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편이전의 자유게시판으로 열람만 가능합니다.
고 장영희 유고 수필집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 출간
고 장영희 유고 수필집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 출간
"생각해보니 나는 지금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기적을 원한다. 암에 걸리면 죽을 확률이 더 크고, 확률에 위배되는 것은 '기적'이기 때문이다. (중략) 우리가 살아가는 하루하루가 기적이고, 나는 지금 내 생활에서 그것이 진정 기적이라는 것을 잘 안다. 그래서 난 이 책이 오롯이 기적의 책이 되었으면 한다"(프롤로그 중)
고(故) 장영희 서강대 교수가 쉰일곱 해의 길지 않은 생을 마친 지 하루가 지난 10일 출간된 다섯 번째 수필집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샘터 펴냄)은 공교롭게도 고인의 유작이 됐다.
고인은 3월 말 출판사에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포함한 원고를 넘기고 4월 말 병상에서 손수 마지막 교정까지 봤으나 책 인쇄를 마친 8일에는 이미 의식을 잃은 상태였다.
고인이 지난달 16일 편집자에게 보낸 "Q&A 초대석은 아예 없애든지 서면으로 해요. 내가 컨디션이 안 좋아서"라는 짧은 이메일이 생전 고인이 출판사와 취한 마지막 연락이었다.
장 교수가 2000년 이후 월간 '샘터'에 '새벽 창가에서'라는 제목으로 연재한 글을 모은 이 책에는 결코 순탄치 않았던 고인의 생애 마지막 9년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생후 1년 만에 찾아온 소아마비로 장애를 갖게 됐지만 이를 극복하고 영문학자로 강단에 우뚝 서 많은 사람에게 희망을 줬던 그는 마지막 9년 동안 보통 사람이 한 번도 감당하기 어려운 암 판정을 세 번이나 받았다.
2001년 미국 보스턴에서 안식년을 보내던 중 유방암 판정을 받았고 방사선 치료로 완치 판정을 받은 후 2004년 다시 암이 척추로 전이됐다는 진단을 받았다. 2년간의 항암치료를 마친 1년 후에는 암이 간까지 전이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다시 한번 암에 맞서 싸우면서 이 책을 준비한 것이다.
청천벽력 같은 암 진단을 받고, 그 힘들다는 항암치료를 받는 상황에서도 장 교수의 글은 결코 어둡거나 무겁지 않았다.
장 교수가 전하는 세상 사는 소박한 이야기, 정겨운 사람들의 이야기는 따뜻하고 위트 있고 긍정의 기운으로 가득 차 있다.
척추암으로 2년간 모두 스물네 번의 항암치료를 받느라 연재를 잠시 중단할 수밖에 없었던 그는 2007년 1월 연재를 재개하는 글에서 "살아온 기적이 살아갈 기적이 된다"는 김종삼 시인의 시 '어부'를 인용하며 '기적'을 이야기한다.
"맞다. 지난 3년간 내가 살아온 나날은 어쩌면 기적인지도 모른다. 힘들어서, 아파서, 너무 짐이 무거워서 어떻게 살까 늘 노심초사했고 고통의 나날이 끝나지 않을 것 같았는데, 결국은 하루하루를 성실하게, 열심히 살며 잘 이겨냈다. 그리고 이제 그런 내공의 힘으로 더욱 아름다운 기적을 만들어 갈 것이다."(128쪽)
"뼈만 추리면 산다"는 어머니의 말, "삶에 대한 의연함과 용기, 당당함과 인내의 힘이자 바로 희망의 힘"(142쪽)인 그 말 한마디에서 삶의 큰 힘을 얻었다는 고인은 세 번째 암 투병 중에 쓴 에필로그에서도 희망을 놓지 않고 있다.
이 글에서 고인은 자신이 곧 물에 잠길 운명인지도 모른 채 아름다운 희망의 노래만 부르는 눈먼 소녀의 이야기에 대해 한 학생이 "이런 허망한 희망은 너무나 비참하지 않나요?"라고 묻던 기억을 들려준다.
