다.
제 곡조를 못 이기는 사랑의 노래는 님의 침묵을 휩싸고 돕니다.

개편이전의 자유게시판으로 열람만 가능합니다.
▶◀ 님의 침묵 -한용운-
님의 침묵 조회수 : 190
작성일 : 2009-05-23 21:06:38
IP : 218.50.xxx.170
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