"그때 나는 대답했다. 아니, 비참하지 않다고. 밑져야 본전이라고. 희망의 노래를 부르든 안 부르든 어차피 물은 차오를 것이고, 그럴 바엔 노래를 부르는 게 낫다고. 갑자기 물때가 바뀌어 물이 빠질 수도 있고 소녀 머리 위로 지나가던 헬리콥터가 소녀를 구해줄 수도 있다고. 그리고 희망의 힘이 생명을 연장시킬 수 있듯이 분명 희망은 운명도 뒤바꿀 수 있을 만큼 위대한 힘이라고. 그 말은 어쩌면 그 학생보다는 나를 향해 한 말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난 여전히 그 위대한 힘을 믿고 누가 뭐래도 희망을 크게 말하며 새봄을 기다린다."(235쪽)
고인은 비록 기다리던 새봄을 오롯이 즐기지는 못했지만 그럼에도 그가 전하는 기적과 희망의 메시지는 조금도 빛이 바래지 않았다.
소아마비와 암 판정을 겪고도 여러 번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서 강단에서, 그리고 글 속에서 희망을 전파했던 고인은 마지막 순간까지 사람들에게 기적과 희망의 메시지를 남긴 채 세상을 떠난 것이다.
고인은 13일 서강대에서 있을 장례미사 후 아버지 고(故) 장왕록 박사가 있는 충남 천안의 공원묘지에서 영면에 들어간다.
1. 눈물
'09.5.10 8:41 PM (78.16.xxx.211)2. 명복을 빕니다
'09.5.10 10:49 PM (59.25.xxx.166)이 글을 읽으니
가슴이 아프고 한기가 도네요
희망을 얘기 하셨는데도....
항암 치료 하시고
다시 이겨내실 줄 알았는데....
행복한 곳으로
가셨으리라 믿습니다!!3. 희망
'09.5.11 1:50 AM (118.41.xxx.203)처음 뉴스로 접했을 때 마음이 많이 찡하고 아팠습니다.
왜냐하면 저도 암투병중이거든요..
2년전에 유방암진단.. 항암,방사선치료..그리고 얼마전
다른 곳으로 전이가 되서 지금 항암치료 받고 있어요..
포기하지 않으면 나에게도 기적이 오리라 믿어요..
그래요..이제까지 산 것도 기적이라 생각하고요..
나는 없어지거나 힘들어도 괞찮지만..애들 위해서라도
살아야 되니까요..
교수님처럼 늘 희망을 바라봅니다...4. 어머나`
'09.5.11 2:42 AM (124.53.xxx.16)장영희 교수님 돌아가셨나요.... ㅠㅠ
그 분이 쓰신 책들.. 참 좋았는데.. 안타깝네요..ㅠㅠ5. 위에 희망님께
'09.5.11 4:25 AM (188.36.xxx.124)희망님,
꼭 건강 회복되시길 두 손 모아 기도드려요.
힘내시고 희망을 가지시길...
저도 님에 비해 가벼운 병이지만 이곳에 회복되길 바라는 제 마음을 쓴 적이 있었어요.
어떤 분이 절 위해 간절하게 회복을 바라는 메세지를 쓰셨는데 그게 얼마나
큰 힘이 되던지요.
전 지금 건강해졌고 감사한 마음으로 살아갑니다.
희망님도 동일한 은혜가 있기를 진심으로 기도할께요.6. 몇년 전
'09.5.11 11:13 AM (61.75.xxx.203)정채봉 시인 돌아가셨을 때에도 그랬는데,
오늘 또 마음이 먹먹하네요.
아무할말 없이 눈만 감고 있고싶어요...
더불어 위에 희망님~
힘내시고,이름 그대로 희망을 가지고 이겨내시길 바랍니다~~7. 희망
'09.5.11 2:54 PM (118.41.xxx.164)절 위해 기도해 주신다는 위에 분 너무나 감사드려요..
요즘은 저를 향한 관심과 사랑이 너무 커서..어떻게 보답해야할지..
정말 오래오래 살아서 받은 사랑을 베풀며 사는 삶 되고 싶어요..